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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May 10. 2024

우리의 꿈, 오래된 미래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시 '오래된 미래'를 찾았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입니다. 1968년 자동차 조립공장으로 문을 연 이곳에서 ‘우리 손으로 자동차를 만들겠다’라는 꿈과 열정을 가진 수많은 이들이 모여 기적과도 같은 일을 이뤘습니다. ‘한국은 자동차를 만들 수 없다’는 편견에 맞서 싸운 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꿈을 담아 ‘울산 EV 전용공장’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울산 EV 전용공장 건설은 꿈이 시작된 장소에서 새로운 꿈을 이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현대차 브랜드헤리티지팀과 울산총무팀은 특별 전시인 ‘오래된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전시명인 ‘오래된 미래’는 현대차의 시작부터 함께한 원대한 꿈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의미와, 도전으로 가득했던 현대차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울산공장 임직원들의 꿈과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오래된 미래’ 전시의 특징은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울산공장에서 일했던 임직원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히 담아냈죠. 정주영 선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세계 제일의 무기가 있는데, 그 무기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능공들이다. 훌륭하고 우수한 이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가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온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처럼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믿고, 믿음에 호응하듯 최선을 다한 이들 덕분에 현대차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울산공장의 역사와 사람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이해되는 부분이죠. 이에 대해 울산총무팀의 김경예 책임매니저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현대차 울산공장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로 거듭나기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노력을 조명하고, 현대차의 계속되는 꿈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묵묵히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한 임직원들의 열정과 헌신, 밤낮으로 공부하며 익힌 노하우의 전승은 오늘날의 현대차를 만드는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빛을 발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실제 임직원분들이 기증해 주신 소중한 사료들로 전시를 구성하였습니다.”




꿈의 시작



첫 번째 전시 섹션은 ‘꿈의 시작’입니다. 현대차가 어떻게 울산공장을 지었는지 기록한 문서와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자료들로 가득했죠. 1968년 정주영 선대회장은 염전과 어업이 주요 산업이었던 울산에서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바꿀 자동차 공장을 짓기 위한 첫 삽을 떴습니다. 이는 아주 먼 미래를 바라본 선택이었습니다. 육지와 바다가 맞닿은 울산은 수출을 통해 세계로 나가는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포드사와의 합작을 통해 제작된 최초의 조립차 코티나가 울산공장에서 탄생했습니다. 전시장에 놓인 코티나는 현대차가 보유하고 있던 1968년 생산 차량을 복원해 단종 이후 최초로 대중에게 공개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다른 색이었지만 전시장에 있는 과거 코티나 카탈로그를 참고해 외관과 실내를 복원한 것이죠.




가난이 당연하던 시절 울산공장은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꿈의 공장이었으며 전국 각지에서 돈을 벌고, 기술을 배우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모여든 장소였습니다. ‘우리도 자동차를 만들어 잘살아 보자’라는 희망이 이들의 가슴을 가득 채웠을 것입니다. AI 기술로 복원한 정주영 선대회장의 목소리에서도 그 꿈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여러분은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한 대씩은 다 사게 될 겁니다. 나는 그동안 쌀장사부터 시작해서 별의별 일을 다 해봤어요. 지금은 어렵겠지만 열심히만 하면 여러분도 잘살게 됩니다. 내가 그렇게 되도록 해주겠어요. 자동차를 완벽하게 생산하면 그 나라의 기계 공학은 항공기든지 뭐든지 다 완벽하게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자동차를 싸게 공급하는 것은 인체 내에 좋은 피를 흐르게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내가 자동차 산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런 사명감 때문입니다.” 




라디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자동차 산업을 통해 잘사는 나라, 잘사는 시대를 만들고자 했던 정주영 선대회장의 꿈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훌륭하고 우수한 근로자들의 능력과 헌신에 힘입어 머지않아 한국의 자동차, 우리의 자동차 부품이 세계 시장을 휩쓰는 날이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던 정주영 선대회장의 믿음과 사명감, 그리고 ‘잘살아 보자’라는 임직원들의 희망과 의지는 대한민국을 자동차 강국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꿈의 실현



꿈은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손으로 고유모델을 만들고, 대한민국을 자동차 수출국으로 만들자는 원대한 꿈은 울산공장 설립 7년 만인 1975년에 현대차 최초의 독자 모델 포니의 생산으로 실현됐습니다. 이를 소개하는 섹션의 이름이 ‘꿈의 실현’이라는 것에서 잘 알 수 있죠. 


꿈의 실현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은 포니를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을 오가며 간절한 마음으로 일했던 임직원들의 기록이었습니다. 이전까지 국내에서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기 위해 수많은 도전과 실패, 극복을 경험하며 매 순간 마음을 졸였던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로 1987년 5월 이뤄진 이수일 상무의 인터뷰 녹취록 일부를 소개합니다. 




