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불가 덕분에
1. 우여곡절 끝에 목포여행을 다녀왔다.
한국의 모든 지역 중에 전라도를 가본 적이 없던 나는 이번 한국행에 졸업선물(?) 같은 의미로 2박 3일간의 광주목포여행을 계획했었다. 한창 여행을 즐기던 때보다는 의욕이 없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좀 서운하니까.
여행날이 다가오니 ‘굳이 가야 하나, 한국에 온 것 자체가 여행인데’하며 귀차니즘이 발동됐고 ’안 내키는 여행을 시기가 좋다고 해서 갈 필요는 없지 ‘하고 숙소와 기차표를 취소했다.
2. 그런데 목포숙소는 이미 ’ 환불불가‘였다.
어플을 통해서 전액환불을 부탁했고 50프로 환불을 받기로 했지만 어플 측에 연락을 해서 따로 허가를 얻어야 하는 과정이 더욱 귀찮았다. 다시금 차분하게 여행을 하려 했던 이유와 가지 않으려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1박 2일의 목포여행만 하기로 결정했다.
3. 여행을 망설인 이유는 ’ 부담감‘이었다.
졸업 전 마지막 한국행에 가본 적 없는 전라도를 가보는 것은 분명 여행의 이유가 됐지만 ’ 갈 거면 제대로 즐겨야 한다 ‘는 부담감이 출발을 망설이게 했다.
’한창 여행을 즐기던 시기에는 이랬는데 ‘하는 옛 기억과 ’ktx 타고 거기까지 갔으면 그래도...’하는 생각이 여행을 일로 만든 것 같다.
4. 나에게 여행이란 ’ 낯선 곳에 가서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다만 에너지나 텐션, 관심도가 달라져 있을 뿐. 그래서 이번엔 특별한 관광지에 가지 않고 맛있는 거 먹고 낯선 동네 구경하며 밤에 술도 안 마시고 첫날을 보냈다.
둘째 날에는 박물관과 해상케이블카를 계획했으나 왠지 내키지가 않아 짬뽕과 탕수육 먹고 카페에서 책을 읽고 저녁 6시 기차를 낮 12시로 바꿔서 금방 올라왔다.
5. 그랬기에 이번 여행이 즐거울 수 있었다.
무리하게 다니지 않고 여유롭게 다니다 보니 이전에는 경험 못했던 여행의 즐거움이 발견됐다. 뜬금없는 곳에 있던 스벅의 직원의 친절한 응대를 보며 예전과는 다른 감정대응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때마침 흘러나온 Overjoyed의 커버버전이 너무 좋아서 네이버로 가수를 알아냈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 두 가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시절이 바뀌고 달라진 내 모습을 보는 것도, 그에 맞는 生き方를 발견해 가는 것도 참 즐겁다. ‘삶은 여행이다’라는 말을 자주 하던 선배들이 떠오른다. 나도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