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은 음악

-2022년 8월 서울 여행 중-

by 이신범

다시 찾은 음악



일본에서 생활한 지 2년 정도가 지났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외국에 있어도 한국과의 관계성은 그대로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외국인으로서 현지 생활에 치이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한국 포털사이트에 접속하는 횟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한국에서 뭐가 유행하고 누가 유명한지 등은 관심 밖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장기정지를 해놨던 kt유심이 고장 나고 애플 계정의 주소지를 일본으로 바꾼 뒤로는 원하지 않아도 최신의 소식을 전해주던 각종 어플들의 알림들도 자연스레 끊기게 되었다.


1년 8개월 만에 들어온 한국은 그대로이면서도 새로운 느낌이다. 군대에 가서 3~4개월 만에 첫 휴가를 나와도 사회가 새롭게 느껴지는데 따지고 보면 휴가 한번 나오지 않고 군대를 제대해서 사회에 돌아온 셈이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일본에 가 있는 사이에 집도 이사를 해버려서 입국 첫날의 기분은 마치 외국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일본에 가기 전 쌍문동에서 6년간 생활을 했다. 하도 이사를 많이 다닌 탓에 20살 이후에 가장 오래 생활한 곳이 쌍문동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쌍문동이 고향 같은 느낌이다. 그곳에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참 많았다.


그리고 한때 나에게 무엇보다 음악이 가장 소중했던 시절을 그곳에서 보냈기에 쌍문동에는 나와 음악으로 엮여있는 장소들이 많이 있다.


이틀 전부터 방문자가 되어 숙소를 잡고 쌍문동을 여행했다. 당시에 살던 집, 산책로, 자주 가던 식당, 술집, 카페, 공원 등을 방문하니 그곳에서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듣던 음악들도 생각이 난다. 그 음악들을 잊고 살게 될 줄이야!


예를 들면, 당시의 나는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을 참 좋아했는데 특히 '여대 앞에 사는 남자'라는 곡을 즐겨 들었다. 집 근처에는 여대가 아닌 여고가 있는데 밤 10시쯤이 되면 나는 음악작업을 잠시 멈추고 '여대 앞에 사는 남자'를 들으며 집 근처 여고를 지나 산책을 하곤 했었다.


쌍문역에는 혼술 하기 딱 좋은, 크림 소맥을 파는 자그마한 술집이 있는데 그곳에서 혼술을 할 때면 나는 항상 백예린의 '스며들기 좋은 날'을 듣곤 했다. 왠지 알코올이 몸에 더 잘 흡수되는 기분이었다.


지금 일본에서도 가끔 그 노래를 듣지만 역시 이 노래는 이 술집에서 들어야 완성된다. 2년 만에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곡을 들으며 소맥을 한잔 마셨다. 일본에서는 들을 수 없는, 느낄 수 없는 맛이다.


술에 취해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동네빵집의 '너에게 기대어'를 자주 들었다. 특히 2020년에는.

'가끔 난 생각해 어느 누구에게도 구원 같은 사람이 있다고'라는 소절이 흘러나올 때는 '정말 그럴까,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쓸쓸히 집에 돌아와 그 심경을 일기장에 적곤 했었다.


2년이 지나 술에 취해 같은 노래를 들으며 그 시절의 일기에 답장을 썼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노래를 듣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날마다 새로운 나날들을 살고 있기에

다시 찾은 그 시절의 음악들은 새로운 의미가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새로운 인연도 매력적이지만 오래된 관계에는 특별함이 있듯이 오래된 음악에는 역시 대체불가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이 음악들은 그리움과 새로움을 동시에 품고 가끔씩 나에게 다가와줄 것이다. 이런 오래된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다시 떠나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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