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의 길이 좋아 선택했지만 졸업이 되어 갈피를 못잡는 후배님들에게
음악학도들은 대부분 학창 시절엔 내 음악으로 세계 콩쿠르를 휩쓸고, 내 음악으로 지구를 정복할 것 같은 자신감에 충만하다. 하지만, 졸업이 가까워질 무렵,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뭘 해 먹고살 것인가?”
다른 전공보다 더욱 특이한 구조의 예체능 전공의 이른바 ‘밥벌이’에 대한 고민은 절대로 일반 전공들과 비교 불가다. 더욱이 요즘엔 대학들의 취업률에 의한 대학 구조조정이 이루어져, 예체능 대학 전공들은 그야말로 여기서 찬밥신세이다.
한 선배가 필자가 미국에 있을 때 이야기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음악의 길을 가겠노라 맹세했던 많은 동지? 들이 갈수록 없어질 거란 이야기를 했다. 정말 그렇다. 학창 시절, 우리의 장엄했던 다짐과 맹세는 현실이란 벽에 부딪혀 사라져 간다. 졸업 후 다른 직장, 다른 업종에서 일하면서도, 그들의 안테나는 여전히 음악계에 있고, 음악회나 교수님 발표회, 합창단의 자리에 빠짐없이 참석한다.
한국 사회는 IMF 이전과 이후 세대로 나뉜다. 이전 세대에서는 대학 진학 후, 직장생활을 하고 은퇴를 하고 노후를 보내는 삶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세대는 전쟁터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졌고, 몇 년 주기로 이직을 하고, 내 커리어의 상승을 위해 회사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나’를 위해 움직이는 시대로 바뀌었다. 하지만, 음악인의 삶은 그대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음대 졸업 후, 유학, 물론 유학 도중 국제 콩쿠르 입상 등까지 하고, 그 이후 모교 혹은 다른 학교에 교수로 취업? 하여 안정된 삶을 살기 원한다. 이미 다른 전공은 필자가 언급한 데로, 바뀌었지만, 유독 음악인의 세계는 아직도 IMF 이전 세대의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필자는 더 이상, IMF 이전 세대의 방식만을 따르는 루트를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해 보라고 강력히 이야기하고 싶다. 물론, 저 루트를 거쳐 가는 1%의 사람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99%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필자가 대학생활을 하던 99년~2004년엔 한 번도 ‘너 뭐해 먹고 살 거야?’를 묻는 교수님이 없었다. 그들 역시, 학생을 ‘밥벌이’로 생각한 사람들이었을 뿐, 그 사람들에게 음악은 배웠지만, 정작 그다음 질문을 하는 법은 배우지 못했다.
종이 위나 혹은 노트 위에 써 보자. 그리고 그것을 연결해 보자. 가령, 내가 성악 전공자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면, 유치원 음악 선생님 혹은 음악강사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작곡 전공자라는 전공과 더불어, 군 복무를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교육청에서 익혔던 교육정보자료 제작 (영상편집)을 이어서, 영상음악 전문가로서의 직업을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필자는 아직 이 꿈에 정확하게 도달은 하지 못했다.) 여러분의 전공과 여러분이 전공 외에 잘 하는 것을 연결시켜서 직업을 구상해 보자.
‘자기변화경영’으로 유명한, 현재 1인 기업 돌풍의 원조 격인 고 구본형 소장님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에서 늘 필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 어느 조직, 어느 단체에서 늘 필요한 사람들의 3가지 특징의 개념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각 번호의 마지막 질문은 필자가 여러분에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이다. ->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 -> 여러분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무엇인가?
-적절한 휴먼 네트워크를 지닌 사람들이다 -> 몇몇 인맥만으로 구성된 폐쇄회로 같은 끼리끼리의 집단이 아닌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 여러분들이 다른 사람과 ‘연결’ 될 수 있는 방법과 특징은 무엇인가?
-늘 학습하는 사람들이다. -> 더 이상 학위가 밥벌이를 책임지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아마 지금 현재, IMF 이전 세대의 방식으로 유학 후, 교수의 자리를 얻은 사람들 밑에선 더 이상 음악학도들에게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키긴 힘들다 생각한다. 지식은 계속해서 변한다. 경험은 늘 다르게 적용되기 마련이다. 여러분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학습’하며 자기 발전을 이루어 가고 있는가?
필자는 교회음악 출판 경험을 바탕으로, 끼리끼리 인맥을 벗어나, 필자가 브런치 소개글에 언급한 데로, ‘배운 지식으로 나눠 주고, 공유하여, 지금보다 더 나은 세대’를 발굴하는 음악 출판을 계획하고 있고, 위에 밝힌 데로, 작곡 전공과 영상편집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음악학교 콘텐츠 개발의 꿈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본인의 전공 하나만으로 승부를 보려던 생각에서 벗어나 보자. 음악계도 폐쇄회로 같았던 양면을 벗어나서, 급변하는 시대에 따라가는 사고를 해야 한다.
당신은 어떤 일을 이루고 싶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생각해보고 적어 보자. 생각과 생각이 나온 것들을 연결해 보자. 그럼 적어도 복잡한 실타래에서 일부는 풀릴 것이다. 그리고 나면, 꾸준히 관련 분야의 서적들을 통해 학습하자. 그 분야 사람들을 만나보자. 그리고 그 분야의 전문가적 지식과 경험을 얻어가 보자.
음악인에게 가장 좋은 것은 해당 전공분야로 계속 가는 것이다. 이전 세대의 방법으로는 반드시 유학 후 교수의 직을 얻어야만, 안정된 본인의 음악적 방향을 추구할 수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1%의 삶 말고, 방향과 관점을 바꿔 보면 다른 길이 열릴 것이다. 아직도 ‘음악’만 가르쳐 주는 교수님들에게 매달리지 말고, 직접 자신에게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