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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Sep 21. 2020

현대팀, WRC 터키 랠리서 두 경기 연속 더블 포디움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 두 경기 연속 더블 포디움을 달성했다.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지난 9월 6일, 6개월만에 재개된 WRC 에스토니아 랠리를 원투 피니시로 마무리하며 한껏 기세를 올렸다. 코로나19 감염위험으로 인해 7라운드로 축소된 2020 시즌 WRC는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 5라운드 터키 랠리로 이어졌다. 경기수가 줄어든 만큼 올 시즌 WRC는 모든 경기가 소중한 상황이다.



올 시즌 남은 WRC는 이제 이탈리아와 벨기에 랠리 뿐이다


터키 랠리 직전에 진행된 에스토니아 랠리는 핀란드 랠리와 함께 WRC에서 평균 속도가 가장 빠른 랠리에 속한다. 에스토니아 랠리의 올 시즌 평균 주행 속도는 116.8km/h였다. 반면, 곧바로 이어지는 터키 랠리는 전체 WRC 경기 중 가장 느린 곳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올 시즌 터키 랠리의 평균 주행 속도는 82.1km/h로 가장 빠른 에스토니아 랠리와 30km/h 이상 차이가 났다. 때문에 터키 랠리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2주 전 끝난 에스토니아 랠리의 고속 코너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경주차들은 후끈한 날씨에 좁은 코너로 구성된 터키 랠리의 험난한 조건을 이겨내면서 달려야 한다


평균 속도가 느린 코스라고 하면 주행이 상대적으로 쉬울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터키 랠리는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고온건조한 기후 조건에, 상대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 적어 경주차가 주행풍을 받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로 인해 경기 중 뜨거워지는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의 냉각이 쉽지 않다. 여기에 주먹만한 자갈들이 코스 여기저기에 널려 있어 코스를 공략하기가 더욱 어렵다.



유독 험난했던 터키 랠리 코스. 도로 곳곳에 흩뿌려져 있는 주먹만한 돌덩이가 경주차를 위협하는 듯하다


그만큼 터키 랠리는 이변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WRC 일정에 다시 포함된 2018 시즌 결과를 돌이켜보면 그 사실을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당시 SS8에서 1위로 주행 중이던 누빌은 경주차의 운전석 쪽 서스펜션이 부러지는 바람에 리타이어를 하고 말았다. 이어 선두를 잡았던 오지에 역시 SS11에서 미끄러지며 나무와 충돌, 경기를 포기해야 했다. 다시 승기를 잡은 현대팀의 미켈슨 또한 변속기에서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 결국 앞바퀴에 구동력 전달이 불가능해진 미켈슨은 순위가 한참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2019 시즌 역시 예외 없이 드라마 같은 이변이 발생했다. 1초 차이로 선두 접전을 벌이던 3명의 선수가 불의 사고를 겪었던 것이다. 누빌은 사고를 겪었고, 시트로엥팀 라피 선수는 엔진 트러블, 당시 도요타팀 소속이던 오트 타낙 역시 경주차의 전기 계통 문제로 리타이어 하며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올 시즌은 어떨까? 디펜딩 챔피언 현대팀은 4라운드 에스토니아 랠리를 원투 피니시로 마무리하며, 2020 시즌 제조사 부문 선두 도요타팀을 5점차로 바짝 추격 중이다. 때문에 남아 있는 3개 경기에서 포인트 하나, 하나가 소중한 상황이다.



터키 랠리는 가혹한 주행 환경을 증명이라도 하듯 매년 여러 이변이 발생한다


올 시즌 터키 랠리는 터키 남서부 지역에 위치한 마르마리스를 중심으로 치러졌으며, 총 12개 스테이지로 223km의 코스를 달렸다. 결과적으로 지난 에스토니아 랠리에서 보여준 i20 쿠페 WRC 경주차의 강세는 터키에서도 이어졌다. 약 25km 구간을 달린 금요일 결과에서 현대팀의 세바스티앙 로브와 티에리 누빌이 각각 1, 2위를 차지하며 기분 좋은 첫날 일정을 마쳤다. 오트 타낙은 8위에 머물렀으나 선두 누빌과의 격차가 4.8초였기에 우승 가능성이 남아 있었다.



2020 WRC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 경쟁을 이어가던 오트 타낙은 아쉽게도 터키 랠리를 포기해야 했다


본격적인 토요일 일정에 접어들자 현대팀에 불운이 찾아왔다. 토요일 첫 번째 스테이지인 SS3의 25.9km 지점에서 타낙이 멈춰선 것이다. 스티어링 계통에 문제가 발생하며 갓길로 파묻힌 타낙과 코드라이버 야베오야는 재빨리 운전석에서 내려 경주차를 수리해보고자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그대로 토요일 일정을 포기해야 했다. 반면, 팀 동료 타낙의 불운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누빌은 SS5, SS6, SS7을 연이어 가져오며 선두 자리를 굳혔다.


타낙의 리타이어에서도 볼 수 있듯이 토요일 일정 역시 경주차에게 녹록치 않았다. SS6에서 도요타팀의 오지에는 변속기 계통 문제와 함께 운전석 쪽 타이어까지 펑쳐가 나고 말았다. 같은 팀 로반페라 역시 운전석 뒷바퀴에 펑쳐가 난 상태로 결승선을 들어왔다. 포드팀 수니넨은 프런트 스플린터가 떨어져 나가는 등 터키 랠리는 살얼음판을 걷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어지는 SS8에서는 현대팀의 로브가 깜짝 스테이지 우승과 함께 다시 2위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선두 누빌과는 33.2초 차이였다. 현대팀이 에스토니아 랠리에 이어 다시 한번 원투 피니시를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현대팀은 토요일 일정에서 1, 2위를 기록하며 기분 좋게 마쳤다.


