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가 개성 짙은 디자인을 갖게 된 배경을 외장 디자이너에게 물었다.
현대자동차 캐스퍼는 그동안 국내에 존재하지 않던 엔트리 SUV라는 차급을 새롭게 개척하는 모델이다. 기존 자동차 시장의 판도와 고정 관념을 바꿀 게임 체인저인 만큼, 외장 디자인부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작지만 작지 않아 보이고, 당당하면서도 견고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그동안 봐왔던 경형 자동차는 물론, 기존 SUV와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렇다면 캐스퍼의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됐을까? 캐스퍼의 창의적인 모습을 완성한 임준혁 책임연구원과 함께 캐스퍼 외장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캐스퍼는 엔트리 SUV라는 장르를 새롭게 개척하는 모델이다. 디자인 과정에서 경형 모델과 SUV 중 어느 쪽에 좀 더 무게를 두었을까?
‘경형 모델이면서 SUV’라기보다는 ‘SUV인데 경형 모델’라는 인식을 전달하고 싶었다. 즉, 경형 모델보다는 아이코닉하면서도 견고한 디자인을 갖춘 SUV로 보면 좋을 것 같다. 누가 봐도 캐스퍼가 SUV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실제보다 더 커 보이는 당당한 자세처럼 캐스퍼는 차급의 한계를 넘어 기존 SUV 못지 않은 자부심을 전달하기 충분할 것이다.
Q. 그렇다면 캐스퍼가 강조하는 SUV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캐스퍼의 SUV적인 요소는 전면부부터 시작한다. 정통 오프로드 SUV처럼 강인하고 견고한 형태로 빚은 범퍼 하단의 스키드 플레이트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이 스키드 플레이트를 통해 SUV 특유의 다부진 느낌이 묻어나는 캐스퍼 만의 전면부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다. 리어 범퍼 하단을 감싸고 있는 리어 스키드 플레이트 역시 전면부처럼 캐스퍼의 SUV다운 강인한 인상을 완성한다. 보닛은 돔 형태의 디자인을 통해 볼륨감과 SUV만의 단단하고 강인해 보이는 이미지를 한껏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특징 중 하나가 바로 B필러 부분이다. 안전한 느낌이 드는 벨트라인(측면 유리와 차체를 구분할 수 있게 수평으로 그은 선)과 곧장 하나로 연결되는 B필러가 단단하면서도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경형 모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판매 중인 기존 SUV에서도 보기 힘든 디자인으로, 캐스퍼의 SUV다운 특징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요소 덕분에 SUV 마니아들에게도 캐스퍼는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갈 것으로 예상한다.
SUV적인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측면의 벨트라인 높이도 다르게 설정했다. 1열 측면 유리는 개방감을 중시했으며, 이를 강조하기 위해 A필러도 블랙 컬러로 마감했다. 그 결과, 앞유리와 1열 측면 유리가 하나로 연결된 것 같아 외부에서 캐스퍼를 봤을 때 보다 시원하고 개방감 있는 느낌이 든다. 반면, 2열 측면 유리는 상대적으로 위치가 조금 더 높은 계단식 디자인으로 마무리했다. 캐스퍼의 측면에서 SUV 특유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캐스퍼의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다른 SUV적인 요소는 바로 펜더다. 캐스퍼의 옆모습을 처음 볼 때, 아마도 펜더가 가장 먼저 눈에 띌 것이다. 실제로도 펜더를 역삼각 형태로 과감히 디자인해 경쟁차들에 비해 두드러지는 볼륨감을 강조하고자 했다. 또한 SUV다운 당당하고 안정감 있는 자세를 이 펜더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여기에 동급 최초로 17인치 전면 가공 알로이 휠을 적용해 휠 하나만으로도 캐스퍼의 차체가 커보이는 효과까지 더했다.
Q. 엔트리 SUV인 캐스퍼는 지금까지의 차들과 다르게 보인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캐스퍼는 경형으로 분류되지만 SUV 디자인이 적용되어 커 보이면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사전 공개된 캐스퍼의 이미지를 보고 많은 사람이 “캐스퍼가 경형차 세제 혜택 기준 등에 맞지 않을 것이다”고 이야기한 걸로 알고 있다. 이를 듣고 ‘동급 경쟁차보다 커 보이게 만드려는 우리의 의도가 성공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흐뭇해 했다.
엄밀히 따지면 캐스퍼는 경형 모델이라서 크기가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캐스퍼는 SUV이기도 하다. 경형 모델보다는 강인한 SUV로서의 특징이 더 많은 차이기 때문에 단단하고 커 보이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측면에 직선을 적극 활용했고 그 결과, 앞서 언급한 독특한 디자인의 B필러와 펜더가 완성될 수 있었다.
