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영역에 도전한 아이오닉 9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살펴본 외장 디자인
그동안 위장막 속에 디자인을 꽁꽁 숨겨왔던 현대자동차의 3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9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수많은 스파이샷과 다양한 예상도가 등장했을 만큼 현대차의 전동화 대형 SUV에 거는 소비자들의 기대도 굉장했다. 베일을 벗은 아이오닉 9은 보닛부터 후면의 지붕 끝단까지 매끄럽고 완만하게 이어진 실루엣으로 눈길을 끌었다. 공력 성능(Aerodynamics)과 미학(Aesthetic)이 절묘하게 결합한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 실루엣이었다. 루프 라인뿐만이 아니다. 차체 끝의 경계나 굽은 부위를 전부 둥글린 디자인에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 밖에도 아이오닉 브랜드의 혈통을 상징하는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 매끈한 차체를 돋보이게 해주는 기능 집약적인 디자인과 감각적인 선의 조화, 물살을 가르는 한 척의 보트처럼 맵시 있게 안으로 오므린 뒷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오닉 9의 디자인에는 이처럼 완성도 높은 디테일이 가득했다. 이와 관련해 한층 풍성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아이오닉 9의 외장 디자인을 담당한 현대외장디자인2팀 이우현 책임연구원, 이형수 책임연구원을 만났다.
Q. 아이오닉 9의 외장 디자인 콘셉트는 ‘에어로스테틱(Aerosthetic)’으로 알고 있다. 이 개념은 정확히 무엇이며 아이오닉 9의 외장 디자인에 어떻게 반영했는가?
이우현 책임 | 전기차의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주행 가능 거리로, 공력 성능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와 함께 주행 안정성을 높이고자 공력 성능 중심의 디자인 방향성을 정했으며, 미적으로도 아름답고 군더더기 없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에어로스테틱’이라는 합성어를 만들고, 이를 주요 콘셉트로 정했다. 아이오닉 9은 기존의 SUV처럼 A필러가 곧게 서 있지 않고 완만하게 누워 있다. 보닛부터 A필러, 루프 라인을 따라 매끄럽고 우아하게 이어지는 사이드 실루엣을 디자인하고,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요소들을 적용해 중형 세단과 유사한 수준인 공기저항계수 0.259의 놀라운 수치를 달성했다.
Q. 아이오닉 6가 현대차 역대 최고의 공력 성능을 달성해 여유로운 주행 가능 거리를 구현했다면, 아이오닉 9은 공력 성능과 더불어 3열까지 편안한 생활 공간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그 개발 배경 및 과정이 궁금하다.
이형수 책임 | 아이오닉 9은 현대차의 전동화 대형 SUV이기 때문에 공력 성능과 실내 공간 중 하나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오닉 5의 편안한 공간성과 아이오닉 6의 공력 성능을 두루 갖춘 3열 SUV를 목표로 디자인 개발을 진행했다.
아이오닉 9을 보면 폭이 넓은 차체가 뒤로 갈수록 안으로 말리는 보트 테일 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트 테일은 선박이나 보트의 동체를 유선형으로 만들어 유체 저항을 줄이는 기법으로, 차에 적용할 경우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숄더 볼륨을 강조하면서 마치 널찍한 라운지와 같은 실내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아이오닉 9의 디자인에는 우수한 공력 성능과 넓고 편안한 공간의 장점이 모두 담겨 있다.
Q. 매끈한 루프 라인 외에도 에어로스테틱 디자인이 강조된 곳이 있다면 어느 부분인가?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요소, 기능과 디자인이 잘 어우러진 요소들이 있다면 함께 설명 부탁드린다.
이우현 책임 | 차체에 바짝 붙은 디지털 사이드 미러 역시 에어로스테틱 콘셉트가 잘 반영된 부분이다. 아이오닉 9의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차체와 끊김 없이 이어지고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로 디자인하면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두께를 최대한 줄였다. 실제로 아이오닉 9의 공기저항계수 0.259는 디지털 사이드 미러를 장착한 19인치 휠의 후륜구동 모델에서 달성할 수 있는 수치다.
