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후쿠오카에서-
2년 전쯤, 3개월가량 리프팅식 벤치프레스를 한창 하던 시절이 있었다. 유튜브를 보며 자세를 익히고 중량을 올리는 재미에 1RM 110kg까지는 즐겁게 벤치를 했었다.
그 뒤, 중량의 정체기가 찾아오고, 때마침 이사한 후쿠오카의 헬스장이 코로나 예방이랍시고 벤치에 비닐을 붙여놓고, 무엇보다 바벨을 들어 올릴 때 양 쪽의 밸런스가 무너진 채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가뜩이나 불균형이 신경 쓰이는데, 내가 파워리프터 할 것도 아니잖아’하며 바벨 벤치를 안 하기로 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가슴운동은 덤벨과 해머머신, 케이블에게 맡겨왔고 이따금 바벨벤치를 한 번씩 할 때마다 중량을 좀 올리면 좌우의 높이가 달라지는 바벨을 보며 ‘역시 안 하는 게 맞아’하며 손절관계를 유지해 왔다.
최근 들어 스쿼트와 데드리프트의 중량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낀 무게 치는 재미는 손절했던 바벨벤치를 다시 건드리게 할 만큼 컸다.
90kg를 간신히 들어 올리니 ‘100까지만 다시 해볼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역시 강한 숄더패킹과 리프팅식 벤치셋업은 참 부자연스럽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운동 유튜버들의 벤치콜라보 영상을 다시 찾아봤다.
2년 전에는 다 아는 것이라며 넘겨 들었던 내용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2년의 구력이 더해져서일까,
‘수축 시 다시 세팅을 한다는 생각으로 합니다’라는 김성환 선수의 큐잉이 어마어마한 깨달음으로 다가와 나의 두뇌를 거쳐 ‘수축 시 전거근과 코어의 활용’이라는 답으로 이어졌다.
즉시 헬스장으로 달려가 실행에 옮긴 결과, 나는 바벨의 불균형 없이 프레스에 성공했고 나의 대흉근도 양 쪽 모두 사이좋게 안 쪽까지 골고루 만족하고 있었다.
좋은 운동이지만 나와는 맞지 않아, 다른 좋은 종목들도 많으니까 하고 손절했던 종목을 재발견한 기쁨은 너무나도 컸다.
특히 혼자서 운동을 하며 중급자와 상급자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 놓여있는 나에게 이번 벤치프레스의 재발견은 내가 상급자로 나아갈 수 있음을, 정체기를 뚫고 계속해서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음을 확인한 귀중한 경험이었다.
일본에서 생활한 지 3년이 지나 4년을 향해 가고 있다. 처음 일본에 온 목적이 틀어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겪은 내 주위의 ’ 일본인‘들의 모습은 말로만 듣던 그런 모습 그 자체였다.
2023년은 그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그들로부터 벗어난 한 해였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물리적으로는 내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그들과 지금의 거리를 유지할 수도, 그들의 재발견을 위해 무언가를 해볼 수도 있는 입장이다.
나는 맞지 않는 사람과 관계를 하기보다는 홀로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기에 현재로서는 굳이 그들과 관계를 다시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최악의 결과가 예상되던 시기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관계이기에 딱히 미련은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벤치프레스의 재발견이 나에게 준 기쁨으로 인해 ’ 인간관계의 재발견‘에 대한 희망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혼자서 무언가에 몰두하며 그것을 알아가는 일은 자신이 있지만 그 대상이 사람이 되어버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바벨은 언제나 한결같고 그를 대하는 내 모습은 영상을 통해 부족했던 점을 생각하고 보완해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지만 인간관계는 그렇지 않다.
우리가 서로에게 꽃보다 아름다울지, 고쳐 쓸 수 없는 검은 머리짐승일지는 열 길 물속보다 복잡하고 알 수 없다. 새해에는 ’ 인간관계의 재발견‘이라는 기쁨이 어떠한 형태로든 찾아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