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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Dec 13. 2024

드라이버즈 챔피언을 향한 현대 월드랠리팀&티에리 누빌

티에리 누빌이 드디어 드라이버즈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WRC 2024 시즌은 현대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에 뜻깊은 한해로 남았다.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Thierry Neuville)이 처음으로 드라이버즈 챔피언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로써 현대팀은 2019 시즌과 2020 시즌에서 ‘2년 연속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이라는 영광에 이어서 이번에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 획득이라는 쾌거까지 거두게 됐다. 게다가 누빌은 지난 11년간 현대팀과 동고동락한 드라이버라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더욱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랠리 챔피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 온 현대팀과 누빌의 지난 여정을 되짚어봤다.




현대자동차, WRC에 출사표를 던지다


현대차는 티뷰론 기반 F2 랠리카로 WRC에 뛰어들었다


현대자동차가 WRC에 출사표를 던진 것은 지난 1998년이었다. 1990년대 초반 호주의 전설적인 드라이버 웨인 벨(Wayne Bell)을 통해 지역 랠리와 아시아 태평양 랠리 챔피언십(APRC)을 간접 체험한 현대차가 직접 랠리카를 만들어 F2 클래스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티뷰론을 개조한 F2 랠리카에는 케네스 에릭슨(Kenneth Eriksson)과 웨인 벨, 그리고 알리스터 맥레이(Alister McRae)가 탑승했다. 데뷔 첫해인 1998년에는 2번의 포디엄 피니시로 경험을 쌓았고, 이듬해에는 우승 5회를 포함하여 10번이나 포디엄에 오르며 랠리 세계에 빠르게 적응해 갔다.



현대차와 영국 MSD가 함께 개발한 베르나(현지명 엑센트) WRC로 2000년 월드랠리카 클래스에 참전했다


2000년부터 현대차는 상위 클래스에서 본격적인 WRC 챔피언 도전에 나섰다. 당시 WRC 최고 클래스인 월드랠리카에서는 평범한 양산차를 네바퀴굴림 고성능 랠리카로 개조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는 네바퀴굴림 고성능 양산차가 있어야만 해당 클래스 참가가 가능했던 그룹A 시대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자동차 제조사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 1997년에 새로 도입한 규정 덕분이었다. 이때 랠리카 개발 노하우가 부족했던 현대차는 영국의 MSD(Motor Sport Developments)와 손잡고 베르나(현지명 엑센트) WRC를 완성했다. 지금도 모터스포츠 세계에서는 이처럼 경주차 개발에 특화된 전문 업체와 협업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현대팀은 2000년 제2전인 스웨덴을 시작으로 케네스 에릭슨이 뉴질랜드 5위, 호주에서 4위라는 성적을 내는 등 스코다와 미쓰비시를 제치고 제조사 성적 4위를 거두었다. 2001년 알리스터 맥레이가 영국에서 4위, 이듬해 뉴질랜드에서는 유하 칸쿠넨이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포디엄 등극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현대차와 MSD의 파트너십은 2003년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다.




WRC에 복귀한 현대팀, 랠리의 새 장을 열다



WRC를 떠난 약 10년의 공백기 동안 현대차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2012년 독일 알체나우 지방에 현대 모터스포츠를 세우고, 같은 해 파리모터쇼에는 i20 랠리카를 전시해 전 세계에 WRC 복귀를 예고한 것이었다. 8,200㎡ 규모의 알체나우 시설에 전 세계 전문가들이 모여들었고, 토요타팀과 푸조팀의 기술 책임자 출신인 미쉘 난단(Michael Nandan)이 현대팀의 WRC 프로그램을 이끌 감독으로 취임했다.



현대팀은 WRC 복귀에 맞춰 독일 알체나우에 둥지를 틀었다


2014년 WRC에 복귀한 현대팀의 드라이버진은 손색없이 꾸려졌다. 유호 하니넨(Juho Hänninen), 브라이언 부피에(Bryan Bouffier), 크리스 앳킨슨(Chris Atkinson)이 드라이버진으로 합류했고, 여기에 포디엄을 노릴 중책을 티에리 누빌이 맡았다. 더불어 스페인 출신의 베테랑 다니 소르도(Dani Sordo)가 그의 동료로 영입됐다.



