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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Jan 05. 2024

색으로 전하는 메시지, 자동차 커뮤니케이션 컬러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는 역할을 한다.


인간관계에서 ‘7초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첫인상을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7초라는 의미다. 우리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상대방이 호감인지 비호감인지를 판가름하고, 상대방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물론 첫인상이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될 순 없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오래, 가장 많이 남는 정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는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Solomon Asch)의 ‘초구효과(무언가를 접했을 때 처음 뇌에 입력된 정보가 나중에 입력된 정보보다 기억에 잘 남는 현상)’ 검증 실험을 통해 입증된 사실이다. 이런 첫인상의 영향은 사람뿐만 아니라 제품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새로운 제품을 처음 공개할 때 마케팅 측면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언가’란 이러한 첫인상을 강렬하게 남기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독특한 디자인을 시도하거나 화려한 효과를 연출하곤 한다. 그래야지만 제품을 구매할 잠재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습득할 때 오감 중에서 시각을 통해 습득하는 정보가 약 87%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주얼 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색(Color, 이하 컬러)’이다. 컬러는 제품에 손쉽게 차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요소이다. 또한 각각의 색이 가진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용이하다. 수많은 브랜드가 제품을 개발하면서 고객에게 선보일 커뮤니케이션 컬러(Communication Color)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다.




커뮤니케이션 컬러란 제품의 콘셉트와 브랜드 이미지를 고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컬러를 의미한다. 제품 광고나 카탈로그 등 정보를 전달하는 다양한 채널 속에서 제품에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색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컬러이다. 자동차 브랜드도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광고와 카탈로그, 그리고 각종 이벤트 등에서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입은 차량을 전면에 내세워 해당 모델에 담긴 가치와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커뮤니케이션 컬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독특한 색감으로 남다른 이미지를 전달하는 여러 현대차그룹 모델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이는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고, 고객에게 드라마틱한 감성을 전달하기 위하여 고민하는 현대차그룹 컬러 디자이너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컬러 개발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자동차 판매량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블랙, 화이트, 실버와 같은 무채색 계열이란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중요한 점은 커뮤니케이션 컬러의 역할이 판매량의 증가보단 고객과의 소통과 메시지의 전달이란 것이다. 또한 새로운 컬러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전한 소재, 마감, 질감 등은 기존 컬러에도 발전적인 영향을 주기에 무용하다고 할 순 없다. 



8세대 쏘나타는 글로잉 옐로우, 플레임 레드, 쉬머링 실버 등 도전적인 컬러를 도입하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현대차그룹이 독특하고 다양한 컬러를 본격적으로 시도한 건 8세대 쏘나타(DN8)부터다. 8세대 쏘나타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글로잉 옐로우, 플레임 레드, 쉬머링 실버 등의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전면에 내세웠다. 새롭게 도입된 컬러는 8세대 쏘나타의 디자인을 더욱 돋보이게 하고, 디테일의 특징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도전은 이후 등장한 모델들에서 소비자 니즈와 시장의 트렌드, 그리고 차량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컬러의 도입으로 이어졌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은 퍼포먼스 블루란 독자적인 컬러를 통해 고성능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있다


참고로 현대차그룹은 상품 성격과 디자인 콘셉트, 그리고 브랜드의 정체성 등을 커뮤니케이션 컬러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가령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은 ‘퍼포먼스 블루’란 독자적인 컬러를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조한다. 새로운 세단과 SUV 모델에도 차종의 콘셉트와 지향하는 스토리에 따라 트렌디한 컬러를 적용하여 고객의 니즈를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쏘나타 디 엣지와 디 올 뉴 싼타페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컬러들


8세대 쏘나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쏘나타 디 엣지가 에어로 실버 매트, 녹턴 그레이 매트 등의 컬러를 도입한 것은 고객들의 매트 컬러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한 것이다. 이외에도 디 올 뉴 싼타페는 일반적으로 2가지 정도만 선정하는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5가지로 확장했다. 얼씨 브래스 메탈릭 매트, 오카도 그린 펄, 테라코타 오렌지와 같은 형형색색의 유채색부터 크리미 화이트 펄, 어비스 블랙 펄과 같이 기존과 다른 감각의 무채색까지 다양한 컬러를 준비했다. 이를 통해 디 올 뉴 싼타페는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모두 부합할 수 있는 차량이란 캐릭터를 드러낸다. 



기아의 최신 전동화 모델들은 각양각색의 컬러를 통해 개성을 드러낸다


현대차그룹의 CMF 디자이너들은 다채로운 차량 컬러의 개발을 위해 언제나 트렌드를 관측하고 사회, 환경, 문화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고 공감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콘셉트의 커뮤니케이션 컬러는 이러한 조사를 기반으로 제안되며 개발에 들어간다. 신규 컬러 하나의 개발에 평균 1년 이상 걸리는 이유다. 


최근 개발 중인 컬러들은 친환경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유채꽃과 아마씨유가 포함된 바이오 성분의 페인트, 대나무 성분이 포함된 밤부 차콜 피그먼트 외장 컬러 등 친환경 재료 개발 엔지니어들과 협업 중이다. 친환경 소재의 개발은 자동차 산업에서 지향해야 할 방향이며, 이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브랜드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온다. 



제네시스 G90의 커뮤니케이션 컬러 중 하나인 한라산 그린(글로시) 컬러


커뮤니케이션 컬러의 네이밍도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현대차그룹은 일정한 규칙을 따라서 컬러의 이름을 짓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수식어, 색상, 안료 타입’을 표기한다. 수식어는 색상과 연계된 직관적인 단어로, 해당 컬러가 연상되는 감각의 단어를 선정한다. 색상은 블루, 레드, 오렌지 등의 상위 계열 색상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안료 타입은 메탈릭, 펄, 글로시, 매트 등으로 구분한다. 예컨대 제네시스 G90의 컬러인 ‘한라산 그린(글로시)’은 수식어(한라산)+색상(그린)이 합쳐진 네이밍에 안료 타입(글로시)을 표기하는 체계를 따르고 있다. 이런 체계화된 네이밍은 색상과 안료, 그리고 해당 컬러에 담긴 메시지 등 고객에게 여러 정보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  


새로운 자동차를 성공적으로 런칭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디자인은 자동차의 기획 단계부터 여러 방면에서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이전까지 부족했던 부분, 아쉬웠던 사항, 새로운 아이디어 등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차량의 콘셉트와 스토리를 고객에게 얼마나 잘 전달하느냐가 흥행과 성공에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커뮤니케이션 컬러가 무엇보다 중요한 개발 항목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대부분 사람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컬러다. 각 컬러가 가진 개성, 차량과의 조화 등 다양한 이유가 결정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대중적으로 선택을 받는 건 비록 무난한 컬러라 할지라도 독특한 색감과 질감을 지닌 커뮤니케이션 컬러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와 이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에는 환산할 수 없는 큰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다양하고 특별한 커뮤니케이션 컬러를 활용하여 고객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도움말. 김봉래 책임연구원(현대CMF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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