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 불어오는 바람이
너를 데리고 갔나 보다
내 마음속에 나는 없다
아니
차라리 내 마음속에
너는 없었으면 좋겠다
바람이 불고 간 자리에
바람도 남지 않았는데
바람처럼 스치고 간 자리에
내 마음도 없었으면 좋겠다
바람처럼 사라졌으면 좋겠다
몹시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도 넌 사라지지 않았다
아주 야무지게 자리 잡도록
허락해 준 내가 외로웠나 보다
까만 밤하늘이 외로워
달에게 자리를 내어 주듯
별에게 내어주듯
내 마음도 너에게 내어줬나 보다
바람이 부는 날
외로운 내 마음에 닿도록
다시 네가 왔으면 좋겠다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좋겠다
가을밤
평상에 누워있으니
하늘에는 별이 총총총
텃밭에서는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