누빌은 2012년 시트로엥 주니어 월드랠리팀 소속으로 WRC에 참여하며 떠오르는 신예로 주목을 받았다


1988년생의 벨기에 남부 출신인 누빌은 19세에 처음 랠리 경기에 참가해 이듬해 벨기에 왕립 자동차 클럽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벨기에를 대표하는 랠리 이벤트인 이프르 랠리에서 3위로 포디엄 피니시를 기록한 바 있다. 2012년부터는 시트로엥 주니어 월드랠리팀에 영입되어 WRC에 제대로 발을 들였다. 누빌은 당시 제3전 멕시코에서 3위로 자신의 첫 WRC 포디엄에 올랐고 그리스에서 다시 3위를 차지했다. 이후 이탈리아부터 핀란드, 독일, 호주까지 연속 2위를 차지하는 등 차세대 랠리 스타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는 세바스티앙 오지에(Sébastien Ogier), 야리마티 라트발라(Jari-Matti Latvala), 미코 히르보넨(Mikko Hirvonen) 등의 쟁쟁한 선배들과 싸워 얻어낸 결과였다. 이때 시즌 성적은 챔피언 오지에에 이어 2위였고, 이와 같은 누빌의 가능성에 주목한 현대팀에서 그를 재빠르게 영입한 것이었다. 




2014 시즌

2014 시즌은 현대차가 자체적인 역량으로 랠리카 제작 및 팀 운영을 꾸린 첫해였다. 당시 주요 팀들은 모두 메인팀과 세컨드팀을 확보하고 있었으며, 현대차 역시 이런 흐름을 따라 현대팀 외에 현대 모터스포츠 N의 2팀 체제를 구성했다. 누빌만이 현대팀에서 풀 시즌을 뛰었고 소르도, 하니넨, 앳킨슨, 부피에 그리고 뉴질랜드 출신의 헤이든 패든(Hayden Paddon)까지 5명의 드라이버가 세컨드팀을 오르내리며 탄력적으로 운용됐다. 



누빌은 2014 시즌 멕시코 랠리에서 3위로 첫 WRC 포디엄에 올랐다


개막전 몬테카를로 SS1에서 사고로 리타이어한 누빌은 스웨덴에서도 28위로 부진했다. 하지만 멕시코 랠리에서 3위로 포디엄에 오르며 현대차의 성공적인 WRC 복귀를 알렸다. 제7전 폴란드에서도 3위로 포디엄 피니시했다. 누빌은 제9전 독일에서 테스트 주행 중 경사진 포도밭을 구르는 큰 사고를 겪었다. 그러나 수리를 거친 i20 WRC에 다시 앉은 누빌은 눈부신 실력으로 개인 통산 첫 WRC 승리를 차지했다. 여기에 소르도가 2위로 원투 피니시. 현대팀은 창단 이후 첫 우승에 힘입어 제조사 챔피언십에서 폭스바겐팀, 시트로엥팀, M-스포트에 이어 4위라는 복귀 시즌 성적표를 받았다. 누빌의 드라이버 성적은 6위였다. 



2015 시즌 이탈리아 랠리에서 누빌이 3위로 포디엄에 올랐다


2015 시즌 

2015 시즌 현대팀은 업그레이드 버전 랠리카 투입이 늦어지며 시즌 초반을 힘겹게 보냈다. 드라이버진에서는 하니넨과 부피에가 빠지고 네덜란드 출신의 케빈 애브링(Kevin Abbring)이 테스트 드라이버 겸 파트타임 드라이버로 합류했다. 누빌은 제2전 스웨덴에서 선두에 올랐다가 막판에 오지에의 추월을 허용하며 2위로 밀렸다.


