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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생각하라, 젊은 음악인들이여

음악취업, 너 뭐해 먹고 살꺼니?

작년 4월, 모교에 출강하는 동기에게 후배들을 위한 강의 제안을 받았다. 무엇을 후배들에게 하면 좋을까? 37년 그리 많은 삶을 살지 않았지만, 돌아보니 내가 깨달은 사실은 인생은 원하는 데로 나가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배웠다면 배웠다 할 수 있다.  무엇을 이야기할까 고심하던 끝에 내가 내놓은 강의 제목은 "Think Different, 다르게 생각하라"였다. 아는 사람은 잘 아는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기도 하다.


음악인들은 어려서부터 해당분야에 두각을 내고 그 악기만 바라보고 달려온다. 학교 다닐 때만 하더라도, 내 악기로, 내 전공으로 세상을 정복할 것 같은 자신감과 의지는 그 누구도 꺾을 수 없다. 하지만 졸업이 가까워지고, '현실'을 마주하고자 할 때쯤이면, 그 용기백배한 자신감은 사라지고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너 뭐해 먹고 살 꺼니?"


피아노는 피아노 대로, 작곡은 작곡대로, 성악은 성악대로, 관현악은 관현악대로,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오직 ' 그 길' 뿐이었다. 나는 위대한 피아니스트가 되고, 콩쿠르에 입상하고, 해외 연주를 다니며.... 충분히 이해한다. 필자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1%의 삶만 그려내는 언론과 사회는 나머지 99%의 normal 한 음악인들의 삶은 춥고 배고픈 고단한 삶이라 한다.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러하다. "너 뭐해 먹고 살 꺼니?"


첫째 단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꼭' 내 악기, 내 전공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는 경우를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스스로 '내길'이라 생각한 그것을 '그대로'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해외 콩쿠를 입상하여 전문 연주자가 되고, 앞으로 3-4년의 연주 스케줄이 있는 사람이 아닌 우리 '보통'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의 의견은 그러하다. 우리가 그러한 '전문 연주자'의 삶, 즉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갈고닦아 온 그것이 아니어도 된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삶에 적게는 10여 년에서 많으면 20여 년 넘게 해온 우리들의 '음악'을 끊임없이 어떠한 형태로든 이어 나가면 된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피아노 전공자라고 왜 작곡을 하지 못하며, 피아노 전공자라도 왜 지휘자가 될 수 없으며, 오보에 전공자라도 왜 음향 엔지니어가 될 수 없는가? 고개를 돌려 보면, 뜻밖에도 우리가 '음악'을 우리 삶 속에 인용할 곳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음악대학 홈페이지에는 음악 전공자로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즉 이러이러한 '진로'로 나갈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바로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거기에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많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근래 들어, 합창지휘자 중 학부를 피아노 전공한 여성분이 많이 배출됨을 알 수 있다. 또한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니, 실용음악계열의 뮤지션들은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아닌, 전혀 다른 전공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안다면 더 많이 놀랄 것이다.


명문 음악대학을 가고자 우리들은 엄청난 레슨비를 들이며, 오로지 '대학'에만 가는 것을 위해 매달린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스스로의 '꿈'을 등지고, 본인의 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보험, 자동차 세일즈, 일반 사기업 등으로 가버리는 케이스가 너무 많다. 한 선배는 '돈'이 너무 안된다 하여, "씨발, 음악 그딴 거 안 해" 하며 문밖을 나선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일요일은 교회 지휘자로, 저녁엔 청소년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월요일은 아마추어 합창단 지휘자로, 화요일은 구청 가곡교실 강사로, 수요일은 실버합창단 지휘자로, 목요일은 시립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는 다른 선배가 이야기했다. "잊지 마라, 우리는 한 곳에 꽂혀 거기에 매달려 있지 않는다. 음악인의 삶은 여러 갈래에 뿌리를 두고 깊이 내린다. 그것을 모른다면 절대 이 길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필자 역시, 현재 음악출판사에서 편집기획, 해외업무 담당자로, 교회 찬양대 지휘자겸 음악감독으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전임 편곡자로 눈코 틀새 없이 바쁜 삶을 살고 있다. 반드시 유학을 가고, 교수가 되고, 전문 연주자가 되어 연주만 하는 삶만이 정답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대학교 홈페이지에서의 '진로안내'에서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많은지 봤다. 단지 깊게 보지 않았을 뿐...


다르게 생각하라, 음악인들이여. 우리는 여러 가래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풍성하게 잘 자라나는 '나무'와도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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