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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Oct 08. 2020

전기 스포츠카의 새로운 미래, EV 콘셉트 RM20e

고성능 기술 개발을 목표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 RM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현대자동차가 개발 중인 미래 고성능차의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새로운 단서가 등장했다. 2012년부터 현대차가 고성능 기술 개발을 목표로 진행해 온 프로젝트 RM(Racing Midship)의 5번째 콘셉트카인 RM20e다. RM20e는 친환경차가 주축이 될 미래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고성능차를 선보이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집약된 모델이다.


현대차는 RM20e를 통해 향후 선보일 고성능 N 모델의 영역이 전기차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차체 중앙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고 뒷바퀴로 810마력을 쏟아내는 고성능 전기차 RM20e에 대해 속속들이 살펴봤다.




RM20e, 슈퍼카 수준의 고성능 전기차


RM20e의 역동적인 디자인은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벨로스터 N ETCR에서 영감을 받았다


RM20e는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쌓은 기술력에 고성능 전동화 기술을 접목한 모델이다. 여기에 일상과 레이싱 트랙 어디서든 짜릿한 운전의 경험을 선사하는 N 브랜드의 철학을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쳐 RM20e가 태어났다. RM20e의 역동적인 디자인이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벨로스터 N ETCR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같은 이유다. 참고로 벨로스터 N ETCR은 내년 첫 개최를 앞둔 ETCR(Electric Touring Car Race, 전기 투어링카 레이스)에 참가할 목적으로 개발된 고성능 전기 경주차다.



RM20e는 차체 중앙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고 뒷바퀴로 동력을 보내는 MR 구조를 사용해 역동적인 비율을 갖췄다


RM20e는 이전의 프로젝트 RM 콘셉트카인 RM19의 차체를 사용해 벨로스터 N보다 길고 널찍한 비율을 갖췄다. 차체 가운데에 파워트레인을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MR(Midship Rear Drive, 중앙 배치 파워트레인과 후륜구동) 구조를 채택한 덕분이다. 땅바닥에서 차체까지의 최저 지상고는 80mm에 불과하고, 차체 높이 또한 1,354mm로 벨로스터 N보다 40mm가량 낮아 한결 날렵한 자세를 지녔다.


앞뒤에 각각 265/35R 19, 305/30R 20에 달하는 크기의 타이어를 장착하고,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 및 리어 디퓨저와 같이 공력 성능에 효과적인 부품을 둘러 역동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이를 통해 RM20e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고속 주행 또는 빠르게 코너를 돌아 나가는 상황에서도 언제든 민첩한 핸들링 성능과 끈끈한 접지력을 발휘하게끔 도와주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최고 810마력, 97.9kgf·m의 성능을 발휘하는 RM20e의 가속력은 슈퍼카에 근접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특징은 810마력의 최고출력, 97.9kgf·m의 최대토크를 품은 RM20e의 폭발적인 성능이다. 이러한 성능의 원천은 운전석 뒤에 배치한 4개의 전기모터(1개당 148kW, 240Nm)와 60kWh 용량의 배터리다. RM20e는 그동안 내연기관(2.0ℓ 터보 엔진)을 사용했던 이전의 RM 콘셉트카들과 달리, 전기 파워트레인을 품고 단 1g의 배출가스도 내뿜지 않으며 질주할 수 있다. 강력한 전기 에너지로 땅을 박차는 RM20e의 가속 성능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초 이내, 200km/h까지 9.88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RM20e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성능과 효율을 모두 높였다


RM20e가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은 전기 파워트레인의 강력한 성능과 빠른 반응 속도, 초고속 충전을 뒷받침하는 기술로 고성능 전기차의 필수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전까지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356V 전압 시스템을 사용했다. 그래서 100kW 급속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64kWh 배터리를 80% 충전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렸지만,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사용하면 급속충전기의 출력을 높여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선보일 차세대 전기차부터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에 동력 장치를 배치해 주행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RM20e가 품은 역동적인 성능의 비결 중 하나는 차체의 구조에 있다. 운전석과 뒷바퀴 사이에 무거운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낮게 배치함으로써 무게 중심을 낮추고, 차량의 앞뒤 무게를 효과적으로 나눴기 때문이다. 무게 중심을 낮추면 고속으로 달릴 때도 주행 안정성이 좋아지고, 차량 앞부분의 무게를 줄일수록 민첩한 코너링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결국 언제든 강력한 성능을 마음껏 쏟아내며 달릴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셈이다.