“주물공장 설비를 들여왔는데 영국에서 온 슈퍼바이저가 용해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같았어요. 그 사람 지시대로 시운전을 하는데 홀딩로에서 용탕이 굳어 단전이 됐습니다. 용탕이 이대로 완전히 굳으면 설비를 완전히 쪼개야 하고, 그렇게 되면 시운전이 1년 이상 늦어지는 절체절명의 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회사에 전화도 하고 도움을 요청한 끝에 용탕을 밖에서 끓여 부어서 겉에 딱딱하게 굳은 것을 녹이고, 계속 산소를 불어내서 통전을 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녁 5시부터 용탕조와 관리자 몇 명만 남아 용탕을 녹여 홀딩로에 부어 조금이라도 겉 부분을 녹여 쏟아내고 산소를 불어내길 200번 넘게 했습니다. 새벽 3시쯤 되니까 그로기 상태였던 슈퍼바이저는 미안해서 도저히 못 보겠다고 갔고, 다들 지쳐 빵을 먹는데 넘어가질 않아 계기판을 봤는데 바늘이 움직이는 거예요. 소리를 지르니까 다들 달려와 통전이 된 걸 보고 용탕을 녹였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겁니다. 그렇게 모든 시운전을 끝내니 슈퍼바이저가 현대차 직원들이 열심히 해줘서 자기가 위기를 모면했다고 울면서 돌아갔어요. 국적이 다르더라도 엔지니어로서는 마음이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의 실현 섹션에는 포니 수출처럼 가슴 벅찬 순간의 기록도, 시련을 극복한 기록도 가득했습니다. 어렵게 들여온 설비를 고치기 위해 기적 같은 일을 이뤄낸 일화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모두의 의지가 지금의 현대차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죠. 그리고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도 있었습니다. 현대차는 세계 기준에 맞는 고품질 차량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울산공장에 1983년 축구장 115개가 넘는 크기의 종합 주행시험장을 완공했습니다. 




미래를 내다본 친환경차 개발 기록 또한 흥미를 자극합니다. 현대차는 1990년대 초반 쏘나타 EV 시험차를 만들어 울산공장 종합 주행시험장에서 연이은 시험에 나섰습니다. 전시 공간에 놓인 쏘나타 EV는 당시 시험에 사용했던 모델을 복원한 차량입니다. 쏘나타 EV 시험차가 달렸던 주행시험장 부지에 울산 EV 전용공장이 건립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많은 의미가 느껴졌습니다. 꿈의 시작점이자 시험의 장소에서 꿈꿨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이는 현대차의 꿈과 도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30여 년 전부터 꿈꾸며 도전해 왔던 전기차가 달리는, 오래된 미래를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꿈, 오래된 미래



지금의 울산공장에는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일생을 바쳐 노력한 기술자들의 삶이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우리의 꿈, 오래된 미래’ 섹션에서는 이들이 남긴 수많은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차곡차곡 모아둔 월급봉투와 사원증, 품질 개발을 위해 빼곡히 써 내려간 임직원들의 손때 묻은 노트, 체육대회 사진 등 울산공장 임직원들의 흔적이 모여 있죠. 이런 자료들은 당시의 생활상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김경예 책임매니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울산공장 임직원분들께 전체 공지를 통해 기증 사료를 모은다는 안내를 드렸고, 퇴직 임원 모임인 자우회나 전 임직원분들께 연락해 도움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이 보관하고 계시던 소중한 자료를 기증해 주신 분들을 위해 전시 오프닝 행사에 가족분들과 함께 초청하고 감사장을 드렸습니다. 앞으로도 헤리티지홀을 임직원들의 이야기와 사료를 모으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며 계속 사료를 기증받고 있습니다.”




여러 자료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돌아온 야생마’라고 적힌 헤라칼이었습니다. 도색 작업 전 차체를 살펴보고, 수정하는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사용하던 용품이죠. 이 헤라칼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퇴임을 앞둔 선배가 자신의 자부심을 아로새긴 헤라칼을 기술자로서의 사명감을 담아 후배에게 물려준 것입니다. 




이어지는 전시 공간인 ‘작업자의 방’은 실제 사용하던 집기들로 꾸민 것이 특징입니다. 일례로 캐비닛 속에는 시대별 작업복을 넣었고, 전시 테이블 위에는 70년대부터 모아온 월급봉투, 급여명세서, 사원증, 포스터 대회 경연작 등 다양한 자료를 두었습니다. 김경예 책임매니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현대차는 임직원들의 끊임없는 열정과 헌신으로 세계 자동차 역사상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발전을 일궈 왔고, 그러한 성장의 발자취를 전동화 시대에도 이어나갈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이번 전시에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차가 그려왔으며 앞으로도 그려나갈 여정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이뤄낸 힘도, 앞으로 새로운 꿈을 이뤄갈 원동력도 사람이죠. 그래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전시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한 것은 아이오닉 5 N이었습니다. 아이오닉 5 N이야말로 수많은 꿈이 담긴 자동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현대차의 모든 이들은 바쁘게 달려왔습니다. 고유모델 포니를 만들고, 전 세계 수출길에 오르고, 100% 국산 기술로 엑센트를 만들고, 전기차의 선행 연구에 나서는 등 정말 많은 일을 해왔죠. 이는 온전히 현대차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아이오닉 5 N과 같은 고성능 전기차가 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죠.


이처럼 차곡차곡 쌓인 현대차 임직원들의 꿈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서사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콘셉트카였던 포니 쿠페의 디자인을 계승해 2022년 재탄생한 ‘N 비전 74’는 꿈이 계승되고,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오래된 미래’ 전시에서 분명히 느낀 것이 있습니다. 현대차의 역사에는 모두의 꿈과 노력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죠. 이번 전시가 함께 역사를 만들어낸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편지처럼 느껴진 이유입니다.



사진. 조혁수


https://youtu.be/E-D7RFaK7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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