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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Oct 15. 2024

완성된 티뷰론, 다시 꿈을 안고 달리다

티뷰론 복원 프로젝트, 그 세번째 이야기.



1년에 걸친 대장정의 결말이 가까워졌습니다. 약 30년 전 젊고 활기찼던 시절의 자신을 되찾고, 티뷰론과 함께했던 열정을 고스란히 되살리고 싶다는 주인공 허장혁 씨. 그의 바람이 담긴 티뷰론 복원 프로젝트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우선, 티뷰론은 성공적으로 복원됐습니다. 모든 부품을 탈거해 깨끗하게 손봤고 차체, 엔진, 변속기, 서스펜션, 내장재까지 신품에 가까운 상태로 복원됐죠. 




하지만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티뷰론과 다시 한번 트랙 주행을 즐기고 싶다는 주인공의 바람이 실현되려면, 그게 가능한 상태로 복원됐는지 알아봐야겠죠. 복원을 마친 티뷰론의 성능을 확인하고자 주인공 허장혁 씨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고성능차시험팀 정지용 책임연구원(이하 책임), 레이싱 드라이버이자 자동차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강병휘 선수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두 사람 역시 주인공처럼 티뷰론에 오랜 추억과 애틋한 감정, 그리고 설렘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추억과 더불어 자동차 전문가의 입장에서 살펴본 티뷰론의 성능은 어땠는지 소개합니다. 




20년의 인연, 다시 모인 레이서들이 말하는 티뷰론과의 추억



세 사람은 20여 년 전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에서 함께 달렸던 사이라고 합니다. 차와 운전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당대 국내 최고의 아마추어 레이스인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에서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분명히 있었겠죠. 


허장혁 씨와 정지용 책임은 티뷰론 동호회인 TOG(Tiburon Owners Group)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고, 함께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에 출전했다고 합니다.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던 강병휘 선수는 티뷰론을 소유하진 않았지만,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에 참가해 세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하는데요. 20년의 세월이 흘러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다시 모인 데는 이번에 복원된 티뷰론이 계기가 됐죠. 



정지용 책임(위)과 허장혁 씨(아래)가 과거 소유했던 티뷰론. 두 사람의 추억이 담긴 사진에서 티뷰론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허장혁 씨와 정지용 책임은 함께 티뷰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습니다. 허장혁 씨는 1998년 말 티뷰론을 구입해 각종 튜닝을 곁들여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몄다고 합니다. 범퍼, 오디오, 휠/타이어, 배기 장치 등에 본인의 개성을 녹여내고 운전의 즐거움을 높여주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튜닝했다고 말했습니다. 티뷰론 중고차 시세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튜닝으로 지출했다고 하니,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겠죠. 


정지용 책임은 티뷰론 출시 직후인 1996년 5월에 티뷰론 흰색 수동변속기 모델을 출고해 TOG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습니다. 휠과 타이어는 물론 서스펜션, 클러치, 캠샤프트 및 흡·배기와 같은 퍼포먼스 튜닝부터 운전대, 버킷 시트, 리어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등 드레스업 튜닝까지 안 해본 튜닝이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특히 정지용 책임은 티뷰론과 함께하는 동안 쌓은 경험과 추억을 바탕으로 현대차 연구원이 되겠다는 꿈을 확고히 다졌다고 합니다. 




반면, 강병휘 선수는 티뷰론을 직접 구매하고 보유한 적은 없습니다. 그가 선택한 첫 차는 현대차 스쿠프 터보였고, 이후엔 클릭을 구입해 클릭 스피드 페스티벌에 출전했다고 합니다. SCF(Sports Coupe Family)라는 스쿠프 동호회에 가입해 와인딩 주행을 즐겼다고 하죠. 강병휘 선수와 티뷰론의 남다른 인연은 그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운명적으로 이뤄졌습니다. 학교 앞 골목길에서 우연히 만난 티뷰론을 보고 초면인 오너에게 태워줄 수 없겠냐는 무리한 부탁을 했는데, 선뜻 승낙해준 덕분에 티뷰론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트랙에서 다시 만난 티뷰론



