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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Dec 31. 2020

레이서의 기대까지 뛰어넘다, 쏘나타 N 라인 시승기

역대 가장 강력한 성능의 쏘나타인 ‘쏘나타 N 라인’이 등장했다.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6 터보 엔진의 쏘나타 센슈어스를 시승했을 때가 기억난다.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 방식을 최초로 적용한 쏘나타 센슈어스의 새로운 파워트레인은 출력이나 균형 면에서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패밀리 세단’인 쏘나타에게 180마력이면 필요충분조건을 훌쩍 뛰어넘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최고출력이 110마력이나 더 높은 쏘나타 N 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 레이서 강병휘가 서킷에서 쏘나타 N 라인과 만났다


우선 쏘나타 N 라인에 대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쏘나타 N 라인은 새로운 스마트스트림 2.5 터보 엔진을 장착하는 등 N 라인으로 분류하기에는 아쉬울 정도의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덕분에 쏘나타 N 라인은 기존 쏘나타를 훨씬 상회하는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제공한다. 290마력과 43.0kgf·m는 현재 현대자동차의 세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지금까지의 N 라인은 고성능 N과 일반 모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따라서 동력계의 변화보다는 섀시와 디자인 업그레이드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쏘나타 N 라인의 등장으로 인해 이런 공식은 깨졌다. N 라인 모델의 스포티한 성향이 더욱 짙어진 것이다. 



쏘나타 N 라인은 최고 290마력, 43.0kgf·m의 성능을 지닌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터보 엔진을 얹는다


새로운 직렬 4기통 2.5 터보 엔진은 V6 엔진보다 가볍고 연비가 뛰어난 것은 물론, 기존 4기통 2.0 터보 엔진보다 출력도 높다. 여러모로 FF(앞 엔진, 앞바퀴굴림) 방식 최고의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쏘나타 N 라인의 파워트레인에선 현대차 세단 최초로 장착한 습식 8단 N DCT(듀얼클러치 변속기)도 빼놓을 수 없다. 8단 N DCT 도입의 가장 큰 특징은 N 라인 최초로 런치 컨트롤(Launch Control) 기능을 제공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쏘나타 N 라인의 디자인은 한결 역동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외장 디자인은 쏘나타 센슈어스보다 한층 스포티하다. 앞 번호판 아래 수평으로 자리한 3개의 흡기구를 통해 N 브랜드의 형제임을 강조했고, 범퍼 하단 면적을 넓혀 강렬한 인상을 더했다. 후면부에선 듀얼 트윈 팁 머플러가 고출력 엔진을 암시한다. 트렁크 상단에 검게 처리한 리어 스포일러는 감성적인 부분까지 만족시켜 준다. 



19인치 휠의 스포크 사이로 성능을 강화한 브레이크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측면부에선 새로운 19인치 휠이 돋보인다. 스포크의 형태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일 정도로 입체감이 뛰어나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언뜻 봐도 직경이 기존보다 손가락 한 마디는 더 커진 느낌이다. 제동 성능이 확연히 개선되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불쑥 솟은 사이드 볼스터와 스웨이드 마감을 갖춘 스포츠 시트는 서킷 주행에서도 안정적인 지지력을 제공한다


실내에선 곳곳을 가로지른 붉은 스티치와 지지력이 뛰어난 스포츠 시트가 일반 쏘나타와 선을 긋는다. 원하는 만큼 옆구리를 단단하게 조일 수 있는 전동식 사이드 볼스터 조절 장치는 쏘나타 N 라인이 스포츠 주행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진중한 모델이라는 점을 일깨워주는 장비다. 하지만 2열에선 햇빛을 막는 커튼 등 ‘패밀리 세단’다운 친절함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다.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 중형 세단의 격을 해치지 않는 이런 수준의 변화가 마음에 든다.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매력을 찾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전, 쏘나타 N 라인을 세팅하고 있는 강병휘 선수


운전석에 올라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는 것이었다. 쏘나타 N 라인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가 새롭게 마련됐다. 광고 영상에서 빠른 가속력으로 조수석에 탄 귀신도 떨어뜨린다던 런치 컨트롤 기능도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사용할 수 있다.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 차체 자세 제어 장치)를 완전히 해제하고 왼발로 브레이크,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런치 컨트롤이 작동한다. 



런치 컨트롤을 작동할 때 쏘나타 N 라인의 계기반 화면. 엔진 회전수를 조정할 수 있다


출발 전 런치 컨트롤의 엔진 회전수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노면이 미끄럽거나 약간 오르막이라면 낮은 쪽을, 접지력이 좋은 노면이나 약간 내리막이라면 엔진 회전수를 높이는 쪽이 유리하다. 현대차는 이미 TCR 레이스카를 통해 런치 컨트롤 기술을 담금질 해왔다. i30 N TCR을 타고 경기에 출전할 때, 타사 경주차의 런치 컨트롤보다 성능이 뛰어나서 스타트 직후 추월 기회를 얻어내기가 유리했던 기억이 있다. 



쏘나타 N 라인의 런치 컨트롤을 활용하면 출발할 때부터 짜릿하게 달릴 수 있다


쏘나타 N 라인의 런치 컨트롤도 예외는 아니다. 차체 길이가 4.9m에 이르는 덩치, 전륜구동 방식, 4기통 엔진, 사계절용 타이어 등의 상황에서 ‘제로백(0→ 100km/h)’을 6.2초 만에 돌파하는 것은 분명 패밀리 세단의 영역이 아니다. 그리고 쏘나타 N 라인은 소요 시간 자체보다 가속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더 즐겁다. 



