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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Oct 06. 2020

요즘 자동차 흐름을 좌우하는 키워드들

자동차 소비 패턴, 모빌리티 서비스의 트렌드를 뒤바꾼 키워드들


내연기관을 쓰는 현대적 개념의 자동차가 등장한지 벌써 134년이 됐다. 인류의 전체 역사와 비교하면 134년은 아주 짧은 기간이다. 그러나 그동안 자동차는 사람들의 생활은 물론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다. 이런 사람과 자동차의 상호작용은 생활의 변화를 상징하는 키워드들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화제가 된 사회적 키워드들이 자동차 시장에 가져온 변화를 살펴보면, 사람과 자동차의 밀접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MZ 세대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MZ 세대는 현재 가장 트렌디한 소비 계층 중 하나다


‘MZ 세대’는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략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Z세대는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지금 20~30대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MZ 세대인 셈이다.


세대 구분은 대개 생활과 사고방식, 소비성향이 특정 시기를 기준으로 크게 달라지는 경우에 뚜렷해진다. MZ 세대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어릴 때부터 모바일 기기에 익숙하다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2000년대 후반에 있었던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달라진 경제 환경에 적응하면서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는 현실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소유보다는 공유를 선호하고, 다양성과 개성을 중시하며, 다른 문화에 개방적이면서 개인주의가 뚜렷하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닌, 정기적으로 교체하는 구독 형태의 서비스가 주목받고 있다


MZ 세대가 중요한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소비성향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사가 되었다. 특히 이들이 자동차를 대하는 태도는 이전 세대들과 차이가 큰 까닭에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잇따라 구독(subscription) 형태의 자동차 이용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빌리티 포사이츠(Mobility Foresights)의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2017년 처음 등장해 2019년 12월까지 전 세계 20개 자동차 브랜드로 확장됐다. 물론 구독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렌터카 업체나 스타트업 기업까지 따지면 그 수는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많아진다.



현대차그룹은 전 브랜드가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제네시스가 2018년부터 각각 현대 셀렉션, 기아 플렉스,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으로 구독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참고로 현대차그룹은 시행 초기 단계부터 구독자 성향과 사용 패턴 등을 분석했고, 이를 반영해 상품 종류와 판매 지역을 확대하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기도 했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카셰어링)도 MZ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앱 조사업체 와이즈앱이 국내 신용카드, 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2019년 4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카셰어링 서비스 결제자의 87%가 20~30대였다. 또한 한국정보화진흥원이 2019년 4월에 발표한 자료에서는 카셰어링 사용자의 76.8%가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카셰어링은 스마트폰 앱 사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
디지털 네이티브(원주민)’로도 불리는 MZ 세대와 잘 맞는 서비스로 여겨진다.




2. 워라밸 / 욜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워라밸과 욜로는 자동차 이용 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이야기한 MZ 세대와 더불어, 지난 몇 년 사이에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린 신조어로 ‘워라밸’과 ‘욜로’가 있다. 워라밸은 영어 ‘Work and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뜻하는 것이다. 욜로(YOLO) 역시 영어 표현인 'You Only Live Once'의 머리글자를 딴 말이다. 두 표현은 의미가 서로 다르지만, MZ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방식을 나타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젊은 세대는 직장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위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워라밸의 핵심은 개인 시간을 보장받는 직장 생활이다. 기성세대가 개인보다는 직장 중심으로 생활했던 것과 달리, 젊은 세대는 근무시간 이외에는 여가나 취미 등 자신의 즐거움이나 발전에 시간을 투자하려고 하는 성향이 크다. 이는 개성을 중시하고 개인주의가 뚜렷한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간외 근무의 일상화나 낮은 임금 등에 시달리면서 높은 부동산 가격으로 ‘내집 장만’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사회상에 대한 반작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한 번 사는 인생, 원하는 대로 하며 살자’는 뜻을 담은 욜로라는 말이 크게 주목받았다.