세 사람과 티뷰론의 인연은 이토록 끈끈했습니다. 오늘 세 사람이 모인 이유는 뜻깊었던 추억을 되살리는 것도 있지만, 복원이 끝난 티뷰론의 주행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서입니다. 허장혁 씨는 개인적인 향수에서 비롯된 감각이 아니라 티뷰론의 객관적인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두 사람에게 부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지용 책임이 티뷰론의 운전대를 먼저 잡았습니다. 소싯적 진한 우정을 나눈 친구와 오랜만에 만난 듯 향수에 젖어 연신 감탄하는 그의 모습에서 티뷰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정지용 책임은 트랙 위에서 다시 운전해본 티뷰론의 주행 성능이 옛날 그대로라며 “완벽에 가까운 상태로 복원됐다”고 평가했습니다. 2.0 베타 엔진 특유의 진동과 회전 질감, 기어 레버의 조작감, 클러치를 체결할 때의 느낌, 코너를 돌 때마다 느낄 수 있는 주행 감각 등이 전부 30여 년 전의 모습 그대로라고 말했죠. 




고성능차를 개발하는 연구원답게 날카로운 분석도 이어갔습니다. 기존보다 다소 단단한 승차감과 미묘하게 달라진 핸들링 성능을 알아본 것이죠. 사실 그 이유는 순정 스프링과 댐퍼 대신 감쇠력 조절식 코일오버 쇽업소버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티뷰론의 스포츠 주행을 염두에 둔 성능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고, 주행 상황과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감쇠력과 차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로 했거든요. 




그럼 현역 레이서이자 다양한 차종을 시승하고 평가하는 전문 칼럼니스트의 입장에서 꼼꼼히 살펴본 강병휘 선수의 평가는 어땠을까요? 강병휘 선수는 티뷰론에서 과거의 향수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는 감상을 남겼습니다. 최고출력 약 150마력의 적당한 출력, 운전자의 의지대로 조작할 수 있는 5단 수동변속기의 묘미, 노면 위에서 달라지는 앞바퀴의 움직임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유압식 파워 스티어링 기어에서 활기차고 생생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강병휘 선수는 각종 전자제어 장비들이 탑재된 요즘의 자동차와 달리 티뷰론에는 경량 스포츠카의 감성이 듬뿍 담겨 있어서 운전할수록 즐거움이 진해진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실제로 티뷰론 수동변속 모델의 공차중량은 1,160kg으로, 지금의 아반떼보다 100kg이나 가볍습니다. 출력이 강하지 않은데도 경쾌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평가를 마친 강병휘 선수는 이 한 문장으로 티뷰론의 매력을 표현했습니다. “티뷰론은 밟으면 밟을수록(속도를 높일 수록) 더욱 생기가 도는 그런 차예요.” 




모든 테스트 주행을 마친 뒤 정지용 책임은 티뷰론이 지금의 현대차에 미친 영향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티뷰론이 뛰어난 기본기와 잠재력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한 덕분에 현대차는 성능 지향적인 모델을 계속 개발할 수 있었어요. 티뷰론은 지금의 현대차 라인업에 많은 영향을 미친 모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티뷰론 복원 프로젝트의 이야기가 막을 내렸습니다. ‘티뷰론을 다시 만나고, 함께 달리고 싶다’는 꿈을 오랜 세월 품어왔던 주인공 허장혁 씨의 바람대로 티뷰론은 성공적으로 복원됐습니다. 정지용 책임과 강병휘 선수가 트랙 테스트에서 검증했듯이 과거의 성능과 감각을 오롯이 갖추고 돌아왔죠. 주인공과 정지용 책임, 강병휘 선수의 추억 속에 존재했던 것처럼 티뷰론은 누군가에게 꿈이고 희망이었습니다. 현대차, 그리고 대한민국 자동차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알린 티뷰론이 과거의 모습 그대로 현재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일 아닐까요. 



글. 이세환

영상. HMG 저널

사진. 조혁수

자료협조. 자동차생활(https://www.instagram.com/carlife_archives/), 

모터매거진(https://www.motor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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