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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Oct 13. 2020

현대팀, 이탈리아 랠리서 세 경기 연속 더블 포디움

현대팀이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을 무대 삼아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쳤다.


지난 9월, 코로나19 감염위험으로 인해 6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WRC에서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은 에스토니아, 터키 랠리에서 2연속 더블 포디움을 달성하며 기세를 끌어올렸다. 현대팀과 토요타팀은 2020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 타이틀을 두고 단 10점차 이내의 점수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이번 이탈리아 랠리 대회 시작일에 WRC 주최측은 2020 WRC 최종 라운드 일정 추가에 대해 깜짝 발표를 했다. 지금까지 2020 WRC는 벨기에를 끝으로 하는 7라운드 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에 위치한 몬자 서킷(Autodromo Nazionale de Monza race circuit) 주변에서 열리게 될 이탈리아 몬자 랠리가 12월, 최종전으로 치러지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2020 WRC는 총 8라운드로 치러지게 됐으며 이에 따른 승부의 향방 역시 보다 역동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0 WRC는 몬자 랠리의 깜짝 추가로 총 8라운드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랠리 코스 위에 펼쳐진 푸른 지중해는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이탈리아 랠리는 2013년부터 연중 가장 더운 달 중 하나인 6월에 치러져 왔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코로나19로 연기된 일정으로 인해 예년보다 늦은 10월,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서 경기가 치러졌다. 따라서 기존과는 또 다른 환경이 펼쳐졌다. 여기에 사르데냐 섬의 노면은 얇고 미끄러운 자갈과 모래로 덮여 경주차들의 주행이 반복될수록 노면 조건이 시시각각 변한다. 상대적으로 코스를 일찍 주행하는 선수일수록 노면 위의 자갈과 다져지지 않은 모래를 치우며 달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렇다고 뒤늦게 출발하는 선수들에게 무턱대고 유리한 것도 아니다. 앞서 지나간 경주차들이 깊게 파놓은 노면 조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은 드라이버들에게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처럼 자리한다


코스는 사르데냐 섬 알게로(Alghero) 마을 주변의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로 구성돼 있다. 아찔하리 만치 좁은 길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듯 자리하고 곳곳에 자리한 자갈로 인해 울퉁불퉁한 노면은 타이어를 한계까지 몰아붙인다. 반면 코스 주변으로 보이는 지중해의 푸른 바다는 환상적인 경관을 자랑한다. 관람하는 모터스포츠 팬들에겐 환상적인 풍경이지만, 눈부신 태양빛이 바다에 반사돼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에 선수들의 시야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기도 한다.



이탈리아 랠리에서는 강렬한 햇빛과도 싸워야 한다


이번 이탈리아 랠리는 총 16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돼 238.84km의 주행거리를 두고 참가팀들이 실력을 겨뤘다. 현대팀은 총 3대의 i20 쿠페 WRC 경주차를 출전시켰다. 드라이버로는 티에리 누빌과 오트 타낙, 그리고 작년 이탈리아 랠리에서 깜짝 우승을 거머쥔 다니 소르도가 운전대를 잡는다.

세 명의 선수는 모두 지난 3년간 이탈리아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특히, 2018년에는 티에리 누빌이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세바스티앙 오지에를 불과 0.7초 차이로 제치며 승부를 뒤집었다. 당시의 승부는 역대 WRC 중 3번째로 근소한 우승 경쟁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2019년 이탈리아 랠리 역시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승부가 뒤집혔다. 당시 토요타팀 소속으로 출전했던 오트 타낙이 19번째 스테이지에서 경주차의 파워 스티어링에 문제가 발생하며 2위로 추격하던 다니 소르도에게 우승을 내어준 것이다. 이렇듯 이탈리아 랠리에서는 드라마틱한 결과가 이어져왔다.

이탈리아 랠리를 앞둔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 순위는 9점차로 선두 토요타팀(174점)을 현대팀(165점)이 바짝 추격하는 형국이다. 대회가 종반부로 치달으면서 이번 이탈리아 결과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가왔다.



현대팀의 다니 소르도는 i20 쿠페 WRC 경주차에 올라 첫째 날부터 압도적인 주행을 선보였다


95.25km의 주행거리를 총 6개의 스테이지로 나눠 달리는 첫째 날 일정의 주인공은 단연 소르도였다. 소르도는 네 번째 스테이지에서 선두로 치고 오른 뒤 2위 포드팀의 수니넨과의 격차를 계속 벌리며 17초 차이로 1위에 자리했다. 소르도는 금요일 6개의 스테이지 중 4개를 가져오며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을 과시했다.