쏘나타 N 라인은 인제스피디움의 가파른 코너를 맹렬하게 달렸다


강력한 구동 토크로 인해 타이어는 가속하는 내내 비명을 지른다. 1단에서 2단으로 기어를 바꾼 후에도 휠 스핀이 이어질 정도로 힘이 넘친다. 그러나 운전자가 바쁘게 대응해야 할 상황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고출력 전륜구동 자동차는 급가속을 할 때 토크가 앞바퀴 한쪽으로 몰리면서 운전대가 꺾이는 토크 스티어(Torque Steer)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쏘나타 N 라인은 LSD(Limited Slip Differential, 차동 제한 장치)를 별도로 장착하지 않고도 토크 스티어를 잘 억제한다. 


쏘나타 N 라인의 런치 컨트롤은 최적의 슬립율을 의도하여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가 노면을 꽉 붙잡을 때보다 일정 수준 미끄러질 때 가속 효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8단 N DCT는 수동변속기처럼 꽉 물린 클러치 느낌이 살아있을 만큼 직결감이 좋다. 결과적으로 힘은 차고도 넘치는데, 이를 다루는 과정은 전혀 어렵지 않다. 새로운 재미다. 



쏘나타 N 라인은 넘칠 만큼 강력한 힘으로 코너를 탈출하는 짜릿함을 지녔다


이런 스포티한 성격은 코너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코너의 정점을 지나 다시 가속하면 터보차저가 높은 과급압을 밀어내 구동 바퀴를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터보차저가 없는 척 자연스럽게 세팅하는 요즘 터보 엔진들과 다르게 터보차저의 존재감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인제스피디움의 몇몇 가파른 코너에선 높은 토크로 인해 안쪽 타이어가 헛도는 현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겪으며 구동력을 분배해 코너를 빨리 탈출하게 도와주는 LSD가 없는 점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분명 랩 타임을 손해 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랩을 더 돌고난 뒤, 쏘나타 N 라인의 넘치는 힘을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나도 모르게 코너 스피드를 1km/h라도 높여보려는 즐거움과 함께 가속 페달을 건드릴 때마다 쏟아져 나오는 파워를 만끽하고 있었던 것이다. 



쏘나타 N 라인은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런치 컨트롤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품었다


사실 쏘나타 N 라인은 랩 타임 공략을 위한 트랙 토이(Track Toy)로 태어난 차가 아니다. 이 차의 매력은 여유롭고 편안한 중형 세단의 본래 기능성 위에 더한 재미와 스릴이다. 단지 런치 컨트롤뿐만이 아니다. 


엔진음을 듣기 좋게 전해주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ctive Sound Design), 기어를 올릴 때마다 뒤에서 강하게 밀어주는 느낌을 선사하는 N 파워 쉬프트(N Power Shift), 기어를 내릴 때 엔진 회전수를 스스로 보정해 빠른 재가속을 도와주는 레브 매칭(Rev Matching) 등 쏘나타 N 라인의 여러 기능은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목적을 위해 공존한다. 물론 전통적인 쏘나타의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마저 하나의 재미가 된다. 



안정적인 무게중심과 탄탄하게 조율한 하체에서 비롯된 직관적인 핸들링 성능이 운전의 재미를 더한다


한편, 쏘나타 N 라인은 무게 중심이 안정적이다. 타이어도 비교적 유연한 피렐리 P제로 올시즌을 장착했다. 덕분에 타이어가 한계점을 넘어선 순간에도 궤적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ESC를 모두 해제해도 움직임은 절대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다. 보통 스릴은 위험을 담보로 하는데, 이처럼 다루기 쉬우면서 스릴을 제공하는 차는 흔치 않다. 


스포츠 드라이빙을 받아낼 수 있게 조율된 섀시는 가변 댐퍼의 부재가 아쉽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스프링이나 댐퍼 등 단순히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조인 것만이 아니라 차체와 구동계를 연결하는 서브프레임의 부싱과 조향 기어비까지 손을 봐 핸들링을 직관적으로 다듬었다. 성인 2명 탔을 때와 성인 4명이 탔을 때의 핸들링 성향이 변함이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쏘나타 N 라인은 펄펄 끓어 넘치는 에너지를 살살 달래가며 타는 스릴이 있다


시승 촬영을 위해 트랙에서만 100km가 넘는 거리를 달렸지만 다행히 브레이크 감각에도 변화가 없었다. 시승을 마치고 난 후 남은 물음표는 딱 한 가지. 올시즌 타이어 대신 적당한 마모지수와 높은 접지력을 갖춘 고성능 타이어를 달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었다. 

이처럼 쏘나타 N 라인은 펄펄 끓어 넘치는 에너지를 마음껏 쏟아내며 달리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국내 ‘패밀리 세단’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쏘나타가 이런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껏 출시된 N 모델과 N 라인 모델들을 보며 N 브랜드의 정체성이 어느 정도 확립됐다고 생각하던 찰나, 쏘나타 N 라인이 ‘운전의 재미’라는 개념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글. 강병휘 
카 레이서이자 자동차 칼럼니스트. 2013년 KSF 제네시스 쿠페 시즌 챔피언 출신이며, 2018년 TCR 코리아에선 챔피언을, 2019년 TCR 말레이시아에선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부터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에 참가해 4년 연속 완주했다. 여러 모터스포츠 경험과 포르쉐 인스트럭터 및 PR 담당, FCA 상품 기획 트레이닝 매니저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자동차 컨텐츠를 만들고 있다. 


사진. 김범석 

◆ 이 칼럼은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이며, HMG 저널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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