이탈리아에서는 패든이 2위, 누빌은 기계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3위에 오르며 더블 포디엄을 달성했다. 누빌은 시즌 후반 부진에 빠지며 최종전 영국 랠리에서 세컨드팀인 현대 모터스포츠 N으로 강등됐다. 현대팀은 소르도가 홈그라운드인 제12전 스페인에서 포디엄 피니시한 덕분에 제조사 챔피언십에서 M-스포트를 밀어내고 지난해보다 높은 3위에 올랐다. 드라이버 부문에서 누빌의 성적은 지난해와 같은 6위였다. 



2016 시즌 폴란드 랠리부터 본팀으로 복귀한 누빌은 마지막 3개 경기에서 모두 포디엄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6 시즌 

2016 시즌에는 중국 랠리가 새로 추가되었지만 홍수 때문에 취소되면서 13개 라운드만 열렸다. 개막전 3위로 포디엄에 오른 누빌은 이어진 스웨덴에서 기어박스 트러블로 득점에 실패하고 멕시코에서는 리타이어 하는 등 시즌 초반 부진에 시달렸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는 다시 세컨드팀(현대 모터스포츠 N)으로 강등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패든이 아르헨티나에서, 누빌이 이탈리아에서 세컨드팀 소속으로 우승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제조사 포인트가 분산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누빌은 폴란드 랠리부터 본 팀으로 복귀해 독일 3위, 프랑스 2위로 착실하게 점수를 챙겼다. 시즌 마지막 3개 경기에서는 모두 포디엄에 오르며 당시 최강인 폭스바겐팀을 위협했지만, 시즌 6승을 챙긴 오지에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대신 현대팀은 제조사 포인트에서 폭스바겐팀을 위협하며 2위로 부상했다.



누빌은 프랑스, 아르헨티나, 폴란드, 호주 랠리에서 우승하는 등 2017 시즌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했다


2017 시즌 

최강이던 폭스바겐팀이 퇴진한 2017 시즌에 토요타가 18년 만에 워크스팀으로 복귀했다. 아울러 기술 규정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기존 월드랠리카 규정을 크게 뜯어고쳐 출력과 덩치를 키우고 에어로파츠 디자인의 자유도를 늘린 것이었다. 현대팀은 기존 5도어 i20 WRC 대신 3도어 신형 i20 WRC를 투입했다. 기존의 2팀 체제는 하나로 통합되었다.


현대팀은 시즌 초반을 다소 힘들게 시작했지만, 누빌이 멕시코에서 3위로 포디엄에 오르면서 연달아 기세가 올랐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폴란드에서 우승하는 등 시즌 중반에 강력한 면모를 보인 누빌이 오지에를 리드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과 스페인에서 리타이어로 발목이 잡힌 누빌은 챔피언십 2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3위는 당시 M-스포트 소속이었던 오트 타낙(Ott Tänak)이었다. 제조사 챔피언십에서는 오지에와 타낙의 활약에 힘입은 M-스포트가 타이틀을 차지했고 2위 현대팀은 다음 시즌 우승을 기약했다. 폭스바겐팀 철수로 운전대를 잃은 미켈센은 시즌 막판에 현대팀의 식구로 합류했다.



2018 시즌 이탈리아 랠리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누빌은 시즌 후반에 부진을 겪으며 아쉽게도 챔피언십 2위를 기록했다


2018 시즌

현대팀은 미켈센과 누빌을 중심으로 드라이버진을 재편했다. 당시 미켈센은 폭스바겐팀에서 드라이버즈 챔피언십 3위를 세 번(2014~2016)이나 기록한 노련한 드라이버였다. 세 번째 차는 소르도와 패든이 나누어 탔다. 제2전 스웨덴에서 누빌이 우승을, 미켈센이 3위로 더블 포디엄을 차지했다.


