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악보는 그 사람의 '필체'다.

해외 국내 수많은 악보들을 보며 느끼는 점

내가 하는 일 중 하나는 
수없이 많은 해외 곡들을 보고 한국 작곡가의 곡을 보고 
좋은 곡을 찾는 일인데, 악보를 오래 봐오니, 
어렸을 적, 입시할 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교수님들은 한 번만 들어보면 다 알아"
스무 살 땐 그게 뭐야.. 했다. 신이냐 한번 들어보면 다 알게?  

수없이 많은 악보를 보면 그 작곡가에게 보이는 '필체'가 있다.
마치 이 사람의 글씨 필체는 늘 그렇게 쓰고, 
저 사람의 글씨 필체가 저렇게 쓰는 것처럼..

해외 작곡가들도 국내 작곡가들도 다 개별 '필체'가 있다.

굳이 다 안 들여보아도 된다.


마치 학교 다닐 때 글씨 잘 쓰는 사람 노트를 보면 정갈하고
깨끗하게, 잘 정리되어 있는 노트 보는 것 같이,

펼쳤을 때 이 작곡가의 '필체'가 날림 글씨 같다면 
굳이 심혈을 기울여 보지 않아도 된다. (물론 보긴 보지만)

훌륭한 작곡가의 악보 '필체'는 정갈하고 또렷또렷 명필이다. 
그 와중에 공모전에 제출하는 대학생들 곡 중, 드물게 
그러한 '명필체'가 나오는 곡을 보면 마치 바닷가 뻘에서 
진주를 찾는 느낌이 든다.


악보는 그저 음들의 나열이 아니다. 
그 작곡가가 얼마나 고뇌하고 정성 들여 썼는지 보이는 통로다.

좋은 음악에선 훌륭한 명필의 '필체'가 그림만 봐도 나타나 있다. 
마치 글씨 못쓰는 사람 노트를 읽기 어려우듯이, 
글씨 잘 쓰는 사람 노트는 읽기 쉽고 이해가 잘 되듯이...

낼 모래 마흔이 되어야, 
입시 때 들었던 그 말이 이해가 된다.
"교수님들은 한 번만 들어보면 다 알아"

작가의 이전글 어떤 일을 이루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