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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ungmi May 20. 2023

그때는 그랬고 지금은 모르겠다

예상치 못했던 교육청 담당자의 의견

옥빌에 도착하고나서 나와 남편은 집정리를 하느라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몇일을 살아보니 마당이 너무나 예뻤던 집은 씽크대와 건조기가 고장나있었다. 의식주 중에 '의'와 '식'을 위한 중요한 제품들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해외 거주 경험이 짧았던 나와 신랑은 이런 저런 문제들을 처리하느라 전화를 할때면 마치 토익스피킹 시험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했다.


남편은 건조기와 씽크대 수리, 인터넷 설치 등을 위해 거의 하루 종일 수시로 전화통화를 했는데, 토익 스피킹 테스트에서 스케줄 예약하는 예문이 왜그렇게 많이 나왔는지 너무나 이해가 간다고했다. 하루종일 업체들과 전화해서 방문 시간을 확인하고 예약을해서 일들을 처리했으니 그럴만도 했다.


나 역시 교육청과 아이들 학교 담당자와 메일 혹은 전화로 학교 등록에 필요한 내용들을 확인하고 준비했다. 정착서비스 업체에서 교육청에 자녀무상교육 허가받는 일을 진행해주셨는데, 업체와의 마지막 날 컬리지의 학과를 5월 Early Childhood Education 학과에서 9월 Digital Product Design 학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변경된 학과에 대한 입학허가서와 학비납부 영수증을 교육청에 전달했는지를 문의했다.

하지만 업체에서는 학과 변경에 대해서는 교육청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고, 5월 학기로 무상교육 허가를 받았으니 문제가 없을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한국에서 자녀무상교육을 준비할 때, 디자인학과로 무상교육을 받는 것에 대해서 할튼카톨릭교육청에 2가지를 확인했었다. 첫번째는 Digital Product Design학과는 Graduate certificate 프로그램으로 2학기 과정인데, 유학원에서는 Certificate 과정은 자녀무상교육이 거절된 사례가 있어서 추천하지 않는다고했다. 그래서 할튼 교육청과 할튼 카톨릭 교육청에 문의 메일을 보냈었고, 할튼 카톨릭 교육청에서 해당 과정도 자녀무상교육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두번째는 학과를 중간에 변경해도 자녀무상교육에 문제가 없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Certificate 과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해주었던 할튼 카톨릭 교육청에 다시 메일을 보냈었고, 내부 미팅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은 뒤로 3~4일 정도를 더 기다려 학과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학과 변경 시에는 변경된 학과의 입학허가서와 학비 납부 영수증을 함께 제출해야한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학과를 변경하려면 변경된 학과의 입학허가서와 학비 납부 영수증도 함께 제출해야한다고 했는데...


나는 일을 좀 더 명확하게 처리하고 싶어서, 한국에서 나에게 회신을 주었던 교육청의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다. 예전에 주고 받았던 메일에 회신을 해서, 학과 변경 계획과 함께 9월학기 Digital Product Design학과에 대한 입학허가서와 학비 납부 영수증을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는 홀가분한 기분으로 남은 집정리를 하면서 회신을 기다렸다.


이틀 정도가 지났는데 답변 메일이 오지 않아 직접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메일을 주고 받았던 담당자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내가 보냈던 메일에 대해 얘기하고 추가로 제출해야하는 서류가 있는지를 물어봤다. 그런데 전화기를 넘어 뜻밖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교육청 담당자가 나의 메일을 확인했는데 중간에 학과를 변경해도되는지 확답을 줄 수 없고, 학과를 변경하는것이 문제가 될수도 있으니 다시 검토해봐야한다는 것이었다.


작년 10월에 당신께 메일을 보냈었고
당신이 동료들과 회의를 한 후에
학과 변경이 가능하다고
나에게 회신을 줬었잖아요?!



나는 억울한 마음에 작년의 메일 내용을 증거로 얘기했지만 되돌아오는 답변에는 변함이 없었다. 중간에 학과를 변경하는 것이 무상교육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으니, 검토를 해본 후에 다시 답변을 준다는 것이었다.



커다란 지도를 펼쳐들고
몇날 몇일의 고민 끝에
가고싶은 목적지를 정하고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여기저기에 길을 물어 올라와

길을 막고 있던 나뭇가지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옮겨
드디어 탁트인 들판에 도착했는데

그리고 한 발만 내딛으면

내가 가고 싶었던 곳에 도착하는데

이제부터 내가 갈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고 알려주겠다니



교육청 담당자와 전화를 끊고나서도 교육청 담당자와의 통화 내용이 믿기지가 않았다. 2022년에 학과 변경에 대해 문의했을 때, 교육청 내부 미팅이 필요하다고해서 3~4일을 기다린후에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었는데, 이제와서 문제가 될 수 있고 다시 검토해봐야한다니.


잠시 동안 멍한 상태로 있다가 할튼 카톨릭 교육청에서 부정적인 답변이 올 경우, 할튼 교육청으로 교육청을 변경해서 자녀무상교육을 신청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유학원에서는 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다고했었고 할튼 교육청은 캐나다 현지에 도착후에 가능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했었으니 일말의 희망이 있지않을까.


그리고는 곧바로 할튼 교육청으로 보낼 이메일을 작성했다.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방문 예약을 희망하는 내용으로 메일을 작성해서 임시저장 상태로 준비해두었다. 할튼카톨릭교육청의 회신을 확인한 후, 필요하면 곧바로 할튼 교육청으로 메일을 보낼 생각이었다.


2주 같았던 2일 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할튼카톨릭교육청으로부터 회신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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