다시 누빌이 프랑스 3위, 아르헨티나 2위 그리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서의 연속 우승 등 최고의 시즌 전반을 보냈다. 누빌은 이탈리아 최종 스테이지에서 오지에를 0.7초 차이로 추월해 우승컵을 빼앗았다. 하지만 핀란드와 터키에서 부진했고, 더구나 최종전 호주에서 리타이어하는 바람에 오지에가 여섯 번째 챔피언 타이틀을 가져갔다. 누빌은 겨우 18점 차로 2위에 머물렀다. 현대팀 역시 제조사 타이틀에서는 토요타에 이은 2위로 시즌을 마쳤다. 



안드레아 아다모 감독이 선임된 2019 시즌 현대팀은 WRC 복귀 후 첫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9 시즌 

현대팀의 새로운 드라이버 라인업은 랠리팬들에게 빅뉴스였다. 아홉 번의 시즌 우승으로 역대 최다 챔피언 타이틀을 보유한 전설적인 드라이버 세바스티앙 로브(Sébastien Loeb)를 파트타임 드라이버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드라이버 라인업이 완전히 개편되었다. 누빌만 풀 시즌 출전했으며 미켈센, 로브, 소르도가 나머지 2대의 차를 나누어 탔다. 시즌 후반에는 아일랜드 출신의 크레이그 브린(Craig Breen)이 합류했다. 또한 WRC 감독 자리에 커스터머 레이싱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안드레아 아다모(Andrea Adamo)가 새로 선임됐다.


누빌은 개막전 2위, 스웨덴 3위로 비교적 순조롭게 시즌을 시작했다. 제4전 프랑스 랠리와 제5전 아르헨티나 랠리에서 우승하며 타이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형 산불로 인해 최종전 호주 랠리가 취소되면서 현대팀은 스페인 랠리 이후 염원하던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이는 복귀 6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드라이버즈 타이틀에서 누빌은 큰 벽이던 오지에를 제칠 수 있었지만, 정작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당시 토요타 소속이던 타낙이었다. 스페인 랠리 우승으로 시즌 3승이었지만 이탈리아부터 터키까지 4연속 포디엄에 오르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로브는 6경기 출전해 칠레 랠리에서의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2020 시즌 누빌은 개인 통산 최초로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했다


2020 시즌

디펜딩 챔피언 타낙을 전격 영입함에 따라 드라이버 전력이 한층 보강되었다. 현대팀은 누빌과 타낙을 풀 시즌 출장시키고 소르도와 브린 그리고 티무 수니넨(Teemu Suninen)을 세 번째 차에 나누어 태웠다. 누빌이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시즌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는 개인 통산 첫 몬테카를로 우승컵이었다. 제3전 멕시코 랠리를 진행하던 도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기를 서둘러 마칠 수밖에 없었다.


이후 9월에서야 시즌이 재개되었는데, 에스토니아와 터키, 이탈리아 몬자 서킷까지 긁어 모아 챔피언십 최소 요건인 7개 라운드를 간신히 채울 수 있었다. 누빌과 타낙, 오지에, 에반스가 치열한 타이틀 경쟁을 벌인 끝에 오지에가 개인 통산 일곱 번째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모국 에스토니아에서 1승을 거둔 타낙이 3위였고 누빌은 에스토니아 랠리, 몬자 랠리에서 리타이어로 4위에 머물렀다. 터키 랠리에서는 로브가 3위에 올랐다. 제조사 타이틀에서 현대팀이 토요타를 5점 차이로 누르고 극적으로 2년 연속 챔피언을 차지했다. 



2021 시즌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북극권 랠리를 포함한 12개 라운드로 진행됐다


2021 시즌

2021 시즌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가운데 관중 없이 진행됐다. WRC는 개최가 불가능한 스웨덴, 칠레, 영국과 독일, 일본을 빼고 핀란드 북극권 랠리와 크로아티아, 스페인, 이탈리아 몬자 랠리를 더해 12개 라운드로 캘린더를 편성했다. 2019년에 취소되었던 핀란드와 포르투갈도 돌아왔다. 현대팀 드라이버진에는 변화가 없지만 시즌을 앞두고 오랫동안 누빌의 코드라이버였던 니콜라스 질솔(Nicolas Gilsoul)이 떠나고 마틴 비데거(Martijn Wydaeghe)로 교체되었다. 



