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작시 : 무제 (Untitle)>
세상을 살아가며
끊어내야 할 관계는 과감히 끊어야 할 때가 있다
사적으로 알게된
직장에서 알게된
교회에서 알게된
이러저러해서 알게된
어떻게 알게된 관계이든
이제 맺고 과감하게 잘라내어야 할때라는 자각을 했다
나에게 심적, 물질적으로 부담만 주는 사람과는,
더 일찍 잘라내어야 했는데
나도 인간이다보니 나도 본능이 있다보니 나도 욕구가 있다보니
그걸 역이용해 주머니를 지갑을 채우는 이들은 진즉에 끝냈어야 했다
미래가 그려지지 않고
함께있지만 각각 개별된 자아라면
그 둘이 만나야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 이다
"왜 집에서 소주는 혼자 마시지 않아?"
"집에서 혼자 소주 먹으면 사연있어 보일까봐 그래, 그래서 안마셔."
2년이 훌쩍 넘었다
아니 3년이 거의 다됐구나
너를 알고 너와 다녔둔 여러 카페들
그리고 데이트했던 수많은 장소에서의 우리들
그저 너와 동시간대에 같은 곳에서 서로 함께일수있었음에 감사했을때도 많았다
결론적으로 넌 떠나가버렸지만
우리는 만나서는 안되는 사이였고 그렇고 그런 후줄근한 츄리닝 같은
인스턴트 햄버거 같은 사이였다
안먹으면 생각나지만 막상 먹어도 그닥 큰 기쁨은 없고,
건강에도 딱히 해롭지도 않고 좋지도 않고
딱 선이 그어져있는 그만큼의 관계, 사이
그렇기에 진즉에 끝을 쉬이 예감할수있었던 사이, 관계
*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회사 같은 가족
가족 같은 회사
가족이라면 회사보단 더 친밀해야 할 터인데
회사라면 적당한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두어야 일하는 사람들이 편한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이 회사같이 느껴지고,
회사가 가족같이 느껴지는걸까
아직도 아이러니
넘어오지 않아야할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우리는 얼마나 자주 넘어대는가
불편과 편함의 바운더리 안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갈등하고 고민이 깊어져 가는가
끝나야만 할 사이, 관계였다면
과감히 가지를 내쳐야한다
손절
가슴은 아프지만 손절하는 것
손절을 하거나
손절을 당하거나
큰 차이는 없다
허리가 많이 안좋다
한의원을 가야한다
허리 디스크쪽에 스포츠 테이핑을 해야한다
침 맞고 부황도 떠야한다
곧 카페를 떠나 가야할 한의원
지긋지긋한 디스크라는 질환의 이어짐
완치는 없고 개선만 있는
*
만날 것만 같았다
2주째 너의 행방을 나만 모르고 있었을때
직장을 나도 너처럼 관두고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의 길을 걸으면
너를 만날 것만 같았고,
우리는 어렵지 않게 서로를 알아보게 될 줄 알았다
마치 운명처럼
너의 생각은 깜빡이는 형광등처럼 왔다 갔다 했다
2주 넘게 보이지 않던 넌,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신혼여행을 갔다온거라는
조금은 마음이 헛헛해지는 말, 단어들
내가 또 혼자 오해하고 혼자 미안해하고 혼자 쌩쇼를 했구나
내가 병신같고 나만 병신같고 혼자 머저리가 되어버린
되려 이제 희망고문하지 않아도 되니
어쩌면 다행이다
더이상 업무를 과장하여 연락을 하지 않아도 되니
어쩌면 개운한건지도
머뭇거리며 그리워했던 건 나혼자만의 작은 마음이었으니
강물에 배를 띄어 떠나보내듯이
이젠 너와의 어떤 연결고리도 만들지 않고
내가 너를 떠난다
더이상 부딪치거나 만날일도 없다
5월 10일 이후면
난 다른 곳으로 갈 게 거의 확정이 됐고,
넌 새 남편과 참기름 냄새 나게 알콩달콩 잘 살 것 이다
웬만하면 아이도 일찍 가지려고 하지않을까
그나마 탄탄한 우리회사는, 너에게 육아휴직을 마치 보상휴가처럼
안겨줄테고
살림과 육아에 치이며 넌 조금씩 하지만 분명히 늙어갈 것 이다
*
<자작시 : 무제 (Untitle)>
두개의 선은 애초에 평행이었고
두개의 선은 각자 개별된 존재였다
두개의 선은 분위기와 생김내 체취 옷입는 스타일도 달랐고
전혀 서로를 의식하지 못했다
난 무기력했고
넌 셈이 빨랐고
난 여전히 혼자이고
넌 이제 둘이다
곧 셋이 되고 넷이 되겠지
삶이란 인생의 선상에선
패자도 승자도 없다
그저 모두 승자인양 그런척하며 사는 것일뿐
자아도취에 빠져 사랑을 받는데 익숙해지고 주려곤 하지않는
네 앞날의 어둠이 있더래도 받아드리길
원래 그런거니까
삶이란게 원래 그런거니까
존버 존버 존버하는거니깐
몇번 넌 운이 좋았고
몇번 넌 눈치가 빨랐고
여자란 존재가 원래 제법 이기적이라는 걸 난 안다
일종의 헤프닝, 일종의 쇼
시간이 잠자코 흐르면
너도 나도 너와 그 사람도
죽음에 다가가는 것, 그리고 죽는 결말을 맞는 것
내가 해야 할 일은 없다
기도하자
네가 행복한듯 보이지만 이내 고꾸라져 쓰러지게 될 것을
기도하자
너의 다문 입술주위로 자주 눈물이 흘러내리게 될 것을
기도하자
네 청운의 꿈도 곧 철저한 현실을 자각하며 고개를 떨 굴 것 임을
우상과 우상이 만나 니가 만들어온 우상의 세계에서는
어둔곳에서 슬피 울며 이를 갈게 될 것이란 걸
영원한 사이는 없고 영원한 사랑은 없다
기도한다
다만
그럼에도
꿋꿋이 포기말고 너만의 인생을 그려나가길
너의 불행도 어둠도 너의 업보로 여기길
흔한 외모만큼 흔한 앞날을 살아가더라도
담담해 할 것
이르게 이별을 고하며
이젠
나도 가야할 길이 멀다
바짓단을 접고 양말을 신고 단단히 신발을 챙겨신으며
빨리 걷다가 뛰다가 천천히 걷다가 뛰다가
이번주에 비가 온데
그런데 아직 비가 안오네
빗속이라도 빗방울일 지라도
잘 견디우길
하루하루가 전쟁이 아니라
원래 하루하루는 감사라는 걸
넌 영원히 모르겠지
그게 네가 나를 놓친, 네 인생을 걸만한
아주 큰 실수였단걸 알게될거란 걸
그러나 후회했을땐 이미 많이 늦어있을거란 걸
나중에 회개하는 너의 눈가에서
눈물이 마를날이 없을거란 걸
분명히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