누빌은 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스페어 휠과 타이어를 2개나 싣고 달렸는데, 이로 인해 경주차가 평소보다 더 미끄러져 초반부터 선두권에 안착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빌 역시 선두권을 향해 고삐를 조여갔다. 그 결과 7위로 시작한 금요일 일정을 3위까지 대폭 끌어올리며 이탈리아 랠리의 전망을 밝혔다.



티에리 누빌 역시 선두권을 향해 거침없는 추격을 이어갔다


반면, 오트 타낙은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경주차의 서스펜션에 문제가 발생하며 2분여의 시간 손실을 입고 사실상 선두권과는 멀어진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2020 WRC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 경쟁을 이어가던 타낙은 표정에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세 번째 스테이지까지 선두를 유지하던 포드팀의 티무 수니넨 선수는 이날 오후 노면 온도의 상승을 예상하고 2개의 타이어를 하드타입으로 변경했는데, 예상과 다른 노면 상황속에 고전을 면치 못한 채 선두 소르도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이외에도 대회 첫날 유일한 동양인 선수인 캇츠타는 사고로, 에세페카 라피 선수는 엔진 트러블로 리타이어 했다. 또한, 칼리 로반페라 선수는 스티어링 문제를 겪는 등 사르데냐 랠리 코스는 결코 녹록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며 선수들에게 크고 작은 시련들을 안겨줬다.



소르도는 스테이지를 공략하던 중 소떼들과의 충돌을 가까스로 피했다


토요일 일정은 사흘 간의 대회 중 가장 긴 101.69km의 주행거리로 구성돼 이탈리아 랠리의 주요 승부처로 여겨졌다. 대회 이튿날 랠리 선두 소르도에게 아찔한 장면이 포착됐다. 토요일 첫 번째 스테이지를 주행하던 중 코스 중간에서 소떼를 만난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고 소가 빠르게 코스를 비워줘 큰 지장없이 스테이지 공략을 마칠 수 있었다. 소르도는 “길 중간에 소들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전 세계 모터스포츠 중 WRC와 같은 랠리 경기에서만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장면이다.



누빌은 토요일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브레이크가 늦으며 크게 뒤쳐질 뻔했으나 다행히 빠르게 페이스를 회복했다


아찔했던 토요일 오전을 무사히 넘긴 소르도는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금요일 기록한 17초의 격차를 30초 가까이 벌리며 선두 굳히기에 돌입했다. 이어 팀 동료 누빌 역시 오지에와 5초 이내의 접전을 이어가며 엎치락뒤치락 2위 자리를 주고받았다. SS10에서 2위 자리를 빼았기도 했으나 결국 토요일 일정 마지막 스테이지(SS12)를 주행하던 중 브레이크가 살짝 늦는 작은 실수와 함께 오지에에게 다시금 2위 자리를 내어주며 치열한 일요일 접전을 예고했다.


토요일에도 여전히 이탈리아 랠리의 희생자들이 속출했다. 토요타팀 로반페라가 나무에 부딪히며 남은 일정을 포기해야 했으며, 포드팀 그린스미스 역시 경주차의 얼터네이터 문제로 리타이어 했다. 캇츠타 선수도 경주차 브레이크가 이상 작동하면서 정상적인 주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대망의 일요일, 이탈리아 랠리는 단 41.9km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선두 소르도와 2위권 격차는 다소 여유 있는 27.4초였다. 하지만 이탈리아 랠리는 마지막까지 이변이 속출하는 대회인 만큼 드라이버를 포함한 현대팀 전원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또한 마지막 날에는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파워스테이지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각 팀들의 전략도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르도는 일요일 첫 번째 스테이지(SS13)에서 12.1초를 잃으며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27초의 격차가 단숨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조수석 뒷범퍼 쪽이 뜯겨 나간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잡히며 현대팀 팬들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드라마 같은 이변이 속출하는 이탈리아 랠리서는 끝까지 방심할 수 없다


이목이 집중됐던 2위권 경쟁 역시 치열했다. SS13에서 오지에는 누빌과의 격차를 미묘하게 벌리며 현대팀에게는 낙관하기 어려운 형국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SS14에서 캇츠타의 사고로 경기가 잠깐 지연됐다. 좁은 길을 빠르게 공략하던 토요타팀의 신예는 차가 수차례 구르는 큰 사고에 휘말렸다. 다행히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모두 다친 곳 없이 무사히 경주차를 빠져나왔으나, 코스 정리로 인해 대회가 잠깐 지연됐다.