2021 시즌 누빌의 첫 우승은 그의 고향인 벨기에 랠리에서 거두었다


누빌과 비데거는 아직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 초반 3연속 포디엄에 올라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주었다. 참고로 누빌은 영어, 프랑스어, 독어를 모두 구사하지만 경기 중 내비게이션은 프랑스어를 활용한다. 이에 비데거는 프랑스어 억양을 교정하는 등 누빌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개선해 갔다. 현대팀은 WRC 2 소속이던 신예 올리버 솔베르그(Oliver Solberg)를 외부팀인 2C 컴페티션 소속으로 월드랠리카에 태워 북극권과 케냐, 스페인, 몬자 랠리 등에서 경험을 쌓게 했다.


누빌의 시즌 첫 우승은 제8전이자 홈그라운드인 벨기에에서 이뤘다. 이후 스페인 랠리에서 두 번째 우승을 챙겨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타낙은 북극권 랠리 우승 포함 네 차례 포디엄에 올랐다. 최종전 몬자 랠리에서는 개인 사정으로 빠진 타낙 대신 수니넨이 갑작스레 참가했다. 누빌의 드라이버즈 챔피언



2022 시즌에는 감독 대행 체제, 새 랠리카 도입 등 팀 운영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22 시즌

랠리 1이 출범한 2022 시즌 WRC는 환경문제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따르기 위해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새로운 랠리카 규정인 랠리 1을 전격 도입했다. 현대팀의 신형 랠리 1카는 i20 N을 기반으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현대팀은 랠리 1 프로젝트 시작이 늦었던 데다 아다모 감독까지 갑자기 팀을 떠나면서 파워트레인 담당 줄리안 몽세(Julien Moncet)가 감독 대행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어수선한 상황을 겪었다. 누빌과 타낙의 풀타임 출장은 이전과 동일했고 세 번째 차는 소르도와 신예 솔베르그에게 맡겼다.


개막전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지만 스웨덴 랠리에서 누빌이 2위, 이어진 크로아티아 랠리에서는 타낙과 누빌이 2, 3위로 연속 포디엄에 오르며 잠재력을 증명했다. 타낙이 제5전 이탈리아 랠리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사이 누빌은 사고로 리타이어했다. 벨기에 랠리에서는 선두를 달리던 누빌이 중도 탈락해 타낙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그리스 랠리에서는 누빌을 필두로 타낙과 소르도가 2, 3위를 차지하는 올 포디엄을 달성했다. 타낙이 핀란드 랠리 포함 시즌 3승으로 챔피언십 2위, 누빌은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칼레 로반페라(Kalle Rovanperä)가 사상 최연소 드라이버즈 타이틀을 가져간 데 이어 토요타가 제조사 챔피언까지 더블 타이틀을 차지했다. 현대팀의 제조사 챔피언십 순위는 2위였다.  



2023 시즌에는 현대팀의 감독으로 F1 레이스의 노하우가 많은 시릴 아비테불이 선임됐다


2023 시즌

2023 시즌 개막을 앞두고 현대팀의 신임 감독이 선임됐다. 주인공은 F1 팬에게 익숙한 이름, 시릴 아비테불(Cyril Abiteboul)이었다. 2010년부터 르노 F1을 이끌었던 아비테불은 캐이터햄, 메카크롬 등을 거쳐 현대팀 감독이 되었다. 아비테불은 익숙하지 않은 랠리계에 적응하면서도 빠르게 조직을 개편해 나갔다. 타낙이 M-스포트 포드로 이적하면서 생긴 공백은 에사페카 라피(Esapekka Lappi)로 대체하고, 세 번째 차는 소르도, 수니넨 그리고 크레이그 브린을 나누어 태웠다.