Q. 캐스퍼는 여러 SUV 중에서도 개성이 유독 강하다. 이러한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캐스퍼 디자인의 시작은 ‘현대자동차에서 가장 아이코닉한 차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이면서 ‘프로텍트한(보호받는 듯한) 이미지의 캡슐’ 콘셉트와 아이코닉함을 가장 잘 표현하는 형태를 일관되게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캡슐 그래픽은 그 형태만으로도 매우 독특하기 때문에 캐스퍼의 아이코닉함을 잘 대변한다. 덕분에 기존 차에서는 볼 수 없던 캐스퍼 만의 디자인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동그란 헤드램프를 감싸고 있는 듯한 라디에이터 그릴의 그래픽, 후면부의 동그란 턴 시그널 램프를 감싸고 있는 리어 범퍼의 그래픽에서 나타나는 캡슐 형태다. 캐스퍼의 전후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인 원형 램프를 캡슐 형태가 감싸고 있기 때문에 차체가 더욱 견고하고 단단해 보인다. 캡슐 형태는 휠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휠의 스포크 부분에 캡슐 형태를 적용해 캐스퍼의 측면이 더욱 강하게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이드 미러의 방향지시등 중 앞쪽의 원형 램프를 캡슐 형태의 라인으로 감쌌다. 아울러 사이드 미러의 측면에 위치한 램프까지도 캡슐 형태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으로 마무리했다. 사이드 미러 같이 작은 부분에서도 캐스퍼의 개성과 단단한 이미지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캐스퍼의 개성을 완성하는 캡슐 콘셉트는 자연스럽게 SUV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까지 겸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캡슐이라는 형태 자체가 무엇인가를 감싸고 보호하는 이미지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캡슐이라는 디자인 요소로 차체가 작은 캐스퍼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SUV로서의 특징을 강화할 수 있었다.
Q. 그 외에도 캐스퍼 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 요소가 눈에 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전면부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좋은 예다. 파라메트릭 패턴을 적용해 한눈에 봐도 현대차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독특한 느낌을 만들기 위해 헤드램프를 턴 시그널 램프와 분리한 후, 원형 디자인의 DRL을 적용했다. 헤드램프 위쪽에 위치한 턴 시그널 램프도 날렵한 디자인을 적용해 강한 개성을 부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체적으로 귀엽지만 거친 성격을 품고 있을 것 같은, 캐스퍼만의 디자인이 완성될 수 있었다.
후면부에도 전체적인 통일감을 위해 캡슐 형태와 파라메트릭 그래픽을 적용했다. 그 결과, 테일게이트 램프와 스톱 램프에 적용돼 있는 파라메트릭 패턴이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통일감 있게 이어진다. 현대차 엠블럼은 투명하게 마감된 플라스틱 소재 안에 넣어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했다. 전면의 아이코닉한 원형 램프 디자인 역시 후면부의 턴 시그널 램프로 이어진다.
Q. 터보 엔진이 적용되는 ‘캐스퍼 액티브’의 디자인에 대해 알고 싶다.
일반 사양의 디자인은 개성 넘치고 당당한 디자인의 엔트리 SUV라는 캐스퍼의 콘셉트를 명확하고 잘 정돈된 방법으로 전달한다. 반면, 캐스퍼 액티브의 디자인은 1.0 터보 엔진을 써서 최고출력이 100마력에 달하는 고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랠리카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차용해 디자인에 반영했다. 인터쿨러 인테이크를 강조한 원형 흡기구와 메탈 페인트로 마무리된 프런트 스키드 플레이트, 그리고 디퓨저 형상의 리어 스키드 플레이트가 대표적인 예다. 그 결과, 더욱 스포티하고 개성 있는 이미지가 완성될 수 있었다. 따라서 단순히 터보 엔진의 강력함을 원하는 소비자 뿐만 아니라 보다 강한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캐스퍼 액티브는 큰 만족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캐스퍼의 외관에 적용된 여러 디자인 요소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을까?
개성 있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 차에 여러 요소를 적용하다 보면 디자인이 자칫 복잡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일관된 방식으로 디자인 요소를 반영했다.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가 많지만 복잡하지 않게 잘 정리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후면부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원형 LED DRL을 사양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적용한 부분과 리어램프의 그래픽 역시 같은 디자인으로 일관성 있게 표현한 부분이 마음에 든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어떤 사양을 선택하더라도 캐스퍼 하면 ‘개성 넘치고 당당한 SUV’라는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조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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