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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 이야기 3

꿈을 꾼다

by 까멜리아

벌써 10년 일이다. ‘나도, 영화감독이다’라는 주민 영상제작 프로그램이 있어 평소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하였다. 어디에서든 첫 시간에는 오리엔테이션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시민단체가 많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가입한 단체 중 한 곳이 바로 '북구 여성회'이었다. 그래서 웬만한 사람들은 눈도장을 다 찍었던 터라 아는 분이 몇 분 계셔 낯설지가 않았지만 몇 분은 많이 낯설었다. 특히 오늘부터 이끌어 주실 선생님이 그랬고 한 분은 성주에서 한 분은 수성구에서 왔다. 간략소개를 마치고 다음에는 캠코더 사용방법과 구도 등 기본적인 기술을 배웠고 인물과 사물을 찍을 때 어떻게 하는지 등 2인 1조가 되어 서로 찍어 주기를 하고 다음시간까지 짝꿍끼리 무엇을 찍든 구상하고 기획해서 오라고 했다. 내 짝과 의논을 해서 촬영지를 정했다. 주제를 뭘 할까 고민 끝에 ‘꿈’으로 정하였다. 다음시간 전까지 우리는 김광석거리에서 만나 서로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여러 사진을 캠코더에 담았다. 그런데 다음수업시간 짝은 오지 않아 각자 따로 작업을 하게 되어 혼자 작품을 내기로 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화본역도 이 기회에 갔다. 화본역 입장티켓을 끊어 대합실과 기찻길에도 갔다. 때마침 기차가 오는 시간이라 달리는 기차도 찍을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내가 담을 수 있는 모든 것(하늘, 구름, 태양, 기찻길, 돌기둥, 기차카페 등)을 담았다. 때마침 초등친구들 모임이 있어 꿈에 대해 인터뷰를 좀 하자고 하니 모두 다 적극적으로 해 주었다. 인터뷰를 처음 해서 어떻게 하는 줄도 몰라서 웃기도 많이 웃었다. 당시 청소년 가출예방 쉼터에서 아웃리치 봉사활동을 했던 터라 참여 한 청소년 친구들에게도 인터뷰 영상을 찍어도 되는지 허락을 받고 ‘꿈’에 대하여 인터뷰도 했는데 다들 기쁜 마음으로 참여를 해 주어 너무 보람 있었다.


푹푹 찌는 한여름 일주일 넘게 사진을 찍기 위해 대구의 관광 명소인 < 김광석 거리>와 나름 유명한 <화본역>도 가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찍은 많은 사진과 인터뷰 영상들을 편집하는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께서 이 중 쓸 것과 못 쓰는 것들을 분류해 주셨다. 흔들린 사진. 초점이 없는 사진, 사람은 잘 찍었는데 매미 울음소리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 등 잡음 때문에 못 쓰고, 등교하는 학생들 얼굴 나와서 안되고, 달리는 자동차 서 있는 자동차 번호판이 나와서 안되고, 무슨 말인지 발음이 흐려서 안되고, 밤에 찍은 건 사람이 안 나와서 안되고,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많았지만 과감하게 버리고 남은 것 들로 자르고 붙여 5분 내외의 영상을 편집하였다. 그러다 보니 친구 3명은 잘리고 한 명만 남았다. 물론 잘린 건 너무 많았다. 선생님은 붙이고 자르고 소음을 빼고 고난이는 직접 해 주셨다. 드디어 완성된 작품 발표시간이 왔다.

나는 엉거주춤한 몸으로 롯데시네마 영화관 스크린 앞에 섰고 다른 참여자도 함께였다. 객석에는 출판사등 행사 주최자와 후원해 주신 내빈 소개가 있었는데 누구신지 잘 몰랐다.

각 출판사 사장님께서는 함께 참여한 분들에게 촬영동기, 촬영하면서 느꼈던 점 등 질문을 했고 나에게도 했는데 갑자기 받은 질문이라 뭐라고 대답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났지만 무사히 그 시간을 보낸 걸 보니 무난했나 보다.

드디어 <나도, 영화 감독이다> 상영의 시간!

세번째 내 순서가 되었다.


<꿈!>.......


영상종료


참여자 모두 정말 놀랄 만큼 열심히 작업을 한 흔적의 결과물들을 보면서 가슴 한켠이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8주간의 수업은 큰 박수와 환호로 막을 내렸다. 일시 청소년 쉼터 ㆍ꿈마루를 운영하시고 계시는 관장님이 선물과 함께 오셔서 축하를 해 주셨다. 딸은 친구와 왔고 딸에게도 칭찬을 들었다. 다른 지인들도 축하를 해주어 뿌듯한 시간이 되었다.




저마다 소중한 꿈이 있듯 유년시절 막연히 꿈꾸어왔던 나의 꿈은 …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올바른 선생님,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는 행복한 간호사였다.


느지막에 잘 쓰든 못 쓰든 평가 없이 글을 쓰고, 잘 하든 못 하든 누군가에게 구애받지 않고 노래를 부르고, 매일매일 행복하고 즐거 울 순 없지만 즐겁게 놀면서 마음을 나누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소소한 나의 꿈이었다.


“오랜 시간 꿈을 꾸는 사람은

그 꿈과 닮아 있다. “라는 니체의 말처럼


지금 나는,

그런 꿈을 가진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행복한 꿈을 계속 꾸고 있다.


니체의 말은 옳았다 ㅋㅋㅋ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는 것처럼

춤추고,

한 번도 상처받지 않는 것처럼

사랑하고,

아무도 듣고 있지 않는 것처럼

노래하고,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면서


서영은의 ‘꿈을 꾼다 ‘를 듣고 있다.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는

그 속에 꿈이 깃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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