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국밥 두 그릇

사람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은 함께 만들어 가는 것

by 한명라

2003년 5월부터 환경미화원 성씨 아저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우리 사무실에 오셔서 묵묵히 쓰레기통을 비워 갑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시간이 허락된다면,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제가 건네 드리는 따뜻한 커피나 대추차, 혹은 유자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서 잠깐이나마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합니다.


환경미화원들도 인사이동이 있어서 이제까지 창원의 어느 어느 동에서 일을 하셨다는 이야기.


작년 12월에도 인사이동이 있어서 다른 동네로 가셔야 했는데, 동사무소 인사 담당자분께 성씨 아저씨는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서 더 근무를 하고 싶다고 신청을 했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시는 성씨 아저씨였던 터라, 그 담당자분은 아주 흔쾌하게 그렇게 하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지난 12월에 성씨 아저씨는 이 동네를 떠나지 않는 이유가 저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제까지 환경미화원 일을 오랫동안 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고 여름에는 시원한 차, 겨울에는 따뜻한 차를 권하는 저 때문에 도무지 다른 동네로 떠나지 못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간혹, 성씨 아저씨께서 알고 계시는 주변 사람 중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자신의 집을 사거나 팔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소장님이 그 계약을 했어야 했는데.. 그 사실을 진작 알았더라면 저에게 부탁을 했을 텐데... 하면서 너무나도 속이 상해하셨습니다.


지난 설날 무렵이었습니다. 그동안 성씨 아저씨의 따뜻한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을 해 드린다는 마음으로 겨울 내복 한 벌을 샀습니다.


추운 날씨에 밖에서 일을 하시는 분이기에 그 어떤 선물보다도 내복 선물이 가장 마땅할 것 같은 생각에 내복을 사서 포장지로 꼼꼼하게 포장을 하여 쇼핑백에 넣어 두었다가, 설날 이틀 전에 사무실의 휴지통을 비워 가시는 아저씨께 그 선물을 드렸습니다.


그러는 저에게 성씨 아저씨는 자꾸만 그러면 이제는 절대로 우리 사무실에 오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치시기에, 저는 이것은 아무것도 아닌, 마음의 부담을 느끼실 선물이 절대 아니라면서 성씨 아저씨의 손수레에 쇼핑백을 실어 드렸습니다.


그러고 설날이 지나고 나서도 아저씨는 예전과 다름없이 저희 사무실에 오셔서 쓰레기통을 비워 가시고, 또 제가 건네 드리는 커피나, 대추차 한잔을 드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하셨습니다.


연세 70이 넘으신, 공공 근로일을 하시는 할머니께서 며칠째 소식도 없이 일을 나오지 않는 까닭에 동사무소 담당자 분과 함께 그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더니,

글쎄 그 할머니께서 며칠 전 늦은 밤에 딸네 집에 다녀오다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더라면서, 밤새 안녕이라고, 세상 사는 일이 이렇게 허망하다고 하셨습니다.


저의 사무실에 별 다른 일이 없어서 바쁘지만 않다면 성씨 아저씨의 말씀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맞장구도 쳐 주면 아저씨는 신이 나셔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시곤 합니다.


그런 아저씨께서 저에게 돼지 국밥을 사 주셨습니다.


그날도 오후 2시쯤이나 되었을까? 아저씨는 이미 점심식사를 하셨지만 저와 함께 있는 저의 남편이 아직 점심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말에 곧장 우리 사무실 근처에 있는, 맛있기로 소문이 난 돼지국밥 집으로 달려가서 국밥 두 그릇을 주문하고 오셨습니다.


돼지 국밥 두 그릇..


'내가 아무리 환경미화원 일을 한다고 해도 우리 소장님 국밥 두 그릇을 못 사 드릴 형편은 아니다'면서 아저씨는 잠시 후에 배달되어 온 돼지 국밥 두 그릇 값을 기어코 지불을 하고서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가십니다.


그렇게 그날 저는 환경미화원 성씨 아저씨께서 사 주신 돼지 국밥을 남편과 마주 앉아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돼지 국밥 값을 치르면서 성씨 아저씨가 하셨던 말씀은, '설날 아침에 소장님이 사 준 내복을 입었는데 너무도 따뜻하더라'는 말씀.. '우리 마누라도 내복이 비싸고 좋은 것이라 하더라'라고..


그 내복을 드린 저의 마음보다, 몇 배나 더 크게 받아 주신 성씨 아저씨의 돼지 국밥 두 그릇은 가뜩이나 추워진 겨울 날씨 속에서 오래도록 저의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