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뷰론 복원 프로젝트, 그 두번째 이야기.
현대자동차의 첫 번째 독자 개발 스포츠 모델인 티뷰론이 출시되면서 본격적인 국산 스포츠카의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1996년 4월 등장한 티뷰론은 성장기로 접어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스포츠 모델의 역할을 톡톡히 했죠. 성능도 성능이지만 티뷰론이 뜨거운 인기를 누리게 된 비결은 바로 디자인입니다. 쿠페 특유의 날렵한 실루엣을 갖춘 티뷰론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티뷰론 복원 프로젝트 두 번째 이야기는 티뷰론의 아름다운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티뷰론 개발에 참여했던 디자이너와 티뷰론 상품 운영 담당자, 그리고 티뷰론을 소유했던 칼럼니스트와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전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티뷰론 복원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허장혁 씨는 티뷰론을 보자마자 매료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티뷰론을 처음 만났을 때를 추억하며 소회를 밝혔는데요, “정말 갖고 싶다. 정말 멋지다”라는 그의 표현에서 당시 티뷰론의 강렬한 첫인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티뷰론은 이처럼 디자인 하나만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각진 세단이 주를 이뤘던 시대에 날렵한 쿠페 스타일의 입지는 독보적이었습니다. 티뷰론은 ‘아빠차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 차’라는 설명에 정확히 부합하는 모델이었죠. 1990년대에는 젊은 세대의 문화가 ‘기성세대’와 뚜렷하게 구분되었습니다. 소비의 중심이 30대에서 10~20대로 완전히 옮겨갔죠.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자동차로 표현하기를 원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티뷰론은 더없이 특별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동차 전문지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이동희 칼럼니스트의 말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고 합니다. 특히 미국과 이탈리아 시장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 <오토카(Autocar)> 등 해외 유명 매체에서도 티뷰론에 상당한 관심을 표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주목했던 부분도 다름 아닌 티뷰론의 디자인이었죠. 이처럼 티뷰론은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현대자동차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였습니다.
티뷰론은 출시한 지 28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말끔하게 복원된 모습에서 티뷰론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죠. 오랜 세월 동안 생명력을 잃지 않은, 여전히 날렵하고 역동적인 모습에서 당시 현대차 디자인의 힘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런 티뷰론의 디자인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시 티뷰론 디자인 개발을 담당했던 최출헌 디자이너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티뷰론을 비롯해 다양한 현대차 모델을 디자인했던 그는 티뷰론 디자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최출헌 디자이너는 티뷰론 디자인이 현대차의 콘셉트카 HCD-1에서 시작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HCD-1은 수면 위로 뛰어올라 빠르게 입수하는 돌고래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죠. 당시 HCD-1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디자인이었습니다. 기존 자동차 디자인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 차체의 형태와 곡선을 이용해 동물적인 형상을 묘사했거든요. 특히 근육질의 조형과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은 차체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1992년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HCD-1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선정한 ‘올해의 콘셉트카’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죠. 이듬해 현대차는 같은 장소에서 HCD-2를 공개했습니다. HCD-1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면, HCD-2는 정제된 세련미를 강조한 모습이었죠. 이는 양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진화였습니다. 그렇게 HCD-1과 HCD-2를 바탕 삼아 티뷰론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티뷰론의 디자인을 온전히 현대차의 힘으로 완성했다는 점입니다. 자동차 디자인은 디자이너 혼자서 할 수 없는 작업입니다. 엔지니어와 모델러, 금형 기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 완성하는 것이죠. 과거에는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해 디자인 전문 회사가 여럿 존재했습니다. 현대차 역시 그런 회사와 협업을 하곤 했죠.
하지만 현대차는 외부의 도움 없이 내부에서 티뷰론의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죠. 엔지니어가 설정한 기준에 맞춰 곳곳을 조율하고, 모델러가 깎은 클레이 모델을 세심하게 수정하고 다듬는 등 디자인 개발 과정에서 끊임없는 수정을 반복했으며, 이는 모두 사람의 손으로 이뤄졌습니다. 즉, 티뷰론은 수많은 전문가들의 손끝에서 완성된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티뷰론의 출시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티뷰론 오너들이 자신의 차량을 취향에 맞게 꾸미는 튜닝을 활발하게 진행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서로의 자동차를 비교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흥미로운 문화도 티뷰론 동호회를 통해 확산됐죠. 티뷰론 오너들은 동호회를 통해 서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의 취향을 확인하며 다 함께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이처럼 티뷰론은 국내 자동차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당시 티뷰론에 대한 국내외 칼럼니스트들의 평가와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유서 깊은 국내 자동차 전문지인 <자동차생활>의 경우 티뷰론을 일본에 가져가 현지의 경쟁 모델과 비교 시승 평가를 진행하거나 저명한 해외 자동차 칼럼니스트를 한국으로 초청해 티뷰론을 면밀히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당 매체의 기자로 근무했던 이동희 칼럼니스트는 해외 칼럼니스트 및 언론 매체의 반응을 소개하며 이를 통해 티뷰론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고, 결국 티뷰론 오너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낡은 티뷰론이 완벽하게 복원되는 모습을 자세히 담고 있습니다. 티뷰론의 상징적인 컬러 중 하나인 ‘퍼니 레몬’ 컬러로 말끔히 도색을 마치고, 수리된 엔진을 비롯해 도어와 인테리어 부품, 휠 등이 조립되는 모습에서 티뷰론의 재탄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허장혁 씨는 티뷰론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완벽하게 복원된 티뷰론을 오늘 다시 운전하는 느낌은 어땠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3명의 드라이버가 트랙에서 경험한 티뷰론의 주행 느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글. 김장원
영상. HMG 저널
사진. 조혁수
자료협조. 자동차생활(https://www.instagram.com/carlife_archives/),
모터매거진(https://www.motor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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