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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un 02. 2020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에서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스타트업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 미래 기술을 발굴하는 현대 크래들


오늘날 미국 실리콘밸리는 미래 기술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공존하는 혁신 산업 요충지다. 혁신의 원동력은 다름 아닌 스타트업이다. 실리콘밸리에 모여든 다수의 스타트업은 인공지능(AI), 구독 서비스,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의 현실화를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아울러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대학기관 및 투자기관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선순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지속가능성을 확장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 지난 2017년 현대 크래들을 출범했다. 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마련하고 활발한 투자 활동과 신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과연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는 혁신 산업의 최일선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의 운영 전반을 맡고 있는 김창희 상무


2018년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에 합류한 김창희 상무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으로, 첨단 산업 분야에서 20년 이상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과 신사업 및 혁신 기술 발굴(Technology Scouting)에 힘쓰고 있다.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의 운영 전반을 도맡으며 첨단 산업의 발전과 변화를 다년간 경험한 그에게 현대 크래들의 비전과 모빌리티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현대 크래들은 대학기관, 스타트업, 투자기관 등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해 미래 산업을 발굴한다


Q.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는 어떤 조직인가요?


현대 크래들은 지난 2017년 실리콘밸리에서 운영되던 현대벤처스의 기능을 확대한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입니다. 기존의 현대벤처스가 소규모의 전략 투자 조직이었다면, 현대 크래들은 단순히 투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미래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조직이죠.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는 혁신 산업 최일선에서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전개합니다. 크게 혁신 기술 발굴(Technology Scouting)과 전략 투자(Strategic Investment) 기능을 수행하는데, 핵심은 스타트업과 함께 첨단 기술 개발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의 기술 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현대차그룹의 혁신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Q.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란 무엇인가요?


오픈 이노베이션은 회사 외부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혁신을 도모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전통적인 기술 개발이 기업 내부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됐다면, 오픈 이노베이션은 지식을 공유하고,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개방적인 형태로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뜻합니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같은 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수행하는 사람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함께 수행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혼자서 하면 보안 유지가 쉽겠지만 개발 속도도 더디고 효율도 떨어지죠. 그에 반해 각자의 분야에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돼 효율도 뛰어나고 완성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크래들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이 많이 창출되는 스타트업 및 대학기관 등과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벤처투자의 메카인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시에 위치한 현대 크래들 오피스


Q. 실리콘밸리가 현대 크래들의 시작점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왜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했나요?

실리콘밸리는 오랜 기간 글로벌 혁신 기술의 중심지로 발전해 왔습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죠. 글로벌 거대 IT 기업으로 성장한 구글, 애플 등의 본거지이며, 세계에서 가장 벤처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야망을 품은 우수한 사업가와 기술자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여듭니다. 유능한 인재들이 혁신 기업을 만들고, 이를 성공시키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크래들이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거점으로 실리콘밸리는 너무 당연하고 또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벤처스라는 벤처투자 조직으로 출범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벤처투자의 메카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크래들은 한국, 미국, 이스라엘, 중국, 독일에 5대 혁신 거점을 갖춰 오픈 이노베이션 활동을 전개한다


Q. 현대 크래들은 실리콘밸리, 텔아비브, 베이징, 베를린, 서울 등 5대 혁신 거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중 실리콘밸리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모든 현대 크래들의 거점은 오픈 이노베이션 수행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 거점별로 지역 특성과 역량에 따라 중점 분야와 수행 방식을 조금씩 다르게 전개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핵심 역할은 북미 지역을 살피는 눈과 귀가 되어 혁신 기술 및 솔루션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미국 서부 지역이 정보통신(ICT),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술의 중심지라면, 동부 지역은 바이오테크나 로봇 등의 기술이 발달했습니다.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는 이처럼 미국 내 다양한 산업 분야의 흐름을 살펴보며 전략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현대 크래들이 개최하는 모빌리티 이노베이터 포럼에는 수많은 모빌리티 전문가들이 모여 아이디어와 비전을 공유한다


또한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는 2016년부터 매년 모빌리티 이노베이터 포럼(Mobility Innovators Forum, 이하 MIF)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MIF는 자동차 및 모빌리티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혁신 기술의 동향과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인데, 2019년에는 1,000명에 가까운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 했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MIF는 현대차가 제공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모빌리티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서 전문가들에게 모임의 기회를 제공하고, 서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며 교류하는 장을 제공합니다.