또 다른 요소는 휠 아치다. 휠 아치의 전반적인 형태는 다른 SUV에서 볼 수 있는 각진 느낌이지만, 바퀴와 휠 아치 사이의 빈틈을 최대한 줄여 공기 흐름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아울러 바퀴 쪽 휠 아치의 테두리를 안쪽으로 둥글게 말아 디자인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공기역학적으로 도움이 되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아이오닉 9의 휠 아치는 공력 성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굉장히 특색 있고, 아이오닉 9을 돋보이게 하는 특별한 디자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도 차체의 경계나 모서리를 전부 둥글리고 공기 흐름이 자연스럽게 박리(표면으로부터 떨어지는 것)되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Q. 기능적인 요소들을 간결하게 구분 지어 배치한 전면부 인상이 아주 깔끔해 보인다. 아이오닉 9의 전면부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으며, 여기엔 어떠한 특징이 담겨 있나?
이형수 책임 | 초기 디자인 과정부터 기능적인 요소들을 모두 블랙 가니시 영역에 집어넣어, 차체가 최대한 간결하고 모던해 보이게끔 의도했다. 내연기관차의 라디에이터 그릴에 해당하는 프런트 그릴 영역의 경우 서킷 보드(Circuit Board, 회로 기판)에서 영감을 얻어 램프, 카메라, 센서와 같은 다양한 기능 요소들이 정교하게 조립된 전자기기 회로판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내부가 보이는 덮개로 그 위를 감싸 매끈한 표면의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
Q.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이 적용된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가 아이오닉 9의 전면부 인상을 좌우한다. 램프 디자인의 특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우현 책임 |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로 이뤄진 주간주행등을 높게 배치해 차가 크고 넓어 보이게끔 디자인했다. 전동화 대형 SUV에 어울리는 웅장함을 과감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좌우 끝에 수직으로 배치한 헤드램프 역시 이런 느낌을 한층 강조한다. 파라메트릭 픽셀 램프를 비롯해 범퍼의 블랙 가니시 안에 자리 잡은 조형 요소들은 한글 모음 ‘ㅁ’과 한국 전통 창호의 창살에서 영감을 얻었다. 투명 덮개 내부의 조형 요소들은 픽셀 램프 모듈과 최대한 동일한 크기로 구현해 디자인 완성도를 높였고, 이는 아이오닉 9의 정교한 디테일을 강조한다.
Q. 측면에서는 아이오닉 9 특유의 공기역학적인 실루엣이 돋보인다. 이와 더불어 아이오닉 9의 측면 디자인을 완성하는 고유의 특징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린다.
이형수 책임 | 아이오닉 9의 외장 디자인에서 가장 큰 특징은 유려한 사이드 실루엣이다. 이 밖에도 몇 가지의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가 존재한다. 첫째는 리어 펜더 앞의 대각선 라인이다. 한복 저고리의 동정과 깃에서 볼 수 있는 날렵하고 우아한 느낌을 고스란히 담고 싶었다. 디자인팀 내부에서 ‘한복 라인’이라고 부르는 이 라인은 리어 펜더 위쪽의 벨트 라인과 어우러져 아이오닉 9의 역동성을 강조한다. 휠 아치 상단의 장식과 차체 하단의 로커 패널 라인은 빛을 반사해 측면 인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차체의 깊이감과 입체감을 높이는 효과를 자아낸다.
앞에서 뒤까지, 차체 하단을 가로질러 우아하게 솟구치는 블랙 가니시도 아이오닉 9의 디자인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다. 디자인 용어로 워터라인(Water Line)이라고 부르며, 선박의 흘수선(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수면과 경계를 이루는 선)에서 기인한 자동차 디자인 요소다. 이 부분은 유려하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과 대조를 이뤄 뒤로 갈수록 유선형을 이루는 아이오닉 9의 역동적인 인상을 뒷받침한다.
Q. 후면부에서는 대형 SUV에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가 물씬해 보인다. 테일게이트의 테두리를 둘러싼 픽셀 리어 램프가 이를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내는 듯하다. 여기엔 어떤 의도가 담겨 있나?
