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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ul 03. 2018

과거의 향수가 살아있는
레트로한 공간 3곳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날로그, 레트로풍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구식’으로 치부되던 것의 매력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향수 젖은 추억을 꺼내어 볼 수 있는 곳, 또 다른 누군가는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취향을 만들어갈 수 있는 곳. 불편함을 추억하고 촌스러움을 취향으로 만들어내는 아날로그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느린 감성의 흑백사진, 대구 석주사진관


수십 장의 사진을 뚝딱 찍어내는 디지털 시대에 고집스러운 흑백사진관이 있습니다. 화려함과 편리함을 벗어버리고 흑과 백의 투박함으로 정겨움을 찍어내는 석주사진관. 단층의 빨간 벽돌이 돋보이는 이곳은 대구의 인사동이라 불리는 봉산문화거리 안쪽에 옹송그리듯 자리합니다. 

사진관 입구, ‘당신의 오늘을 담담히 사진 한 장으로 남겨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짙은 색의 나무 바닥 위로 느린 공기가 가득해 그 자체로 따뜻한 추억을 불러들입니다. 석주사진관은 클래식 카메라에 흑백 필름을 넣어 사진을 찍는 흑백 전문 사진관입니다. 

19세기 후반 사진술로 사진을 촬영하고 현상과 인화를 합니다. 필름을 갈아 끼우고 적정 노출을 수동으로 맞춰 피사체와 호흡을 맞춰 셔터를 누릅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느리고도 천천히, 정성스레 진행됩니다. 촬영이 끝나고 수작업 현상까지 보름 정도 걸리는데 밀착본이 나오면 다시 사진관을 방문해 직접 확대경을 통해 사진을 고르는 일이 기다립니다. 누군가에게는 번거로울지도 모르는 과정이지만 석주사진관에서는 찍는 사람도, 기다리는 사람도 설렘으로 이 작업을 맞이합니다. 돌, 백일, 웨딩, 가족, 기념사진 등도 남길 수 있습니다. 사진 촬영은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과장되지 않고 솔직하며 소박하지만 따뜻함이 묻어나는 사진을 담고 싶습니다.” 

이석주 사진가의 진심이 느껴집니다. 

주소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문화길 17 
전화 053-621- 6121


가장 따뜻한 소리, 바이닐 이태원 음 레코드


바이닐이라고도 불리는 LP는 인간의 가청 음역대에 가장 부합해 따뜻한 인상을 줍니다. 빈티지한 골목으로 얼기설기 이어진 이태원 우사단로에 자리한 음 레코드는 그렇기에 가장 따뜻한 소리가 흐르는 공간입니다. 

“누구나 편안하고 쉽게 레코드를 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8만여 장의 LP 컬렉션을 가지고 있는 박인선 주인장의 말입니다. 이곳에서는 레코드와 턴테이블을 직접 조작할 수 있고 명반부터 희귀템, 좀처럼 보기 힘든 7인치 바이닐까지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커피와 음료를 한잔하며 느긋하게 공간에 머무르다 보면 어느새 그 감성에 푹 빠질 듯 합니다.

1층에서는 턴테이블을 통해 공간을 가득 채우는 음악을 감상하며 80년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턴테이블을 구경하면 됩니다. 2층에서는 LP를 직접 골라 들어 볼 수 있습니다. 고른 LP를 조심스럽게 핸드메이드 턴테이블에 얹으면 되는데 이어폰이 아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소리라 더욱 특별합니다. LP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친절한 설명서가 곁들여집니다. 전문가에게 바이닐 케어 서비스와 컨설팅도 받을 수 있으며 레코드 제작과 레코드 페어, 디제이 파티, 공연 등 바이닐과 관련된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열립니다.

밤이 되면 실내에 알록달록 조명이 켜져 빈티지한 분위기가 더욱 돋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루프탑. 선선한 계절, 남산이 보이는 야경에 마음이 탁 트입니다.

주소 서울특별시 용산구 우사단로10길 145
전화 070-8959-9999


최신 게임 없음! 추억을 소환하는 전주 맹꽁이오락실


방과 후, 부모님 몰래 동전 몇 개 들고 동네 오락실로 향했던 그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락에 심취하다 보면 학원도 빠지고 날은 어둑해집니다. 엉덩이를 한 번 붙이면 좀처럼 떼기 어려웠던 그곳. 추억의 오락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른들에겐 추억을 소환하고, 아이들에겐 새로운 놀이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가게 된다면 이곳에 들러보길 바랍니다. 이름만으로도 정겨운 맹꽁이오락실은 슬레이트 지붕, 격자무늬 나무가 달린 커다란 창으로 사람들을 반깁니다. 빈티지한 외모는 재미있는 촬영 스폿으로 인기입니다. 외관 한편에 쓰인 ‘최신 게임 없음’이란 문구도 재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시끌시끌한 오락 소리에 귀가 쫑긋, 오래된 기억이 펼쳐집니다.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소박한 공간엔 10여 대의 오락기가 있습니다. 1980년대 유행했던 게임들이 주를 이루는데 1986년에 개발된 보글보글, 1987년에 개발된 스트리트파이터, 1988년에 개발된 테트리스 등 30여 년 전 오락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자리합니다. 이제, 손가락 운동을 하며 긴장을 풀고, 끝없는 오락 세계에 빠지기만 하면 됩니다.

외관뿐만 아니라 빈티지한 내부도 사랑스럽습니다. 오래된 카메라와 시계, 탁자 등이 정겹기만 합니다.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며 오후 10시 이후엔 청소년은 출입 금지입니다. 게임은 한 판당 500원.

주소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6



글. 박산하 에디터 

기아자동차 사외보 DRIVE KIA 2018년 5, 6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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