드라마처럼 진행된 터키 랠리는 일요일에 그 모습이 정점에 달했다. 드라마의 첫 번째 주인공은 포드팀의 수니넨이었다. 일요일 첫 번째 스테이지로 진행된 SS9의 22.9km 지점에서 경주차의 뒤쪽 서스펜션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멈춰서고 말았다. 결국 이 문제로 인해 수니넨은 터키 랠리를 완주할 수 없었다. 곧이어 도요타팀의 로반페라와 포드팀의 라피 역시 타이어 손상으로 코스 중간에 휠을 교체해야 했다. 두 선수는 2분 여의 시간 손실을 입는 바람에 선두권 진입이 불가능해 졌다.



SS9에서 선수들은 험난한 코스로 인해 타이어 손상 또는 경주차 결함 등 다양한 난관에 부딪혀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위권에서 선두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던 오지에 또한 타이어 펑쳐로 시간을 손해봤다. 압도적인 모습으로 선두를 주행 중이던 현대팀 누빌의 경주차 역시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는 등 불운을 피해가지 못했다. 2위에 자리한 로브도 마찬가지였다. 결승선 통과를 앞두고 타이어가 터지는 바람에 4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선수들을 괴롭혔던 SS9. 누빌과 로브 역시 이곳에서의 불운을 피하지 못하고 선두 자리를 내어줘야 했다


그 결과, 가혹했던 SS9를 무사히 통과한 도요타팀의 엘핀 에반스가 4위에서 선두까지 단숨에 치고 오르며 터키 랠리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꿔 놨다. 2위권과의 격차는 47초였다. 단 세 개의 스테이지를 남겨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주행만 이어간다면 에반스가 우승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반면, 타이어 손상으로 나란히 시간 손실을 본 누빌, 로브, 오지에는 서로 10초 이내의 접전 양상으로 사실상 2위를 향한 싸움을 치열하게 이어가야 했다.



터키 랠리의 일요일 마지막 3개 스테이지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달성한 티에리 누빌은 총 12개로 구성된 스테이지 중 7개를 우승하면서 i20 쿠페 WRC의 강력한 성능을 증명했다.


치열했던 남은 일정의 승자는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이었다. 누빌은 남은 세 개의 스테이지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기록하며 길고 드라마 같았던 터키 랠리에서 값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편,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던 오지에의 야리스 WRC 경주차는 결국 SS11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중간중간 동력이 끊어지는 듯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경주차는 결국 엔진룸에서 흰 연기가 발생하면서 더 이상 주행을 이어갈 수 없었다. 2020 WRC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 선두 오지에로서는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현대팀 로브는 남은 3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현대팀에게 에스토니아 랠리에 이은 2연속 더블 포디움을 선사했다.



현대팀의 티에리 누빌과 세바스티앙 로브는 터키 랠리에서 나란히 2, 3위를 차지하며 에스토니아에 이어 또 한 번 더블 포디움을 달성했다


대회 마지막까지 요동치는 순위가 증명하듯, 터키 랠리는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물론 2020 시즌 WRC 제조사 부문 2연패를 노리는 현대팀에게는 일요일 불운이 다소 가혹한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팀은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결국 더블 포디움을 달성해 2020 시즌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을 향한 행보를 이어 나갔다.


이번 터키 랠리의 결과로 현대팀은 제조사 부문 포인트 33점(2위: 18점, 3위: 15점)을 더해 165점을 기록하며 2020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 2위를 유지했다. 선두 도요타팀과의 차이는 9점이다.


반면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의 향방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도요타팀의 엘핀 에반스가 2020 WRC 시즌 중 유일하게 2승째를 챙기며 총 97점으로 챔피언십 단독 선두로 치고 올랐다. 반면 드라이버 부문 1위를 수성 중이던 오지에는 마지막날 경주차 결함으로 리타이어를 하며 터키 랠리서 단 1포인트도 얻지 못했고, 챔피언을 향한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현대팀 오트 타낙은 토요일에 리타이어 했으나, 경주차 재정비 후 참가한 일요일 마지막 파워스테이지에서 값진 4점의 추가 포인트를 따내 총 70점을 쌓으며 3위를 유지했다. 또한, 준우승과 함께 파워포인트 추가 점수 5점을 더한 누빌도 65점으로 다시 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향한 희망을 살렸다.



다사다난 했던 터키 랠리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현대팀은 제조사 부문 2연패 달성을 위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또한 랠리의 일부다.” 현대팀 감독 안드레아 아다모가 경기가 끝난 후 소회를 밝히며 한 말처럼, 모든 WRC 경기에서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길 기대할 수는 없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길을 달리는 WRC의 특성상 어떠한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같은 불운이 재차 반복되지 않도록 경주차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가면서 남은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러한 끊임없는 도전 과정에서 얻어낸 경험과 기술력은 비단 WRC에서의 성적으로 귀결됨을 넘어서 현대차의 양산차로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앞으로 남은 대회는 10월 8일 이탈리아 랠리와 11월 19일 벨기에 랠리, 단 2개 뿐이다. 누가 2020 시즌 WRC를 마친 후 웃게 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i20 쿠페 WRC 경주차의 강력한 성능에 힘입어 현대팀이 남아있는 경기의 우승컵과 함께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 2연패를 달성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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