여가 시간을 중시하는 경향은 레저 활동에 유용한 RV 판매량 급증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런 흐름은 MZ 세대의 자동차 이용과 구매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인용한 한국정보화진흥원 자료에서는 카셰어링 사용자들의 이용 목적이 평일에도 여가/여행(40.4%), 기타(25.2%), 쇼핑(16.0%)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MZ 세대가 카셰어링을 주로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들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식해, 야외에서 즐기는 캠핑이나 이른바 차박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 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7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 브랜드가 우리나라에서 판매한 승용차 중 SUV와 MPV(미니밴)를 포함한 RV 판매량은 34만 6,000여 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량의 43.3%를 차지했다. 이는 RV 판매 비중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3. 오팔 세대


오팔 세대는 일반적인 장년층보다 자신의 생활과 소비에 적극적이다


워라밸처럼 우리나라에서만 쓰인 세대 관련 키워드로는 ‘오팔(OPAL) 세대’도 있다. ‘58년 개띠’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대부분인 50~60대 중에서 ‘활동적으로 사는 장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을 가리키는 것이 바로 오팔 세대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신장년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평범한 장년층과 오팔 세대의 다른 점은 젊은 세대에게 받은 영향을 자신들의 생활과 소비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데 있다. 청년기와 중년기를 보내며 쌓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문화와 여가 활동에 열성적이고, 젊은 세대와의 심리적 격차를 좁히기 위해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젊은 세대가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며 함께 즐기는 것도 오팔 세대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50~60대는 자동차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연령대다


오팔 세대는 MZ 세대 만큼이나 자동차 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 등록통계를 바탕으로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에서 신차를 많이 등록한 연령대는 50대, 40대, 30대, 60대, 20대 순으로 나타났다. 연령대 비중이 가장 높은 50대는 전체의 28%를 차지했고, 50대와 60대를 합하면 전체의 47%로 30~40대(45%)보다 많았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현대차는 지난 4월에 신형 아반떼를 출시하며 장년층이 문화생활을 즐기러 가기 위해 아반떼를 이용하는 모습을 CF에 넣어 주목받기도 했다. 기아차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골든 에이지 프로모션’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 프로모션은 기아차를 구매한 만 60세 이상 소비자를 대상으로 특별 할인 및 종합 건강검진권을 주는 등 장년층을 고려한 혜택이다.




4. 헬스케어


차내 거주 시간이 늘어나며 헬스케어 역시 자동차 업계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헬스케어(Healthcare)’는 오랫동안 치료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뜻하는 말로 쓰여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영역이 훨씬 더 넓어졌다. 건강검진과 같은 예방적 의료 서비스 뿐 아니라 일상에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여러 활동도 모두 헬스케어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의료 및 관련 산업계에서는 지금을 헬스케어 3.0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이는 인구 고령화의 영향이 크다. 노년층의 만성 질환이나 노인성 질환이 사회 전반의 문제가 되면서, 이를 예방적 차원에서 대응할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차 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긴 만큼, 생활공간의 일부로서 자동차도 헬스케어의 영역에 들어서고 있다. 운전자의 피로도를 감지해 휴식을 권하는 기술, 부주의 운전의 위험을 경고하는 기술, 마사지 기능으로 운전 중 피로를 풀어 안전 운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 등을 적용한 차들을 이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실내 공기질 개선을 비롯해 탑승자의 건강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주요 나라에서 자동차 내장재에서 나오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을 법규로 규제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실내 공기질에 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황사나 미세먼지 등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우리나라에서는 실내 공기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공기청정기를 기본 또는 선택사항으로 마련하는 자동차 브랜드도 늘고 있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 투싼은 공기 청정 모드를 포함한 미세먼지 농도 정보 제공 기능 등 실내 공기질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3가지의 새로운 공조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자동차의 커넥티비티 기술 발전은 이동 중 탑승자의 건강 상태 변화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커넥티비티(텔레매틱스) 서비스를 통해 사고나 응급상황 발생 때 자동으로 응급 구조를 요청하는 기술은 이미 적지 않은 차에 적용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기아차 니로 EV를 타던 한 운전자가 기아차 커넥티드 카 서비스인 UVO의 에어백 전개 자동 통보 서비스를 통해 사고 후 빠른 구조를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5. 캄테크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 속, 탑승자는 수많은 기술들의 혜택을 받고 있다


