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도 훨씬 전의 일이었습니다. 어느 분과의 대화 중에서 저의 친정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18살 나이에 아버지에게 시집을 와서 5남 7녀 열두 남매를 낳고 키우시고, 그 열두 남매들을 어떻게든지 때를 놓치지 않고 교육을 시키려고 애를 쓰신 이야기. 그 열두 자식을 위해서 매일 새벽이면 원불교 교당을 찾아가서 새벽기도를 했다는 이야기.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부엌 부뚜막에 하얀 사기대접에 정화수를 떠 놓고 허공 중에 두 손을 크게 그려 모아 기도를 하던 이야기.
연세 80이 넘은 이제는 이른 새벽에 안방의 윗목에 작은 상을 펴 놓고 한 그릇의 물과 촛불 하나와 향을 피워놓고 2시간이 넘게 열두 자식들과 며느리와 사위, 손자와 손녀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는 저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이 조용히 한마디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어머니 자신을 위해서 기도를 하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가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 자신을 위한다면 결코 그렇게 오랫동안 간절하게 기도를 할 수 없었을 거라고. 오로지 자식들의 건강과 성공을 위해서 간절하게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데 어떻게 자식들을 위한 엄마의 기도를 엄마를 위한 기도라고 확실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거지? 하고 엄마의 기도에 대해 평가절하를 하는 그분의 말에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마치고 세상을 떠나면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해서 천도[薦度]를 지내기도 합니다. 종교적인 이유로 천도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의 친정과 시댁에서는 시부모님과 친정부모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고인을 위한 49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천도[薦度]는 "죽은 이의 영혼을 좋은 세계로 보내고자 행하는 종교의례, 불교의식.
죽은 사람의 넋이 극락으로 가도록 기원함. 불교에서는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법회·독경(讀經)·시식(施食)·불공(佛供) 등을 베풀어 죽은 영혼들로 하여금 극락정토에 태어나도록 기원한다.
이 천도의식은 사람이 죽은 지 1주일마다 한 번씩 7·7재를 가지게 되며, 7주째에 행하는 천도의식을 49재라 한다. 천도의식은 사람이 죽은 지 7일마다 한 번씩 일곱 번을 하는 경우도 있고, 여섯 번은 생략하고 49일째만 행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천도라 하면 일곱 번 행하는 49재를 가리킨다."라고 합니다.
2003년 6월 저의 시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창원의 성주동에 위치한 성주사에서 시댁의 가족들이 모여서 시어머니의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2010년 6월 저의 친정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 매주 산서 원불교 교당에서 우리 형제와 가족들은 참석하여 아버지를 위한 49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2013년 2월 저의 친정엄마께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엄마의 천도재는 토요일이면 각각 3곳의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진행되었습니다. 친정집에서 가까운 산서 원불교 교당, 친정 식구들이 참석하기 위한 서울의 원불교 교당, 목포의 원불교 교당. 친정식구들이 의도치 않았는데 각각 다른 원불교 교당에서 토요일 같은 시간이면 엄마의 천도재가 진행되었습니다.
2017년 3월 저의 시아버지께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아버지의 천도재는 시어머니의 천도재를 지냈던 창원의 성주사에서 시댁 식구들의 참석 속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양쪽 부모님들께서 세상을 떠나신 후, 종교적인 영향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시부모님은 사찰에서 친정부모님은 원불교 교당에서 49 천도재를 지냈습니다.
그런데 7회에 걸쳐 진행하는 천도재에 한차례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기는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거주하는 곳이 멀리 떨어진 가족은 매번 천도재에 참석하려면 웬만큼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참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언제인가 저의 집 근처에서 가까운 사찰의 주지스님과 이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스님,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식들이 부모님의 천도재를 지내는데 그 천도재의 효과가 돌아가신 분에게 모두 돌아가는 것인가요?"
"아니요, 천도재를 지내는 그 효과가 100%라면 돌아가신 분이 가져가는 효과는 20~30% 밖에 안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 나머지 70~80%의 효과는 누구에게 돌아가는지요?"
"돌아가신 분의 천도재를 지내기 위해서 재비를 지출하고, 천도재에 참석하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고, 천도재를 지내면서 마음을 다해 정성을 들이는 자식이나 그 가족들이 가져가는 것입니다."
그때서야 저는 비로소 알았습니다. 그동안 천도재에 참석하면서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돈을 지출하고, 그분들을 위해서 시간을 내어 정성을 들이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천도재에 참석하는 자신들을 위한 위안이었고, 자신들의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정성이었음을.
그 순간, 오래전 저에게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서 기도를 하는 것 같아도 결국은 어머니 자신을 위해서 기도를 하는 거예요."하고 들려주었던 그분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저의 친정엄마께서 그 오랜 세월 동안 자식들을 위해서 온갖 정성을 들여 기도를 했지만, 오로지 엄마의 생각과 엄마의 의지, 엄마의 행동으로 실천했기 때문에 기도의 효과는 엄마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국 엄마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이야기했던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천도의 모든 효과를 100% 세상을 떠난 사람이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은 자신이 자신의 천도를 스스로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죽은 후에 자식이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위해 천도를 해 주는 것보다,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자기 스스로 하는 것이 가장 완벽한 천도라는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만족한 삶을 살아가다가 자신의 삶을 마치는 순간, 자식들과 가족들에게 '나의 천도는 나의 생전에 내가 다 했다고, 나를 위해 49 천도재를 지내지 않아도 된다'라고 자신 있게 말을 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잘 살아야겠습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전기줄에 앉아 '구구 구구..' 울다가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산비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