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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의 마음은 엄마의 마음과 같다.

교회 찬양대 지휘자로서는...

지휘자의 마음은 엄마의 마음과 같다.      

필자가 교회 찬양대 지휘자로 ‘공식적’으로 사역한지 만 4년이 넘어간다. 대학부 시절, 지금은 없어졌지만 당시 섬겼던 교회에서 몇 개월마다 청년부 찬양대가 한 적이 있기에 거기서 섬긴 횟수를 합하면 거진 7년이 되어 간다.      


지휘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드시 지휘 전공을 해야 한다 생각하지만 필자는 다르게 생각한다. 지휘전공자 보다 좀더, 악기 전공자 혹은 작곡, 성악 전공자들이 더 나은 해석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이러한 의견은 필자 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휘 교수님들이 하는 내용과 같다. 비록 지휘도형은 지휘전공자와 같지 않더라도,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조금 더 ‘내실’있는 음악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오랜 유학생활을 하면서, 늘 집에서 어머니 품에 있다가 혼자 하는 타지 생활은 늘 “뭘 먹고 살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누가 날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니, 내가 직접 결정하고, 해 먹고, 적은 돈의 범위 안에서 ‘가성비’를 뽑아야만 했다. 어렸을 적, 늘 어머니는 “오늘 뭐 해 먹지?”를 말씀하셨는데, 필자는 늘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한 쪽 귀로 흘려 버리다가, 외국에서 혼자 사는 삶을 살다 보니 그것이 무엇인지 피부에 와 닿았다.      


지휘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선곡’이다. 

어떤 곡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단원들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틀려진다. 물론 대부분이 ‘예배찬양’이기에 그 안에서 ‘재미’와 ‘감동’까지 찾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 노력하다 보면, 좋은 ‘선곡’을 할 수가 있다. 혼자 당일 저녁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레시피를 찾고 해당음식재료를 찾으러 ‘수고’를 해야 한다. 이 가게, 저 가게를 돌던가, 인터넷으로 싼 가격대의 매장을 찾고.. 등을 해야 한다. 혼자 먹으려면 컵라면에 물 부워 먹으면 된다. 하지만 지휘자는 ‘엄마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나를 바라보는 적게는 20여명에서 40여명 혹 그 이상의 사람들이 음악적으로 오늘은 ‘뭘 먹을지’ 내심 기대하고 있다. 값싸면서도 맛있는 재료를 찾아 오늘의 저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음으로 지휘자는, 엄마의 마음으로 ‘선곡’해야 한다.      


두 번째 지휘자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음악적 해석’이다. 

이 역시 엄마의 마음이 담긴 것과 같다. 합창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구 합하세 다음 카페- 합창관련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정보를 공유하는 곳)에 가 보면 ‘반주자들의 나눔터’가 있는데 때론 전혀 음악적 해석이 되어 있지 않은 지휘자를 욕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분명 음악적 흐름은 그것이 아닌데, 지휘자란 권한을 이용하여, 무조건 내 말이 옳고, 반주자들을 욕하거나 카리스마로 그 상황을 제압해 버리려는 지휘자들을 욕하는 모습들을 자주 본다. 


비록 단원들은 대부분,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혹 몇몇 사람들은 악보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음악이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알 수 있게 한다. 

비 전공자, 정규 클래식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예술의 전당 피아노 콘서트 중 틀린음을 알 수 있고, 오케스트라, 아니 멀리 가지 않더라도, 찬양대의 합창 사운드에서 틀리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알 수 있다. 사람의 귀는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대원, 단원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좋은 음악적 해석으로 그 시간을 이끌면 되는 것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오늘 저녁 사랑하는 남편, 자식들에게 가장 좋은 식사를 주고 싶은 그 마음이어야 한다. 어린 아이들도 다 안다. 오늘 엄마가 정성들여 식사를 준비했는지, 하기 싫어 대충 했는지..      


권영일 동덕여대 합창지휘 교수님이 미국 유학 시절, 지도 교수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네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그 시간만큼, 넌 더 그 음악을 이해하고, 더 잘 지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악보 안에 마법이 있다. 보면 볼수록, 내가 놓쳤던 음악의 흐름이 보이고, 작곡가의 의도가 펼쳐질 것이다. 일주일 내내, 지휘할 곡에 대한 해석과 배경 지식 없이, 포디움에 선다면, 마치 어린아이들이 오늘 엄마가 어떤지 다 아는 것처럼, ‘알면서도’ 넘어가줄 것이다.      

지휘자는 엄마의 마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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