캄테크(Calm-Tech)는 ‘침착한’, ‘차분한’ 등의 뜻을 지닌 ‘캄(Calm)’과 기술을 뜻하는 ‘테크(Tech)’의 합성어다. 미국 제록스파크의 연구원이었던 마크 웨이저와 존 실리 브라운이 쓴 ‘디자이닝 캄 테크놀로지’라는 논문에서 처음 언급된 ‘캄 테크놀로지’는 ‘정보를 알려주지만 집중하거나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드러나지 않으면서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기능을 실행하는 기술을 말한다.

자동차는 캄테크가 빠르게 자리를 잡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차에 담긴 기술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운전자가 여러 기술에 직접 접근해 조작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운전 중에 기능 조작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캄테크는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자동차 공조장치는 캄테크의 부상과 함께 놀라울 만큼 스마트해졌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캄테크 중 하나가 지능화된 공기조절 장치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지 않아도 외부 공기질을 감지해 유해 물질 농도가 높으면 자동으로 공기조절 장치를 내기 순환 모드로 전환하고, 공기 청정기를 작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기조절 장치가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연계되어, 내비게이션 지도 정보를 바탕으로 터널에 진입하기 전에 자동으로 창문을 닫고 내기 순환 모드로 전환하는 기능도 좋은 예다.



자연스럽게 편안한 운전을 돕는 ADAS는 캄테크의 정수라 불릴 만하다


자율주행은 자동차에서 캄테크가 가장 발전된 형태로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운전자가 차의 주행 상태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자율주행까지 언급할 필요도 없다. 지금의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도 각종 센서를 이용해 주변을 감지하고 위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주행 중 사각지대에 다른 차가 있을 때 충돌을 막아주거나 후진할 때 후측방에서 차가 접근할 때 자동으로 제동하는 기능 등도 일종의 캄테크라고 할 수 있다.




6. 비대면


비대면 서비스의 일반화로 차내 결제 시스템을 탑재한 자동차도 늘어나는 추세다


흔히 ‘언택트’라고 부르는 비대면 또는 ‘컨택트리스’는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가장 널리 퍼진 표현 중 하나다. 하지만 비대면은 코로나 유행 이전에도 주목받은 키워드 중 하나였다.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대형 마트 등에서 사용되는 무인 주문 및 결제 시스템이나 모바일 쇼핑 및 배달 앱 등의 배송 시스템은 이미 익숙한 비대면 서비스로 자리를 잡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일어나며, 접촉을 통한 감염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활동과 서비스는 이전보다 더 빠르고 폭넓게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자동차 분야도 마찬가지여서, 비대면 상황에 맞춰 속속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방식에 의존했던 판매와 서비스 분야의 변화가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다. 소비자가 직접 매장이나 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점을 고려해, 대부분의 절차를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 분위기에 모빌리티 서비스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온라인 자동차 판매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물론 온라인 판매나 서비스 모델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차를 판매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서비스 분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외 주요 자동차 브랜드는 이미 PC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정비 서비스 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생활의 변화를 상징하는 사회적 키워드들은 자동차의 이용 형태는 물론, 자동차 기술 발전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이는 자동차가 사람과 서로 큰 영향을 주고 받으며 진화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자동차는 앞으로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래 모빌리티 세상이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
1996년부터 자동차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자동차 전문 글쟁이. 월간 <비테스> 편집장, 웹진 <오토뉴스코리아 닷컴> 발행인, 월간 <자동차생활>, <모터매거진> 기자를 거쳐 현재 자동차 전문 필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카북>(공역), < F1 디자인 사이언스 >를 번역했으며 그의 글을 묶은 매거진 총서로 <알기 쉬운 자동차 용어풀이>, <발가벗긴 자동차>가 있다.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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