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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un 04. 2020

보행자 안전 기술을 확장하다, 신개념 가상 엔진 사운드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가상 엔진 사운드 기술을 소개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친환경차들이 등장하며 자동차 소음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고 있다. 보행자가 주차장이나 골목길에서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하는 친환경차를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내연기관 엔진을 얹은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상황이다. 친환경차의 조용한 전기 모터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장치가 필요해진 배경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Virtual Engine Sound System, 이하 VESS)을 개발해 친환경차에 적용하고 있다. VESS는 보닛 아래에 인위적인 전자음을 내는 스피커를 장착해 보행자로 하여금 차량이 주행하고 있음을 알리는 장치다. 그런데 최근 현대모비스가 새로운 VESS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단지 소음을 내는 장치였던 VESS.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VESS는 기존 기술과 어떻게 다를까?




보행자 안전을 위한 친환경차 기술, VESS


보행자 안전을 위한 기술인 만큼, VESS는 세계적으로 의무 장착이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차들의 보급 속도가 빨라지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들은 VESS의 장착을 법률로 규정짓기 시작했다. 유럽의 경우 UN 산하의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자동차기준조화포럼(WP29) 저소음자동차(QRTV) 전문가기구 회의를 통해 VESS 장착을 의무화했다. 따라서 지난해 7월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모든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차는 해당 장비를 장착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이와 관련한 법규가 존재한다. 국토교통부는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차량은 반드시 75dB 이하의 경고음을 내야 하며, 전진할 때는 속도 변화를 보행자가 알아챌 수 있도록 가상 엔진 소리의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 정부는 주행 속도와 소음 수준을 정해 제조사들이 안전한 VESS를 제작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기존 VESS는 몇 가지 기술적 취약점이 존재했다


기존 전기차의 VESS는 대부분 엔진룸 안쪽에 스피커를 설치해 가상 엔진음을 출력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이 방식의 VESS는 소리가 1차적으로 보닛과 범퍼에 가려져서 사운드의 전달률이 낮았다. 또한 특정 주파수에서 진동이 커지는 공명 현상이 일어나, 제조사가 의도했던 소리와 다르게 들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특히 기존 VESS에 쓰인 스피커는 지향 특성에 한계가 있었다. 특정 방향으로 소리가 쏠리며 보행자의 위치에 따라 경고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일어나기도 했던 것이다. 아울러 별도의 스피커와 처리 장치를 추가로 갖춰야 하는 문제도 있어 엔진룸 공간 활용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릴 커버를 진동판으로 활용한 신개념 VESS


VESS는 전기차 그릴 부분을 스피커로 활용해 가상 엔진음을 출력한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공개한 새로운 VESS는 차량 전면부 그릴 커버를 스피커 진동판으로 사용한다. 소리를 내는 구조와 위치를 모두 달리하는 신선한 발상으로 기존 기술의 한계를 해결한 것이다. 이는 내연기관 자동차에게 꼭 필요했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기차에서는 역할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얻은 아이디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8년 말 개발을 시작해 관련 특허 2건과 함께 새로운 VESS를 완성했다.


현대모비스의 VESS는 단순히 경고를 위한 전자음만 출력하는 게 아니라, 방향지시등 소리와 충전상태를 알려주는 알람 사운드까지 전달한다. 또한 음악 재생 스피커로도 사용할 수 있어 야외에서 캠핑할 때도 활용이 가능한 실용성을 갖추기도 했다.



그릴을 진동판으로 사용하는 VESS는 단순하지만 내구성까지 고려한 구성을 갖췄다


현대모비스의 VESS는 완성된 스피커 부품을 차량 내부에 장착하는 이전 기술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액추에이터와 진동판으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스피커와 달리, 자동차에 장착되는 그릴 커버를 활용해 진동판이 필요 없는 구성을 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가장 큰 특징은 외부로 노출된 그릴 커버로 직접 소리가 전달되기 때문에 음압 손실이 없고 음질의 왜곡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리가 맥없이 흩어지지 않고 보행자에게 명확히 전달된다는 이야기다. 기능을 제어하는 전자회로와 액추에이터를 보호하는 케이스 및 방수 실링 구조를 갖춰 내구성도 뛰어나다. 참고로 엔진과 모터를 함께 장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에는 액추에이터를 범퍼 안쪽에 장착하고 범퍼를 진동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부품 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액추에이터 역시 작고 가벼워졌다


아울러 현대모비스는 VESS 기술의 핵심 부품이라 할 수 있는 액추에이터의 설계를 개선했다. 악조건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했을 때도 신뢰성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했으며, 무게를 기존 부품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크기는 절반으로 줄였다. 장착 공간이 협소한 차종을 고려해 모듈을 소형화한 것이다. 또한 현대모비스의 VESS는 기존 기술처럼 스피커를 다른 장치들 사이에 고정하지 않아도 돼 브라켓이나 하우징과 같은 부품도 필요 없다. 구성 부품이 절반 이하인, 한층 가볍고 효율적인 모듈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모비스의 신개념 VESS는 미래 도로의 자율주행차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날이 가혹해지는 환경기준에 맞춰 친환경차의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VESS와 같은 친환경차 관련 기술도 꾸준히 진화를 거듭할 예정이다. 아울러 자율주행 시대에는 자동차와 보행자 사이의 소통과 상호작용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VESS는 소리 출력 방식이 다를 뿐만 아니라 방향지시등 작동음과 같이 외부환경과 상호 교류를 위한 여러 소리를 낼 수 있어 미래 기술 개발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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