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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라 Aug 23. 2021

'귀하는 코로나 검사가 필요합니다.'

처음으로 남편과 함께 코로나 검사를 받았습니다.

8월 22일 일요일 오전 11시 10분, 저의 카카오톡으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하였습니다.




[창원시 알림 톡] [오전 11:10] 창원보건소입니다.


귀하께서는 8/15에 창원 2358 확진자와 ㅇㅇㅇ에서 동선이 겹쳐 8/29까지 수동 감시 대상자이고, 코로나 검사가 필요합니다.


별도 유선 문의 없이 8/22 ((동행자도 검사가 필요합니다) 동행자는 별도 문의 필요) 오전 09:20~11:20 / 오후 13:20~17:20(15:00~15:30 소독시간으로 검사 불가)에 신월동 창원보건소에 방문하여 검사 바랍니다.


★ 타 지역에 있을 경우 해당 지역 관할 보건소에 검사를 받아도 무관하나, 방문 전 반드시 별도 문의가 필요합니다.


★ 격리 대상자가 아니며,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가급적 자택에 머물러주시며 외출 및 타인과의 접촉을 피해 주시길 권고드립니다.


★ 추후 일상생활 중 코로나 의심증상 발현 시 관할 보건소에 문의 바랍니다.


★창원보건소 코로나 상황실: 055-225-4281




처음 저는 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서 그 내용을 쉽게  믿을 수 없었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잠깐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다가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보았습니다.


저 자신이 아무리 부정을 한다고 해도, 8월 15일 해당 식당을 방문해서 점심식사를 했던 것은 확실했고, 그곳에서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문자의 내용도 부정할 수 없기에 코로나 검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8월 15일 이후로 제가 소화해 냈던 일정들을 되새김하듯 확인을 했습니다. 8월 16일 오후에는 딸의 친구 2명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그 친구들 모두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또 집 근처에 있는 시장에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여러 번 다녀왔습니다. 식육점과 마트도 다녀왔습니다. 8월 18일 수요일 오전에는 장애인복지관에서는 대면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초등학교에서 교무행정원으로 근무하는 딸과 진해에 있는 농협에서 근무하는 아들과 여러 차례 식사도 했습니다.


만약 제가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검사로 나온다면 남편의 직장생활, 딸과 아들의 직장생활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겠다는 사실이 제일 먼저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예정되어 있는 저의 일정에도 많은 변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저녁 8시부터 9시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백세 운동교실 진행도 중단해야 하고, 4개월 전부터 예약되어 있는 8월 24일 오전 종합병원에서의 검사와 진료도 취소해야 하고, 9월 2일에 진행할 도서관 프로그램에도 영향이 미칠 거라는 생각이 들자 한동안 정신이 멍해졌습니다.


뒤늦게 저의 눈앞에 놓인 현실을 확인하면서, 8월 15일 해당 식당에 저와 동행했던 남편이 일요일임에도 회사에 강아지 밥을 주러 갔기에 전화를 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남편의 반응도 저와 같이 처음에는 어이없어하였습니다. 그리고 8월 15일 함께 식당을 방문했던 손 위 작은 시누이에게도 전화를 했습니다.


시누이는 그 시간에 사천에 있는 사찰에서 백중기도에 참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전하고, 마스크 착용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다른 사람과의 거리 두는 것에도 조심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제가 받은 카톡문자를 보내 주었습니다.


그리고 손 위 시누이 남편께도 전화를 했습니다. 우리 집과는 200m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기에 잠시 후 오후에 저와 함께 창원보건소에 검사를 받으러 가는 것에 동의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8월 15일 낮에 저와 함께 식당에 동행했던 사람들에게 각각 연락을 마치고 시간을 확인했더니 오전 11시 30분이었습니다. 서둘러 점심식사를 준비했습니다. 남편이 회사에서 돌아오는 대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누 남편과 창원보건소에 검사를 하러 갈 준비를 했습니다.