그런데 제4전 크로아티아 랠리를 앞두고 테스트 주행에서 불의의 사고로 브린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브린의 빈자리는 현대 WRC 2 프로그램을 담당하던 티무 수니넨에게 맡겼다. 누빌은 이탈리아와 신생 중앙유럽 랠리에서 2승을 포함하여 여덟 번 포디엄에 올라 3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로반페라가 2연속 챔피언에 오르고 토요타 역시 2년 연속 더블 타이틀을 가져갔다. 아비테불은 위기 속에서도 팀을 한데 모았고, 시즌 막판에는 타낙을 다시 불러들여 다음 시즌 드라이버진을 보강했다. 이후 아비테불 감독은 승진을 통해 현대 모터스포츠 사장까지 겸임했다.




2024 시즌

1월 25일 몬테카를로 랠리를 시작으로 2024 시즌 WRC가 13개 라운드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현대팀은 누빌과 타낙을 필두로 세 번째 차에 소르도, 미켈센, 라피를 나누어 태웠다. 한편 라이벌 토요타는 챔피언 로반페라가 1년간 휴식을 선언함에 따라 에반스와 다카모토 가츠타를 풀 시즌 출전시키고, 8회 챔피언 오지에와 챔피언 로반페라를 파트타임 드라이버로 세 번째 차에 나누어 태우는 호화 구성이었다. 때때로 이들 모두 함께 투입해 랠리카 4대, 신예 파야리까지 더해 5대를 운용하기도 했다.


개막전에서 누빌, 제2전 스웨덴 랠리에서 라피가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양대 타이틀에서 현대팀이 초반부터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케냐 랠리에서 포디엄에 오르지 못하는 사이 로반페라와 오지에의 연속 우승으로 타이틀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아직 랠리카에 적응이 필요한 타낙이 포르투갈 랠리 2위에 이어 제6전 이탈리아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누빌도 크로아티아와 포르투갈 랠리에서 포디엄 피니시하며 팀을 이끌었다. 가장 위험해 보였던 폴란드, 라트비아, 핀란드 고속 그레이블 3연전에서 선방한 누빌과 현대팀은 챔피언십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고 시즌 종반에 접어들었다. 제10전 그리스 랠리에서는 2022년에 이어 다시 한번 올 포디엄의 위업을 달성했다.



2024 시즌 일본 랠리에서 역전승을 거둔 누빌은 WRC에서 개인 통산 첫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을 기록했다


마음이 급해진 토요타는 파트타임 드라이버인 오지에를 시즌 후반 전 경기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오지에는 그리스와 칠레, 중앙유럽 랠리에서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경쟁에서 밀려났다. 대신 타낙이 중앙유럽 랠리에서 승리하며 같은 현대팀의 누빌과 타이틀을 다투게 되었다. 최종전 일본 랠리에서는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상할 수 없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누빌이 엔진 트러블로 주춤하는 사이 타낙이 종합 선두로 나섰다.


다행히 누빌은 토요일을 7위로 마쳐 타이틀에 한발 다가섰다. 이윽고 마지막 일요일. 오프닝 스테이지에서 타낙이 리타이어함에 따라 누빌이 드디어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이는 누빌이 현대팀 소속으로 WRC에 참가한 지 11년 만이자 개인 통산 데뷔 15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또한 현대팀에게도 첫 드라이버즈 챔피언 타이틀로 기록됐다. 참고로 현대팀에 유리했던 제조사 타이틀은 고작 3점 차이로 토요타에게 돌아갔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현대팀과 누빌의 동행은 한편의 ‘성장 드라마’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매해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감동을 전달했다. 현대팀은 2019 시즌, 2020 시즌 2년 연속 제조사 챔피언 타이틀 획득을 통해 뛰어난 기술력을 전 세계에 입증한 바 있고, 이번 시즌에는 11년 전 떠오르는 랠리 샛별로 주목받던 드라이버 누빌을 마침내 최고 자리에 올리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현대 월드랠리팀이 모터스포츠 팬들에게 전할 재미와 희열은 내년 시즌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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