이우현 책임 | 높고 넓은 차체에서 비롯된 웅장한 인상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테일게이트의 테두리에 수직형 리어 램프와 하나처럼 이어진 HMSL(High Mounted Stop Lamp, 보조 제동등)을 배치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테일게이트 상단의 HMSL이 점등하면서 리어 램프와 짝을 이뤄 전동화 대형 SUV에 어울리는 당당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리어 램프와 HMSL의 파라메트릭 픽셀은 미래지향적인 전기차의 인상을 강조하고, 아이오닉 모델임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
아울러 전면부와 마찬가지로 빌트인 캠, 후방 카메라, 디지털 센터 미러 등 각종 카메라를 비롯해 픽셀 패턴의 후진등 및 반사등과 같은 기능적인 요소들은 모두 블랙 가니시 영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특히 후방 시야를 위한 3개의 카메라가 짜임새 있게 정렬해 있는 부분은 스마트폰의 후면 카메라처럼 정교한 느낌이 들도록 의도한 디자인이다. 이로써 초기 디자인 과정부터 목표했던 것처럼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으면서 모던한 감각의 뒷모습을 완성할 수 있었다.
Q. 리어 램프 외에도 아이오닉 9의 외장 디자인에서 전동화 대형 SUV의 가치와 매력이 드러난 부분이 있다면 추가로 설명 부탁드린다.
이형수 책임 | 겉으로 드러나는 인상 자체도 대담하고 웅장한 대형 SUV의 분위기가 물씬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한 브랜드의 최상위 모델에 걸맞은 꼼꼼한 디테일이 가득하다. 한복 라인은 사이드 캐릭터 라인에 풍성한 묘미를 더하는 시도다. 측면의 깔끔한 면이 리어 펜더를 지나 쿼터 패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면 조금 밋밋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한복 라인을 통해 리어 도어부터 새로운 디자인 아키텍처가 구축되고, 이는 아이오닉 9의 역동적인 인상을 만드는 동시에 멀리서도 아이오닉 9의 디자인 정체성을 강렬히 알릴 수 있는 요소로 기능한다.
공력 성능 차원에서 꼼꼼히 신경 쓴 디테일도 수두룩하다. 경계를 이루는 어느 부위 하나 할 것 없이 모난 부분이 없게끔 다듬었고, 리어 범퍼 하단의 공기 흐름을 돕는 에어 디퓨저 역시 공기역학적인 고민이 많이 담긴 부분이다. 충전구 내부 디자인이나 빈틈이 없도록 세심하게 마감한 프렁크 주변과 같은 그레이 존(Grey Zone,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영역)까지 모든 부위에 의도를 담아 아이오닉 9에 어울리는 가치와 꼼꼼한 품질을 구현하고자 했다.
Q.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으로 완성한 휠의 디자인도 소개가 필요할 듯하다.
이우현 책임 | 아이오닉 9의 모든 휠에는 주행 가능 거리 확보를 위해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을 반영했다. 프레스티지 모델의 21인치 휠은 공력 성능을 고려해 휠 개구율(휠의 표면에서 빈틈의 비율)을 조절한 바람개비 모양을 적용하고, 휠 캡에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경량화에도 신경 썼다. 아울러 휠 아치를 유광 블랙으로 처리한 기본 모델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견고한 느낌을 강조했다. 19인치 휠 역시 비슷한 디자인을 적용해 어떤 휠을 선택해도 소비자들이 심미적으로 만족할 수 있도록 했다.
캘리그래피 모델의 21인치 휠은 비행기의 터빈 엔진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공기역학적인 성능을 높이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위해 휠 림(휠의 테두리)의 두께부터 스포크의 형상과 사이즈까지 고민하고 다듬은 흔적이 많이 담긴 디자인이다. 대형 SUV의 품격과 가치를 오롯이 경험하고 싶다면 캘리그래피 모델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Q. 전기차 시장의 중심이 소형차에서 중대형급 SUV로 바뀌고 있다. 3열 전기 SUV 시장도 커지고 있는데, 아이오닉 9의 디자이너로서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린다.
이우현 책임 | 현대차의 디자인 룩은 고객 중심의 디자인(Customer Centric Design)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패밀리 룩을 조금씩 바꿔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폰부터 킹까지 다양한 체스의 말처럼 목적과 용도, 고객의 수요에 따라 전체 라인업에 걸쳐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발 빠르게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함은 현대차 디자인팀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오닉 9의 외장 디자인은 다른 브랜드가 대형 SUV에서 고안할 수 없었던 USP를 발굴하고, 이를 활용해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세심한 디테일을 경험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완성됐다. 아이오닉 9과 함께한다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고 오래도록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영속성 있는 디자인(Timeless Design)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아이오닉 9의 디자인이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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