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후반,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였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유난히 하얀 피부와 오뚝한 코, 아담한 체구의 여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그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전근되어 올 때부터 이미 결혼도 하셨고, 만삭의 몸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곧 출산을 했고, 저의 고향 전라북도 오수에서 전주로 장거리 출. 퇴근을 하고 있었기에 퇴근시간이면 시외버스터미널을 향해 빠른 걸음을 재촉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 선생님께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에 수업을 하던 중에 불쑥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퇴근을 하여 집으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했는데, 간발의 차로 선생님이 타야 할 버스를 놓쳐버렸다고 했습니다.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1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놓쳐버린 버스를 내내 아쉬워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1시간을 기다려서 다음 버스를 타고 전주를 향해 가고 있는데, 가는 도중에 여러 차량들이 연쇄 충돌한 상태의 교통사고를 목격했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큰 부상도 입고 사망을 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안타까웠는데, 뒤섞여 있는 사고 차량들 속에 선생님이 앞서 놓쳐버려서 안타까워했던 그 시외버스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사람의 일이라는 것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것을 그때 확실하게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때처럼 자신이 타야 할 버스를 놓치더라도 절대로 미련을 갖거나 안타까워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사람들이 구조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도 언제, 어떻게 교통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는데 그때를 대비해서 항상 깨끗한 속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가 저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맴돌고는 했습니다.
제가 2017년 가을에 웰다잉 강의를 했던 때가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저의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의 연령대는 30대에서 40대였습니다. 저의 강의가 끝나고 나서 강의를 듣고 나서 느낀 소감을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은 저의 웰다잉 강의를 듣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자기가 죽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제, 어느 때 자신의 삶을 마치는 순간이 와도 당황하지 않게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저의 웰다잉 강의에 매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단 한 번도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는 거지?'하고 얼굴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자신의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집안 어르신의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비록 내가 지금 건강한 몸으로 잘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나 또한 언젠가는 죽는다는 생각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나는 언제 죽을까요?
나의 죽음은 나로부터 얼마만큼의 거리로 떨어져 있을까요?
제가 살고 있는 창원에서 서울만큼 떨어져 있을까요? 아니면 저 바다 건너 미국만큼의 거리일까요?
죽음은 언제 나에게 올까요? 40년 뒤? 10년 뒤? 1년 뒤? 아니면 내일 올까요?
오래전 읽었던 이문재 시인의 '생일'이라는 시(詩)가 그 답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소개를 해 봅니다.
생 일
- 이 문 재
생일 아침
미역국 받아놓고 생각느니
1959년 이래 쉰세 해
쉰세번째 가을
그러고 보니
오늘 나와 함께 태어난
내 죽음도 쉰세 살
내 죽음도 쉰세번째 가을
어서 드시게
오늘은
꾹 참고 나를 보살펴준
내 죽음과
오붓하게 겸상하는 날
일 년 내내 잊고 지내
미안해하는 날
고마워하는 날.
요즘은 잘 보이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이런 글을 자주 발견하고는 했습니다.
'생(生)과 사(死)는 1초'
그 글을 만날 때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습니다.
생과 사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다는 것을. 죽음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나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어쩌면 나의 그림자처럼 하루 24시간, 1년 열두 달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죽음은 언제라도 나의 손목을 잡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어느 때라도 죽음이 내 손목을 붙잡고 '가자!' 하더라도 아무런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다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자주 '지금 이 순간 내가 죽음과 마주했을 때 후회할 일이 있는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후회할 것 같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실천하도록 노력하라'는 이야기를 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