캇츠타 선수는 SS14에서 큰 사고에 휘말리며 이탈리아 랠리 코스의 무서움을 다시한번 실감케 했다. 천만다행으로 드라이버는 다친 곳 없이 무사히 차량을 빠져나왔다


이내 재개된 스테이지에서 소르도는 다시 힘을 냈다. SS14를 두 번째로 빠른 기록으로 주파하며 우승컵에 한발짝 더 다가간 것이다. 2위 오지에와 3위 누빌이 바짝 추격함에도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끝에 2위권과의 격차를 16초 이상으로 벌려냈다. 소르도의 동료 누빌 역시 막판 스퍼트가 돋보였다. SS16을 가장 빠르게 주파하며 오지에와의 격차를 단숨에 0.1초 차이까지 좁혀낸 것이다. 단 두 개의 스테이지만을 남겨두고 2위를 향한 경쟁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총 18개 스테이지 중 17번째인 SS17에서 다시 한 번 승부의 향방이 불투명해졌다. 2위 오지에가 엄청난 주행을 선보이며 누빌과의 격차를 다시 1.7초로 벌려낸 것과 동시에 선두 소르도와의 차이도 10초 미만인 9.2초까지 다시 좁혀 놨다. 물론, 단 한 개의 스테이지만을 남겨두고 9.2초의 차이는 결코 뒤집기 쉽지 않지만 현대팀 입장에서 지금의 오지에 기세라면 낙관은 금물이었다.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다니 소르도는 첫째 날 선두를 끝까지 유지하며 현대팀에게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었다


대망의 이탈리아 랠리 종착점인 SS18, 파워스테이지 추가 점수가 부여되기도 하는 마지막 스테이지는 모든 랠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출발 순서는 현재 순위의 역순으로 누빌, 오지에, 소르도 순이었다. 선두권 3인방 중 가장 먼저 출발한 누빌은 거침없이 코스를 질주했고, 마지막 파워스테이지를 4분 46.4초만에 주파했다. 남은 것은 오지에의 주행을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이내 누빌 대비 1.7초의 이점을 갖고 출발한 오지에는 중간 이후부터 점차 페이스가 늦춰지더니 결국 4분 49.1초의 주파시간을 기록했다. 누빌과는 2.7초 차이였다. 다시 말해 누빌은 단 1초 차이로 대 역전승을 거두며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2018년에 이은 짜릿한 명승부로 기록될 순간이었다.



각 스테이지별로 소르도가 압도적인 주행을 보인 가운데, 누빌과 오지에는 2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어 마지막으로 출발한 소르도는 9.2초의 이점을 의식한 채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간 끝에 현대팀에게 이탈리아 랠리의 네 번째 우승컵을 선사할 수 있었다. 이는 이탈리아 랠리서 2016년 첫 우승에 이어 2018년부터 3년 연속으로 차지한 우승 트로피다. 뿐만 아니라 현대팀이 2015년부터 무려 6년 연속 포디움에 오르는 대기록을 달성하는 결과이기도 했다. 또한, 2020 WRC에서도 9월 재개된 에스토니아 랠리 이후 터키, 이탈리아 랠리까지 3연속 더블 포디움을 달성하는 기록도 함께 작성했다.



이탈리아 랠리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팀 전원이 랠리 기간내내 달아올랐던 열기를 식히기 위해 한꺼번에 항구로 뛰어드는 전통이 있다


이번 이탈리아 랠리의 결과로 현대팀은 한 경기서 획득 가능한 최대점수인 43점을 더하며 토요타를 제치고 선두자리 탈환에 성공했다. 2위 토요타의 격차는 7점차다.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 경쟁은 4위를 차지한 토요타팀 에반스가 그대로 선두를 유지했고, 3위에 오른 오지에 역시 2위 자리를 수성했다. 이탈리아 랠리 준우승에 힘입어 누빌이 3위로 뛰어올랐고, 파워스테이지에서 값진 5점의 추가포인트를 더해낸 오트 타낙이 4위에 자리했다.


현대팀 입장에서 누빌과 타낙은 각각 선두와 24점, 29점 차이까지 벌어져 있어 드라이버 부문 우승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다만 산술적으로 1경기에 최대 30점(1위: 25점, 파워스테이지 추가점수 5점)까지 획득이 가능한 만큼 남은 두 번의 랠리 결과에 따라 충분히 역전 우승이 가능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번 이탈리아 랠리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소르도와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준우승을 차지한 누빌처럼 2020 WRC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기적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남아있는 랠리는 누빌의 홈고장인 벨기에와 현대팀이 초강세를 보이는 이탈리아 몬자 랠리다.



현대팀은 9월 재개된 WRC부터 3연속 더블 포디움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이후 재개된 랠리에서 모두 더블 포디움을 달성한 현대팀. 이는 i20 쿠페 WRC 경주차의 강력한 주행성능과 드라이버의 실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한껏 기세를 올려가고 있는 현대팀이 남은 두 번의 랠리서도 포디움 정상을 휩쓸며 2020 WRC 제조사 부문 2연패 달성 확정과 함께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에서도 이번 대회와 같은 드라마가 펼쳐 지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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