현대 크래들과 공동으로 기술 개발에 착수한 레이더 전문 개발 스타트업 메타웨이브(Metawave). 레이더 기술을 활용해 차량 주변의 장애물과 사물을 인식한다


Q.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의 메카로 불립니다. 현지의 스타트업 트렌드는 무엇이며, 스타트업의 발굴 과정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트렌드는 한 가지로 정의하기도 어렵고, 매년 빠르게 바뀌어 갑니다. 2018년에는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유행했고, 2019년에는 디지털 플랫폼 분야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COVID-19)의 영향으로 바이오테크, 접촉자 추적 조사(Contact Tracing),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소비자 수요에 맞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등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대학교, 벤처 투자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및 인큐베이터 등과의 밀접한 관계 형성이 필수입니다. 실리콘밸리에는 다수의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만큼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도 매우 많습니다. 도요타, 혼다, 포드,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을 비롯한 자동차 제조사의 벤처 투자 및 기술 소싱 조직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일부 제조사는 선행 연구소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유망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을 경쟁사보다 앞서 발굴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직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미 많은 투자를 받고 유명해진 스타트업들이 아닌, 잠재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대학교나 투자사와의 관계 형성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현대 크래들은 다양한 이벤트나 컨퍼런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류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많은 스타트업을 소개받고 발굴하면서 기술 검증을 수행하고 협업을 도모합니다.



현대 크래들은 스타트업 멘토링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다


Q. 현대 크래들이 수행하는 사회적 역할에는 무엇이 있나요?

실리콘밸리 문화에서 주목할 점은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도와주는 일 자체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벤처 투자사들이나 액셀러레이터 등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업체를 도와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이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사람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고 공헌한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오직 수익만을 위해 투자나 협업을 진행하면 실리콘밸리의 진정한 일원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현대 크래들 역시 스타트업과 협력하고 성장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건강한 스타트업 문화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의 선별을 돕거나 스타트업에 멘토링을 진행해, 실리콘밸리 커뮤니티의 일원으로 공헌하고 있습니다.



현대 크래들과 사운드하운드가 협업해 개발한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Intelligent Personal Agent)


Q.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와 협업한 사례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스타트업이나 신기술이 있나요?

대표적으로는 현대벤처스 시절부터 투자했던 사운드하운드(SoundHound)가 있습니다. 사운드하운드와는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 관련 협업을 추진 중이고, 최근에는 아이오닉 머테리얼(Ionic Materials), 솔리드 파워(Solid Power)와 전고체 배터리 관련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협력 외에 현대 크래들의 성과로는 2019년 CES에서 발표했던 엘리베이트 콘셉트카가 있습니다. 4족 보행이 가능해 바퀴로 갈 수 없는 험지를 다리를 이용해서 접근할 수 있는 차량이며, CES에서 소형 크기의 프로토타입 로봇을 성공적으로 시연했습니다.



현대차는 새로운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제시했다


Q. 앞으로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눈부신 발전이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 모빌리티 산업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나요?

최근 모빌리티 산업 트렌드는 친환경 자동차의 발전, 모빌리티 서비스의 확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차량·사물 통신(V2X)과 같은 네트워크 통신과 데이터의 활용, 그리고 UAM(Urban Air Mobility)과 같은 에어 모빌리티의 대두 등이 두드러집니다. 이 모든 것 역시 현대 크래들이 집중하는 분야이기도 하죠. 특히 이번 코로나19(COVID-19) 사태도 미래 모빌리티에 변화를 가져올 변수가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접촉을 피할 수 없는 라이드 셰어링이나 카 헤일링(Car Hailing) 서비스에서 위생 관련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온전히 개인화된 마이크로 모빌리티(자전거, 스쿠터, 킥보드 등)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엔 자택 격리 방침에 따라 배달 서비스 산업 관련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일지 새로운 일상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서비스가 생겨나고 관련 산업이 성장 기회를 맞이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 크래들은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미래 기술 발굴로 현대차그룹의 혁신을 꿈꾼다


Q 현대 크래들 실리콘밸리가 계획하고 있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대차그룹은 단순히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의 일환으로 현대 크래들이 존재하는 셈이죠. 최근 이목이 집중된 스마트 모빌리티란,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와 그에 적합한 운송 수단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기존의 기술 개발로는 복잡하고 방대해진 모빌리티 산업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죠.


따라서 현대 크래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대차그룹의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을 발굴하고 적용해 현대차의 미래 사업에 근간을 제공하고 또 기여하는 것입니다. 자율주행을 위한 라이다 센서 개발 업체인 옵시스(Opsys)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 또는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인 미고(Migo) 등에 투자를 하고 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것들이 그러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실리콘밸리의 지역적 이점 및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주 지역 모빌리티 솔루션의 시험 운영을 지원하거나 현지에 맞는 모빌리티 전략을 수립하는 등의 활동도 크래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앞으로 현대 크래들은 미래 모빌리티 사업으로 전환되는 중요한 변화의 시기에 첨단 기술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에서 변화의 방향을 감지하고, 그 변화가 현대차그룹의 전략에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할 것입니다. 유망한 스타트업과 협업하며 참신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기술을 선보일 현대 크래들에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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