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근골격계 부담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지난 11월 27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제조 공정을 비롯한 여러 산업 영역에서 활용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의 공개 행사를 개최하고 사업화 계획을 발표했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해당 행사는 현대차그룹의 웨어러블 로봇 브랜드 ‘엑스블(X-ble)’을 소개하고, 작업자의 상완(어깨) 근육을 보조하는 엑스블 숄더의 기술적 가치와 상품성을 알리는 자리였다.
‘엑스블’은 외골격(eXoskeleton)과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알파벳 ‘X’에 무엇이든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의 ‘able’을 더한 합성어다. 현재 현대차그룹에서 웨어러블 로봇 기술 개발은 로보틱스 기술 전문 연구 그룹인 ‘로보틱스랩(Robotics LAB)’이 주도하고 있다. 로보틱스랩은 이번에 처음 판매를 시작하는 엑스블 숄더 뿐만 아니라 무거운 짐 운반 시 허리를 보조하는 ‘엑스블 웨이스트(X-ble Waist)’와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엑스블 멕스(X-ble MEX)’ 등을 개발 중이다.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상무가 환영사와 함께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의 시작을 알렸다. 그는 엑스블 숄더 프로젝트가 2018년 현대자동차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의 피드백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자동차 조립 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장비를 연구해왔다고 전했다. 이후 기술 개발 및 성능 개선 과정에도 현장의 의견을 지속 반영해 엑스블 숄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현동진 상무는 웨어러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지 않고, 사람과 함께하는 기술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더 많은 사람들이 웨어러블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엑스블 숄더의 기술 설명은 관절로보틱스팀 윤주영 팀장이 맡았다. 그는 발표 시작과 함께 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하는 '윗보기 작업'은 회전근개(어깨와 팔을 연결하는 근육)를 비롯한 어깨 근육과 관절에 많은 부하를 주는 자세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반복된 윗보기 작업은 근골격계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윤주영 팀장의 발표에 따르면, 로보틱스랩은 자동차 조립 공정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윗보기 작업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모션센서를 활용해 작업자의 실제 동작을 측정하고 인체 해석 모델 분석을 통해 작업 중 근육과 관절의 부하를 데이터화 했다. 이처럼 면밀한 분석을 통해 개발된 엑스블 숄더를 사용하면 어깨 관절 부하를 최대 60% 경감하고,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30% 줄일 수 있다.
이어서 윤주영 팀장은 엑스블 숄더가 무동력 토크 생성 구조로 설계돼 가볍고 관리가 편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조력을 생성하는 근력 보상 모듈은 크랭크 축과 멀티링크, 스프링으로 구성된다. 스프링의 탄성 에너지가 멀티링크를 통해 크랭크 축에 회전력 형태로 전달되어 착용자의 상완 근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멀티링크는 6절 링크 구조로 각 링크의 길이와 결합 위치를 조절하면 작업 환경별 최적의 보조력을 생성할 수 있다.
또한 그는 근력 보상 모듈 내부 부품들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과 유리섬유로 제작해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의 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중량은 40% 경감시켰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동작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 확보를 위해 자동차 신뢰성 평가 기준을 접목한 가속 내구 시험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기술 설명 이후, 로보틱스사업1팀의 김영훈 팀장이 무대에 올라 엑스블 숄더의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전 세계 55세 이상의 노동자 수가 2030년에 1억 5,0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며 근로자 고령화로 인해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도 역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바라봤다. 이에 따라 엑스블 숄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웨어러블 로봇에 대한 높은 사업적 가치를 강조했다.
김영훈 팀장은 엑스블 숄더를 현대차·기아 생산 부문에 우선 공급하고 향후에는 27개의 계열사에 보급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건설/조선/항공/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타기업까지 판매처를 확대하고 유럽과 북미 등 해외 시장 진출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팀장은 엑스블 숄더를 기업 대상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고객의 구매 문의를 접수한 뒤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납품을 시작할 계획이다. 엑스블 숄더 판매는 단순히 하드웨어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 로보틱스랩은 고객의 공정 분석과 작업자의 근골격계 부담 평가를 통해 제품 도입 적합성에 대한 컨설팅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김영훈 팀장은 향후 웨어러블 로봇의 하드웨어 개선과 함께, 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산업 안전 솔루션을 선보이겠다고 언급하며 발표를 마쳤다.
이어서 발표자들과 참석 기자단 간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언론 매체가 주로 주목한 부분은 상세 판매 계획을 비롯한 사업화 관련 내용이었다. 김영훈 팀장은 판매 방식에 대한 질문에 하드웨어 단독 판매가 아닌 맞춤형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제품임을 강조했고, 제조 산업을 비롯해 건설, 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수요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에는 제품 전시 및 기술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전시존에는 제품 설명과 함께 근력 보상 모듈 내부 부품을 전시했다. 실제 내구성 시험 환경과 장비도 공개해 현장감을 더했다. 또한 엑스블 숄더를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군의 작업복을 전시했다.
한편 체험존에서는 엑스블 숄더를 직접 착용해 볼 수 있었다. 착용 방법은 간단했고, 혼자서도 착용이 가능했다. 조끼를 입고 지퍼를 잠근 뒤 양팔에 근력 보상 모듈을 차례로 고정하면 된다. 메시 소재의 조끼는 통풍이 원활하고 유연성이 높아 착용감이 뛰어났다. 제품 총 중량은 약 1.9kg으로 신체 부담이 거의 없었다. 특히 착용 후에도 양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팔을 내리거나 앉아서 휴식을 취할 때도 움직임을 방해받지 않아 이질감 없이 편안한 첫인상을 안겨줬다.
엑스블 숄더 착용 후 윗보기 작업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실제 현장을 모사하기 위해 현대차그룹 E-GMP 플랫폼 모형이 설치되어 있었고, 전동 드릴을 사용해 얇은 철판을 모형 하부에 결합해 보았다. 전동 드릴을 쥔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누군가가 내 팔을 위로 밀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는 엑스블 숄더의 근력 보상 모듈이 생성하는 보조력임을 알 수 있었다. 체험하는 동안 약 3kg의 전동 드릴 무게가 가볍게 느껴졌고, 어깨에 느껴지는 부담도 없었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엑스블 숄더의 체감 효과는 컸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장시간 작업을 이어가는 근로자들이 사용한다면 근골격계 부담이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기대됐다.
현대차그룹은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인류에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진보에 앞장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기술이 더해질 미래 모빌리티 시대가 더욱 기대된다.
사진. 조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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