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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처럼 사는 농구하는 직장인의 발칙한 이야기.

평생을 공부하고 연습해야하는 스포츠가 있다면, 바로 농구!!

by 쥰세이


한때 호스트바에서 짧게 근무한적이 있었다.

(이건 아무도 모르는 나혼자만의 비밀이다.)


그때 대기실에 있는 남성 호스트들의 표정과 말투, 행동들이 기억에 많이 기억에 남는다.

주로 에이스라 불리는 녀석들은 일찌감치 여성 고객들의 지명으로 고객들의 룸에 들어가고,

나같은 햇병아리나, 신참들은 대기실에서 끝없는 시간과의 사투를 벌여야 한다

잠깐 택시일을 할때 강남쪽의 호스트바에 다니는 남자 손님 세명을 태운적이 있는데,

그들의 화두는 역시 돈 더 많이 버는 것, 누가 노래를 더 잘하는지, 누가 더 몸이 좋고 잘생겼는지등등의 질투어린 내용들이었다

난 아주 짧게 하루만 출근하고, 영영 그쪽에는 이별을 고했다. (지금와도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년의 백수생활을 청산하고, 직장인이 된지 5년이 다되어간다



아…!! 스타벅스!!



5년 차 직장인인데 아침 일찍부터 스타벅스로 출근을 한다

그렇게 된 지 1년이 훌쩍 넘어간다

아버지께선 그 커피가 비싸디 비싼 스타벅스를 왜 그리 자주 가냐며 자주 핀잔을 주신다


출근하기 전, 잠깐의 30분 정도의 시간이 내겐,

독서를 하거나, 농구 관련 유튜브를 보거나

개인 활동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일주일에 주말마다 토요일, 일요일에 농구동호회에서 농구를 오전에 하며

오른쪽 무릎 보호대를 차며 겨우겨우 버텨내면서도

농구를 끊지 못하는 아재이다

내 유튜브 개인 채널의 영상에 유일하게 달린 악플은,


“나이 많이 아재 같은데 이제 그만 좀 하시죠?”

(그만 농구 영상 올리시죠라는 뜻 같다.ㅠㅜ)


영상을 이제는 찍지 않고 있지만 그 악플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많이 게을러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게을러지기 마련이고 게을러지고 싶은 본성이 있다

나와는 성실함과 꾸준함이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대신, 내가 올리고 싶어 지면 영상을 올린다, 쇼츠 영상이라도

농구레슨은 여러 명에서 짧게 받아봤는데, 그다지 큰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진 못했다

얻은 것에 비해 너무나 비싸게 느껴지는 레슨 비용

차라리 그 시간에 그 돈으로 농구화 좋은 걸 사고,

내 개인 연습시간으로 할애하는 게 더 좋을 듯싶었다

그래서 레슨은 이제 근처도 가지 않을 만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됐다


누군가를 가르칠 정도의 실력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못하지도 않는 실력이다

나름 동호회에선 슈터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나이 있는 형님들과 같이 농구를 하며, 매주 배우는 것이 참 많다


농구화는 갈수록 하나둘 쌓여가고

농구공도 얼마 전까지 6개를 찍었다


농구 저지 또한 제법 많아서, 매주 어떤 걸 입고 나갈지 고민하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오늘은 어떤 농구화를 신고 날아다닐지

고민하는 시간이 정말 정말 눈물날만큼 행복하다

그리고 그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날이면 자존감은 사정없이 올라가고 자존심도 제법 기세등등 해진다


가만히 신발을 신어도 땀이 뻘뻘 나는 요즘 같은 시기,

탈수증상이 올까 수분 섭취도 중요하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보여야 하는 게 농구가 아닐까

거기에 가장 부합하는 농구의 기술 중 하나가,

캐치 앤 슛이다

주로 슛터들이 주로 하는 기술인데, 가만히 수비수들이 없는 곳에 짱 박혀있다가

공이 내 쪽으로 오면, 안정적으로 슛을 해서 골을 넣으면 된다


뒤늦게 허겁지겁 수비수들이 손을 뻗어보지만,

내 슛은 거의 대부분 들어간다, 빠른 동작이 아니더래도

수비수의 견재는 오래전부터 많이 겪어봤기에, 어떤 타점으로 어떤 각도로 던져야

수비수의 손가락에 걸리지 않고 골을 넣는지 본능적으로 감지한다

주로 고각 슛이다

공격수들이 가장 견재해야하는 건 수비수들의 블락이다


리치나 윙스팬이 긴 선수가 나를 막으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걸 감출수없다

그리고 여지없이 블락을 당하면, 조금 쪽팔린다


순간순간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야하는게 농구란 스포츠다

BQ라고도 하는 농구센스 지수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 사람

그리고 득점을 센스있게 잘하는 사람을 BQ가 높은 선수라고 흔히들 부른다


그런면에서 내 BQ는 아마도 제로이지 않을까

노력형 슛터

타고난 운동신경 피지컬이 없이, 그저 노력으로 레벨을 조금씩 올리는 노력파


이 더위에도

해가 늬엇늬엇 지면 올공 테니스 경기장을 종종 찾는다

주차비용이 안싼건 안비밀

9천원 정도내고 3~4게임 정도하는거면…나름 저렴한 주차비일까


복장을 농구복장으로 갈아입고, 오늘도 아마 나는 야간 농구를 하러 코트에 출몰할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늦잠을 자다 겨우겨우 일어나 일하러 가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농구를 즐기는 것엔, 나이가 상관이 없고

남녀가 상관이 없다

아재라도, 유부남이라도, 노총각일지라도

농구를 할수있다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어느정도 노력으로 매꿔진다


오늘도 농구공을 들고 코트 주변을 기웃거릴, 45살 농구하는 동농 아재

해가 지면 심장이 뛰기시작한다

농구복장으로 환복을 하고 농구화를 신으면,

설레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인생이 흐르고 서글프지만 나이도 들어간다


마음은 청춘인데, 몸은 갈수록 노화를 피해갈수없다

구독자수 13명의 농구 유튜브 채널의 운영자

언더독, 아웃사이더 기질 다분

난 내일 죽더래도 오늘까지 농구 미친듯이 하다가,

내일 죽고싶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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