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7동 406호

by 이신범

아직 내릴 정류장이 아닌데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왼쪽에 유화유치원, 오른쪽에 덤블링. ’ 여기다 ‘하고 잽싸게 내렸다. 15년 만이다 내 고향.


15분에 300원, 30분에 500원을 받던 심보 고약한 주인아주머니는 없고 덤블링만 남아있다. 학교 가기 전 준비물을 사던 문방구가 있던 건물에는 크라운베이커리가 굳건히 생존해 있었다.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의 공세를 이겨냈구나 장하다. 9살 때 그 건물 지하의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몇 번 훔쳐 먹었었는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초입길부터 정문까지 가파른 언덕이 있었는데 다시 가보니 오르막길로 변해 있었고 상 받는 아이들이 오르던 구령대와 축구 골대도 미니어처가 되어 있었다.


학교를 지나 신동아 7동으로 가는 길, 하굣길에는 아파트 단지의 지상 주차장에서 늘 축구를 했었다. 어쩌다 차 뒷바퀴 쪽에 공이 들어가면 차 밑으로 침투해 공을 꺼냈었다.


도대체 그 시절에는 몸이 얼마나 작았단 말인가!


외부인이 되어 7동으로 들어간다. 아파트 입구에 경비아저씨 사무실은 그대로다. 학교 다녀와서 할머니가 안 계시면 경비실에서 열쇠를 찾았었는데 가끔 할머니가 깜빡하고 시장에 가셨던 날은 돌아올 때까지 복도에서 기다렸었다.


그곳에는 소화기가 놓여있었는데 EBS에서 소화기 사용법을 시청한 어느 날, 나는 배운 것을 즉각 실행에 옮겼고 복도의 소화기가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대가로 엄청난 꾸지람을 듣고 모아놓은 용돈 8천 원을 경비실에 갖다 바쳤다.



복도를 지나 406호의 문이 보인다. 사진을 찍었다. 안에 들어가면 왠지 매직스테이션 2와 식탁, 할머니와 이 층침대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놀이터에서 불꽃슛을 던지던 나를 할머니가 베란다에서 밥 먹으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그립다 할머니, 눈사람, 친구들, HOT,

롤러블레이드, 배드보이조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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