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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us Oct 31. 2023

지극히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고찰 6가지

나를 통해 돌아본.

시작에는 작은 노력이 필요하다.


연애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갖던 어린 시절 나는 순수해서였을까 드라마의 나쁜 영향 탓이었을까 방학이면 집에만 있으면서 운명처럼 여자를 만나게 되고 여자친구가 만들어지는 망상을 하곤 했다.


모든 일의 시작에는 트리거가 필요하다. 이력서 쓰지 않고 면접까지 갈 수는 없는 법.

사람 사이의 일도 같다. 애초에 사람을 만나지 않고, 대화를 해보지 않고는 좋은 관계를 시작할 수 없다.

좋은 관계를 구별하는 능력도 기를 수 없다. 뒤에도 언급하겠지만 불필요한인맥 늘리기와 힘든 관계유지는 개인적으로 긍정적이지 않다. 하지만, 나와 맞고 안맞고를 알아가기 위한 첫 노력은 높게 평하하고 싶다.


시절인연은 반드시 존재한다.


30대 중반까지 살아오며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고 겪어 볼 수 있었다. 학교, 직장, 군생활, 그리고 이곳저곳 오가며 알게 된 사람들.


처음 대학교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연을 맺게 되는 모든 사람들과 평생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연락처목록에 200명 300명 숫자가 늘어가는 것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내세울 게 없던 그 시절에는 하나의 자랑 거리라도 된 듯했었던 것 같다.


과대 포장 된 연락처 목록이 아무 쓸모없다고 느낀 건 오래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문들 들여다본 목록에

뭐 하냐고 메시지를 보내 볼 수 있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됐고 전화해 볼 수 있는 사람은 반의 반도 안 됐다.


 남자분들이면 알 수 있겠지만 훈련소 시절 7~8주를 같이 지낸 동기들과 헤어질 때의 애틋함은 불과 두 달여 만에 느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며 서로 헤어지기 전 약속을 한다. 하지만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훈련소를 수료하고 실무에 배치되면 또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새 환경에서 또 다른 연을 맺게 되고 그렇게 훈련소 동기들과의 느꼈던 애틋함도 옅어진다.

이렇듯 우리는 맺어진 인연들과 많은 이유로 멀어지게 된다. 삶과 죽음, 이사, 이직, 라이프스타일, 결혼, 등등.

이런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연을 끊기도 새로운 연을 맺어 주기도 한다.

물은 흘러가야 썩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니 어색해하지 않도록 하자.



친해짐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내 개인적 경험상 알아온 시간과 친밀도는 정비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몇 년을 알았어도 둘만 남겨진 자리에서는 어색함을 느끼는 관계가 있는 반면 당장 며칠 전 회식자리에서 알게 된 타 부서 동료와는 몇 시간씩 떠들어도 말할 주제를 억지로 꺼내지 않아도 될 만큼 편할 때가 있다.

나와 정서적으로 서로 힘이될 수 있는 사람인가를 생각해 볼 때 꼭 얼마나 오래 알았는지를 척도로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맞는 사람은 따로 있다.


사람을 만나 알아갈 때 친밀함을 더 빠르게 쌓이게 하는 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변수가 작용하는 한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술'이라는 카테고리가 새로운 인맥을 만들 때 더 깊은 관계로 갈 수 있는지 여부에 중요한 부분이다.

모든 면에서 맞지만 술을 한잔도 하지 못한다면 내심 아쉬움을 느낀다.

이 부분은 앞으로 건강상의 문제로 술은 마실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으면 당분간은 바뀌지 않을 것 이다.


이처럼 다양한 개인적 요소로 정말 잘 맞을 것 같지만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맞는 부분이 하나도 없지만 죽마고우인 경우도 있다.

나와 맞는 사람은 따로 있다. 이 사람과 친해져야 할 이유가 99개라도

인간관계에서는 1 >= 99라는 수식이 성립하기도 하는 복잡한 차원이다.

상대를 나게에 맞추려고도 나를 상대에 맞추려고도 하지 말도록 하자.


친한 관계에도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어떤 관계에서는 스스럼없이 욕을 하며 대화하고

어떤 관계에 사는 차분함 속에 이야기 꽃을 피운다

또 어떤 관계에서는 적당한 선을 지키며 서로 존중받고 있음을 느낀다.

정말 좋은 관계에서도 이렇게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좋고 대화가 잘 이어지고 종종 다시 만날 날이 기다려진다면 특정 유형이 아니라고 해서 나와 정말로 친한 친구가 아닌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털어놓고 격 없이 지내는 관계만이 ‘진짜 친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관계 유지에 힘이 든다면.


만나면 즐겁다가도 종말에는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만남이 있다. 대화의 절반 이상 회사생활하며 힘들다는 말만 하는 사람, 내가 모르는 친구이야기를 계속 꺼내는 사람, 몇 년 전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었던 과거 이야기만 하는 사람 등등.

말을 하는 건 상대방인데 왜 듣기만 하는 내가 힘든지 모르겠다.

상대방의 배려가 부족할 수도, 대화하는 방법을 모를 수도, 어쩌면 들어주는 사람의 리액션이 탁월하게 좋았을 수 도 있지만 이런 관계는 썩 건강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내가 지치기 때문이다.


간혹 내가 이 인연의 끈을 놓으면 더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관계가 있다. 이런 관계 또한 나 스스로 섭섭함이나 불안함을 느꼈다면 건강하지 못하며 높은 확률로 실제 내가 놓아버리면 끝나는 경우가 있다.

그 섭섭함이 오해였다고 할지라도 앞으로도 나는 같은 시선으로 상대를 저울질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녀석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중간에 2년 가까지 연락 한번 서로 하지 않았고 최근에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친구다.

서로 친하지 않은 거 아니냐 할 수 있지만 만나면 실없는 소리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드는 진짜 친구다.

오랜 시간 연락이 없어고, 몇 년 만에 만나도 단 한 번도

씁쓸함을 느끼며 헤어진 적이 없다.


관계 유지에 부정적인 느낌이나 부담을 지울 수 없다면 상대와 대화로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인지 판단해 보고 그렇지 않다면 정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감히 가족, 연인과 관련해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노력으로 구태여 유지하는 관계는 특별한 목적이 없다면 스스로에게 언젠가 무상함으로 다가오기 쉽다.

손에 힘을 풀고 끈을 놓아보자.

불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이면 반드시 긍정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을 스스로 찾게 된다.


하지만, 겪어봐야 안다.


위에서 내가 말한 것들은 절대 정답이 아니다. 그저 개인적으로 살아온 날들을 돌이켜 봤을 때 알게 된 보기일 뿐이다. 정답이라고 한들 아직 더 젊은 분들은 글만 읽어서는 피부로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나 또한 어른들에게 좋은 말들을 많이 들어왔지만 늘 시간이 지난 후 "아 그래서 이런 말을 하셨었구나." 하면서 혼잣말을 하게 되니 말이다.

인간관계라는 게 참 어렵다.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어서 그렇다. 다만, 힘을 빼면 뺄수록 더 유연하게 들어맞는다.

오늘부터 조금은 힘을 빼고 흘러가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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