RM20e는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 하체 부품을 강화해 고성능 스포츠카에 걸맞은 달리기 실력을 갖췄다


RM20e는 폭발적인 성능에 걸맞게끔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 하체 부품도 강화했다. 구조가 간단해 앞 차축에 가장 많이 쓰이는 맥퍼슨 스트럿(MacPherson Strut), 맥퍼슨 스트럿 구조에 위쪽 연결 부위를 추가한 더블 위시본(Double Wishbone) 서스펜션을 앞뒤에 적용하고, 상황에 맞춰 서스펜션 세팅을 유기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주행 조건에 따라 노면의 충격과 접지력을 조절하는 감쇠력 조절식 댐퍼를 더해 견고하면서 유연한 하체를 만들었다.

아울러 초고속에서도 순식간에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브레이크 캘리퍼의 성능을 강화하고, 서킷에서의 한계 주행에 알맞게 모터스포츠용 ABS 모듈을 적용하는 등 높은 성능에 걸맞은 제동력도 갖췄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인 결과, RM20e는 날카로운 코너링과 슈퍼카 수준의 폭발적인 가속력을 갖춘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로 거듭날 수 있었다.



RM20e의 실내는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요소들이 가득하다


RM20e는 실내에도 고성능차의 분위기가 물씬하다. 접지력이 높은 벨로스터 N TCR의 경주차용 운전대와 6점식 안전띠를 장착할 수 있는 스포츠 시트를 마련해 한계에 다다른 주행 상황에도 운전자가 안정적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차의 특성에 맞게 마련한 전기차 전용 계기판과 운전대 뒤에 달린 ‘패들 시프트’도 색다른 특징이다.




고성능차 기술 개발을 목표로 달린다, 프로젝트 RM


현대차는 프로젝트 RM을 통해 모터스포츠에 출전하며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일반 모델부터 고성능 N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RM20e가 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현대차가 2012년부터 추진해온 프로젝트 RM이 존재한다. 프로젝트 RM은 엔진을 차체 가운데 얹는 미드십(Midship) 구조와 후륜구동(Rear Drive) 방식을 기본으로 고성능차에 걸맞은 기술과 노하우를 개발하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를 위해 실제로 주행할 수 있는 테스트카에 선행 개발 중인 고성능 기술을 담아 검증하고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2014년 RM14부터 올해 RM20e에 이르기까지 현대차가 공개한 총 5대의 프로토타입 테스트카는 고성능 브랜드 N의 바탕이 되고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고성능 기술을 개발하는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는 RM14부터 RM20e에 이르기까지 각종 고성능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테스트카를 선보였다


프로젝트 RM의 최초 모델인 RM14는 300마력까지 성능을 강화한 2.0ℓ 세타 터보 엔진, 앞뒤 43:57의 무게 배분, 공력 성능을 위해 120mm로 낮춘 최저지상고 등이 특징이었다. RM15와 RM16은 경량화 설계에 집중했고, RM16의 경우 48V 전동 슈퍼차저와 e-LSD(전자제어 미끄러짐 제한 차동장치) 등의 장비를 더해 가속력과 코너링 성능을 강화했다. 지난해 선보인 RM19는 벨로스터 N TCR 경주차의 부품을 대거 사용해 미드십 스포츠카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RM20e는 프로젝트 RM 최초로 전기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며 RM 시리즈와 N 브랜드의 가능성을 친환경 영역으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성능 전기 파워트레인을 활용하며 이전보다 출력을 2배 이상 끌어 올리고 실제 양산 전기차에 적용할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검증함으로써 향후 선보일 고성능 N 전기차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현대차가 RM 프로토타입 모델을 실제 테스트에 투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RM의 테스트카 시리즈는 단순히 기술을 공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실제 검증 과정을 거친다. 사진은 뉘르부르크링을 달리는 RM19의 모습


현대차는 RM 테스트카를 단순히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일반 도로와 가혹한 주행 환경을 넘나들며 차량의 성능과 내구성을 시험했다. 이를 통해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력을 양산차에 적용하고, 나아가 고성능 브랜드 N을 출범해 고성능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었다. 2014년 WRC(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복귀해 2019년 제조사 부문 우승을 거머쥐고, 2018년 WTCR(월드 투어링카 컵)에 출전해 2년 연속 드라이버 우승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기술을 N 모델에 적용할 수 있던 것은 ‘달리는 연구소(Rolling Lab)’ 역할을 수행한 프로젝트 RM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성능 N의 전동화를 향한 청사진, RM20e


현대차는 RM20e를 통해 선보인 기술을 향후 공개할 고성능 N 전기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벨로스터 N ETCR과 RM20e를 통해 양산형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기술력을 확보했다. RM20e를 개발하며 얻은 경험과 노하우는 향후 선보일 고성능 N 전기차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두루 쓰일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그동안 프로젝트 RM을 진행하며 전기 파워트레인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소연료전지 등의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고성능차에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2025년까지 고성능과 친환경성을 두루 갖춘 N 모델을 비롯해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계획인 현대차의 미래 전략, 바로 그 중심에 프로젝트 RM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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