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6는 어떤 평가를 받으며 가치를 입증했을까?
전기차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아마 주행 가능 거리와 전력 소비 효율일 것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모든 전기차 이용자들이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용 전기차를 비롯한 일부 브랜드 전기차들이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해 초급속 충전으로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럽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 공개됐다. 독일 운전자 클럽(Allgemeiner Deutscher Automobil-Club, 이하 ADAC)이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의 실제 전비가 역대 전기차 중 최고라는 테스트 결과를 공개한 것이다. ADAC는 독일 운전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대변하기 위해 지난 1903년 설립된 소비자 단체로, 기업의 입장이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ADAC는 설립 초기부터 도로 표지판을 세우고 긴급 출동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도로교통법 입법에 관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국제 자동차 연맹(FIA)에 소속돼 각종 모터스포츠 대회도 주관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ADAC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유로 NCAP과 같은 신차 안전도 평가 기관과 협업하기도 하며, 자체 기술 센터에서 유아용 카시트나 러기지 랙과 같은 용품의 안전 테스트도 진행한다. 신차가 출시되면 만듦새, 공간, 상품성, 성능 등을 꼼꼼히 분석하는 신차 평가(Autotest)를 진행하고 있으며, 100주년을 맞이한 2003년부터는 신차의 친환경성을 면밀하게 밝히는 테스트(Ecotest)도 병행하고 있다.
ADAC 에코테스트는 인체에 유해한 오염 물질 배출량, 온실가스 배출량, 연료 소비량 등을 측정하며, 이는 유럽 표준 규격인 국제표준시험방식(Worldwide harmonized Light Duty Test Procedure, 이하 WLTP)을 따른다. ADAC는 도심, 교외, 고속도로 등 일상적인 주행 조건으로 구성된 WLTP 테스트에 아우토반 고속 주행 코스도 추가해 더욱 강화된 친환경성 테스트를 시행한다.
ADAC는 2010년부터 전기차에 대한 에코테스트를 진행해 왔으며, 주행 중 배출가스가 없는 전기차의 경우 전기의 생산, 운송, 소비가 이뤄지는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평가해 테스트 결과에 산정한다. 가령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CO₂ 수치를 반영하는 식이다. 아울러 전기차를 테스트하고 완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량을 측정해 실제 충전 효율도 면밀히 살핀다.
ADAC는 지난 연말부터 독일에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아이오닉 6를 대상으로 소비자의 입장에서 꼼꼼히 분석하기 위해 오토테스트 및 에코테스트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아이오닉 6는 오토테스트 종합 점수 1.7점(낮을수록 좋은 평가), 에코테스트 종합 점수 107점(110점 만점)을 획득해 최고의 차로 인정받았다. 특히 ADAC는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유선형 차체와 뛰어난 공력 성능에서 비롯한 15.5kWh/100km의 전비, 그리고 우수한 충전 성능 등을 높이 평가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아이오닉 6는 충전 손실을 포함해 100km당 15.5kWh의 전력만 소비했다. 지금까지 이보다 더 경제적인 전기차는 없었다.”
참고로 오토테스트는 차의 만듦새 및 적재 공간, 실내 공간 및 인포테인먼트, 승차감 및 NVH, 파워트레인, 주행 성능, 안전성, 친환경성 부문으로 구분해 평가가 이뤄진다. 또한 획득 점수는 낮을수록 좋으며, 0.6~1.5점 매우 우수, 1.6~2.5점 우수, 2.6~3.5점 만족, 3.6~4.5점 충분, 4.6~5.5점 불충분 등급으로 나뉜다. 에코테스트는 오염 물질 배출(50점 만점), 전비 및 충전과 연관된 CO₂ 배출(60점 만점) 부문으로 구성돼 만점에 가까울수록 우수한 성적으로 인정받는다.
테스트에 동원된 아이오닉 6는 독일에서 판매 중인 최상위 트림으로, 77.4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뒷바퀴만 굴리는 모델이었다. ADAC는 WLTP 주행 테스트와 더불어 아우토반 주행 환경을 가정한 자체적인 테스트를 거쳐 아이오닉 6의 실제 전비를 측정했다.
복잡한 도심, 급가속, 고속 주행이 뒤섞인 테스트에서 아이오닉 6는 15.5kWh/100km의 우수한 전비를 기록했으며, 이는 WLTP 공인 전비인 14.3kWh/100km보다 살짝 낮은 수준에 불과했다. 여기에는 11kW 완속 충전 시 AC 전류를 DC 전류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전 손실도 포함됐다. ADAC는 동일한 배터리와 구동계를 갖춘 아이오닉 5가 18.2kWh/100km의 전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며 아이오닉 6의 우수한 공력 성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아이오닉 6는 우수한 공력 성능이 전기차에 특히 효과적이며 고속에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아이오닉 6의 공기저항계수는 0.21로 현대차 역대 최저 수치다. 이는 매끈한 유선형 루프라인을 기본으로 평평한 전면부, 범퍼에 통합된 액티브 에어 플랩, 디지털 사이드미러, 윙렛이 있는 타원형 리어 스포일러, 뒷부분을 안쪽으로 완만하게 둥글린 구조 등의 요소가 모인 효과다.”
