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학과 변경이 정말로 불가능하다면? 할튼카톨릭교육청의 회신을 기다리는동안 나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캐나다로 오고 싶었고 캐나다에 머무는 1년 동안 한국에서의 생활보다 나은 워라밸로 디자인학과를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쉐리던컬리지였으니 여기에서 불가능하다면, 이제는 정말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을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으니까.
그리고는 여우와 포도의 이솝우화처럼 마음을 다독였다. '디자인학과는 디자인과제들을 해야하니까 더 귀찮을꺼야' '유아교육과는 2학기부터 시간표를 마음대로 짤 수 있으니까 3일 동안 수업을 몰아넣고 2일은 놀러다닐 수 있어, 디자인과보다 더 나을지도몰라' '디자인과는 과제때문에 워라밸이 좋지는 않을꺼야' 그렇게 포도는 맛이 없을꺼야로 애써 마음을 다독였다.
2주 같았던 2일이 지나고 드디어 할튼카톨릭교육청으로부터 회신이왔다. 평소에 메일을 주고 받던 담당자가 참조로 되어있었고, 교육청의 다른 담당자로부터 회신이왔다. 아마도 상사인 듯 했다.
메일의내용을 빠르게 훓어봤고, 학과 변경은 불가능할 것으로 직감을 했다. "당신이 학과를 변경하려는 의도는 현재 프로그램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므로 온타리오의 풀타임 학생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다. 따라서 8월의 상태가 아닌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허가하겠다. 당신의 현재의 입학허가서와 학생비자가 수업료 면제를 지원할 것이다."
I reviewed the information you provided to us and have reached out to a number of colleagues regarding your children’s registration. As your intention is not to complete the requirements of your current program and therefore you will not meet the full-time status required by Ontario Education, I wanted to confirm that we would base our acceptance on your current status and not your status in August. I just want to reiterate that children’s education is paid for by Ontario taxpayers through Municipal property tax and funding grants. In order for international students to support JK-12 education, they must pay into the tax system through purchasing or renting property as well as through purchasing goods and services in Ontario (part of the HST). Your current letter of acceptance and study permit will support the tuition exemption.
세금 문제까지 언급하면서 메일을 보내왔으니 정말 안되는구나, 나는 심호흡을하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하고 마지막으로 확인 차 메일을 보내온 교육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 몇마디는 너무 빨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나서 담당자의 얘기에 주의를 기울였다.
"학생들은 공부를 하다가 학과가 자신에게 맞지않을 경우 학과를 변경할 수 있다. 당신이 중간에 학과를 변경하는 것을 모니터링하는 사람도 없고, 그것을 나에게 따로 알려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것을 지금 얘기하는 것이 이슈가 되는 것이다. 당신이 너무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담당자의 설명을 듣다보니 혼란스러웠다. 메일의 내용들은 정황상 학과 변경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는데,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설명들은 학과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인지 불가능하다는 것인지 모호했다.
Can or Can not ?
나는 직접적으로 학과를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인지,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인지 물어봤다. 교육청 담당자는 'Can' 이라고 했다.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다시한번 재차 물어봤고, 교육청 담당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당신이 학과를 변경하는 것은 가능하다. 학과를 변경할 때 입학허가서를 다시 제출하면된다. 그러고보니 당신은 이미 제출했지만..(교육청 담당자는 설명을 하면서도 이 상황을 난처해하는 것 같았다) 5월 말에 당신이 쉐리던의 5월 학기에 정상적으로 등록되어있고 학업을 하고 있는지 쉐리던컬리지에 증명을 요청할 예정이고, 그것에 문제가 없으면된다."
전화를 끊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모든 상황이 이해가되었다.
무료 초콜릿 나눔행사를 하고 있는데, 내가 초콜릿을 두개 가져가면서 첫 번째 초콜릿은 버려도되나요?라고 담당자에게 물어본 셈이었다. 초콜릿을 먹다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어서 이 초콜릿의 맛이 저랑 너무 안맞아요, 다른 걸 가져가도되나요? 라고 묻는 것과 처음부터 두개를 가져가면서 하나는 버릴껀데 허락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무를 진행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인만큼 공식적으로 게다가 History가 남게되는 메일에 허락한다고 말하기가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15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조직간에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이슈들을 많이 지켜봐왔던터라 교육청 담당자의 대처가 이해가되었다. 공식적인 메일에서는 제 3자가봐도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현재의 상태를 기준으로 검토 결과를 공유하고, 비공식적인 전화 통화에서는 학과를 변경할 수 있다고 얘기해준 것이었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처리하려고했던 나의 부지런함이 캐나다 교육청의 평온했던 공무원들을 뒤흔들어놓았던 셈이다. 학과 변경에 대해 메일 혹은 서면 상의 확인이 없어서 마음이 홀가분하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일의 진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을 꾼 것 같았던 이틀의 시간을 그렇게보내고 놀랐던 마음들을 진정시키고,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