집에 도착한 남편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창원보건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검사예약을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동행자들은 별도로 예약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검사 대상자의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를 전화로 예약을 하고 시누이 집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시누이가 오후 2시쯤 창원역 앞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해서 우리는 그곳에서 2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후 2시, 창원역 앞에서 손 위 작은 시누이를 만나서 함께 10km 거리에 있는 창원보건소 선별 진료소를 향했습니다.


4명 모두 차 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창원대로를 통해서 선별 진료소를 가는 동안 우리 일행은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어이없어하기도 하고, 동시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8월 15일 우리가 점심식사를 한 이후 지금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아마 코로나 검사 결과도 음성으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와 앞으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더 조심을 해야겠다는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8월 22일 오후 2시 30분, 창원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선별 검사소에 도착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줄을 지어 서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한산한 느낌마저 들 정도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자신의 신분증을 제출하여 검사 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두 손에 일회용 장갑을 낀 채 시료통과 기다란 면봉이 2개 들어있는 봉지를 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3곳의 장소에서 검사자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어서  안내하는 분의 안내로 우리 일행은 각자 흩어져서 줄을 섰습니다. 저의 앞에 줄은 서서 기다리는 사람은 채 10명이 되지 않아서 서로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저의 순서가 되었습니다. 면봉을 검사하는 사람에게 전해 주고 시료 통 뚜껑을 열고 마스크를 내린 후, 시료를 채취하는 분의 지시에 따라 입을 크게 벌린 후 목에서 채취를 하고, 두 눈을 감고 힘을 뺀 후 코에서도 채취를 했습니다. 목에서 채취를 할 때에는 괜찮았지만, 코 깊숙한 곳에서 채취를 할 때는 저도 모르게 짧게 비명 터지는 통증이 있었습니다. 검사 후에도 통증은 잠깐 동안 더 있었습니다.


검사 시료를 채취하고 다음 날 검사 결과를 문자로 알려준다는 사실과 검사를 기다리는 동안 외출과 타인과의 접촉을 삼가라는 안내를 받고 우리 일행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일행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딸과 아들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을 하고 나서 엄마, 아빠가 코로나확진 판정이 되면 자신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두 아이에게 "엄마와 아빠는 백신 1차 접종도 했고,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던 그날로부터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무런 증상이나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을 하면서 저도 은근히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와 남편이 코로나 양성 결과를 받는다면 저와 남편은 물론이고 딸과 아들의 일상생활에도 너무나 큰일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틀림없이 괜찮을 것'이라고 서로를 위로하면서 8월 23일 월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오전 9시를 기다리는데 왜 이렇게 시간은 더디게 가는 것일까요?



8월 22일 오후, 코로나 검사를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8월 22일 오후 코로나 검사 시료 채취 후 조바심을 치며 기다렸던 오늘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후에 저와 남편, 그리고 작은 시누이 부부에게 코로나 검사 결과가 카톡으로 전달되었습니다.


네 사람 모두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정상이라는 문자가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코로나 확진자들과 사망자들을 언론을 통해서 숫자로 접하면서 그 일이 나에게는 남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졌는데, 이번에 코로나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일로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면서 다시 한번 코로나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의 부주의로 인해서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동안의 나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부주의로 인한 코로나 확진으로 인해서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일상생활마저 단번에 모두 차단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 제한된 생활이지만 그것만이라도 다행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지금의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지만, 살얼음 위 걷는 마음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현재의 코로나상황을 이겨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창원시 알림 톡] [오전 9:12]

한명라 님, 8/22 창원보건소에서 실시한 코로나19(Covid 19) PCR 검사 결과 음성(Negative), 정상입니다.


* 마스크 착용, 올바른 손 씻기, 기침예절 준수 등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 이 메시지는 검사 결과에 대한 정보만을 알려드리며, 해외 입국자 및 자가격리 등 별도 지시사항을 통보받은 경우, 그에 따른 수칙을 준수하셔야 합니다.


* 문자 삭제 시 재전송은 익일 가능하오니, 삭제 시 유의 바랍니다.


- 창원보건소(☎055-225-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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