800V 고전압 시스템 기반으로 완성한 아이오닉 6의 우수한 충전 성능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에코테스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충전 테스트에서 아이오닉 6는 최대 235.7kW의 충전 전력을 기록했고, 평균 189.7kW의 전력으로 77.4kWh 용량의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단 19분만에 충전했다. ADAC의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아이오닉 6의 주행 가능 거리는 초급속 충전기로 10분 충전 시 226km, 30분 충전 시에는 492km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ADAC는 발전량에 따른 독일 평균 CO₂ 배출 기준 500g/kWh(2020년 11월 발표 기준)를 적용해 아이오닉 6의 경우 1km당 77g의 CO₂를 배출하는 것으로 산정했다. 아울러 15.5kWh/100km의 전비는 63mg/km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하며, 이에 따라 오염 물질 배출 부문 49점, CO₂ 배출 부문 58점 등 합산 107점을 부여했다. 아이오닉 6가 획득한 107점은 ADAC 에코테스트 기록 중 최고 기록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ADAC의 웹사이트(www.adac.de)에서는 그간 에코테스트를 거친 전기차들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아이오닉 6는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전비 부문에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 500km 이상의 넉넉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갖춘 여러 전기차 가운데 아이오닉 6는 가장 작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고도 555km라는 놀라운 테스트 결과를 기록했다. 또한 완충 시 전력 손실량도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코테스트 전비 부문에서 아이오닉 6는 아주 인상적인 기록을 남겼다. 지금까지 ADAC가 테스트한 수백 대의 전기차 중 가장 우수한 전비를 보였고, WLTP 공인 전비와의 차이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부분은 우수한 전비를 기록한 상위 모델 가운데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아이오닉 6가 1위를 차지했고, 내연기관차에서 파생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1세대 모델이 바로 그 다음으로 우수한 전비를 기록했다는 사실에서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기술력이 얼마나 우수한지 알 수 있다.
오토테스트에서 아이오닉 6가 획득한 종합 점수 1.7점도 주목할 만한 기록이다. 아이오닉 6는 평가 부문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는 결과를 받았으며, 전기 파워트레인, 안전성, 친환경성 부문에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 종합 1.7점을 기록했다. 오토테스트를 거친 모델 중 아이오닉 6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모델은 BMW iX xDrive 50과 메르세데스-EQ EQS 450 단 2개 모델뿐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이오닉 6가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은 항목은 12.3인치 디스플레이 2개를 엮은 내비게이션 통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스마트 기기 연결성, 가속 및 조작성이 우수한 전기 파워트레인, 안전한 운전을 도와주는 다양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유로 NCAP에서 최우수 등급을 획득한 충돌 안전성 등이었다. 물론 앞서 소개한 전기차 최고 수준의 친환경도 포함된다.
세부 평가를 기반으로 ADAC는 아이오닉 6가 어떤 운전자와 주행 환경에 적합한지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아이오닉 6는 우수한 전비와 넉넉한 주행 가능 거리, 운전자 편의성, 서스펜션과 시트의 편안함, 다루기 쉬운 조종성,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고려해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ADAC는 “승차감이 단단하지만 불편하지는 않다. 자신감 있게 주행할 수 있으며, 긴 휠베이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직진 안정성도 훌륭하다. 전반적으로 테슬라 모델 3보다 훨씬 더 나은 승차감을 발휘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파워트레인 및 운전 감각도 좋은 평가를 받아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적합하며, 초기 구매 비용과 유지비를 모두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전기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추천한다는 평가를 남겼다. 다만, 눈에 띄게 저렴해 보이는 실내의 몇몇 소재, 도로 제한 속도 초과 시 경고음을 울리고 속도를 제어하는 지능형 속도제한 보조의 민감도, 다소 높은 구매 가격 등은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토테스트와 에코테스트를 수행하며 아이오닉 6의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본 ADAC는 다음과 같은 종합 평가를 남겼다. “현대차 최초의 전기 중형 세단은 테슬라 모델 3를 겨냥하고 있다. 오토테스트 결과는 아이오닉 6가 동급 선두를 차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준다. 아이오닉 6는 동급 모델보다 우수한 충전 성능 및 전비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직관적인 조작성, 높은 수준의 안전성, 우수한 소음 차단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독일 총인구는 2021년 기준으로 8,320만 명에 달한다. 그중 2,10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ADAC의 디테일한 평가는 독일과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소비자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ADAC의 긍정적인 평가에 힘입어 아이오닉 6는 최근 2024 독일 올해의 차(German Car of the Year) 신에너지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2023 월드카 어워즈(World Car Awards) 최고의 영예인 세계 올해의 차를 비롯해 올해의 전기차,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부문을 휩쓸며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 곳곳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이오닉 6는 앞으로도 현대차의 전기차 리더십을 굳건히 다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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