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명라 Sep 07. 2021

탯줄 달린 새끼 고양이 구조하기

따뜻한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월요일인 어제(9월 6일) 아침 7시 40분쯤, 우리 집 앞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는 트럭 밑에 태반과 연결된 탯줄이 달린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처음 트럭 밑에서 꿈틀거리는 새끼 고양이를 보았을 때, 고양이가 아닌 쥐의 새끼인 줄 알았습니다.  


태반과 탯줄이 달린 채로 버려진 새끼 고양이
도로에 주차된 트럭 밑에 새끼 고양이가 있습니다.


낮은 소리로 울면서 꿈틀거리는 새끼 고양이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는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마침 곁을 지나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동네 아저씨에게 "저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하죠?"하고 묻는 저에게 아저씨는 "뭘 어떻게 해요? 그냥 내버려 둬야지.. 아마 쥐가 보면 금세 잡아먹을걸요"하고 가던 길을 가버립니다.


저는 주변에 어미 고양이가 있으면 새끼 고양이를 물고 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우리 집 마당에서 담너머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곳에서도 어미 고양이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탯줄과 연결된 태반 때문에 새끼 고양이는 아무리 발버둥 치며 몸을 움직이고 있지만, 그 자리만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고양이를 키워 본 적도 없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고양이는 처음이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제가 가입하고 있는 페이스북 그룹 '창원 사람 오이소'에 여러 장의 새끼 고양이 사진과 함께 '이 새끼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하지요?'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때부터 저의 글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를 걱정하는 글.. 어서 병원으로 데리고 가라는 글과 탯줄을 잘라 주어야 한다는 글, 그리고 따뜻한 물을 담은 페트병으로 고양이의 체온을 유지해 주어야 한다는 글과 우유를 먹이라는 글.. 등을 읽으면서 저는 다시 한번 망설였습니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는데, 2013년 5월부터 우리 집 반려동물이 된 아롱이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일들도 있었는데, 고양이까지 키우는 것은 도무지 무리라는 생각에 섣불리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여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그 상태로 두었다가는 새끼 고양이가 숨질 것 같은 생각에 저도 모르게 새끼 고양이를 휴지를 깐 통에 담아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소독을 한 가위로 탯줄을 잘라 주고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동물병원으로 새끼 고양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사람들의 조언대로 탯줄을 자르고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사람들이 알려 준 대로 분유도 먹였습니다.


동물병원의 여자 수의사는 저의 다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2시간마다 분유를 먹이면 된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럼 여기 병원에서 고양이 분유를 파는가요?"묻는 저에게 "길 건너 애견용품 파는 가게에 있어요"합니다.


길 건너 반려동물용품 가게에서 이렇게 새끼 고양이가 구조되는 일이 자주 있다고 했습니다. 저는 고양이를 구조하는 단체나 이런 고양이를 키울 만한 사람이 주변이 없는지 물었더니, 한마디로 잘라서 없다고 합니다.


결국 새끼 고양이의 분유와 우유통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제가 쓴 글에 여러 사람들이 댓글로 알려 준 것처럼 고양이에게 우유를 먹이기도 하고, 전기장판을 켜고 그 위에 아롱이가 새끼를 낳았을 때 쓰던 천으로 된 집을 올려놓고 새끼 고양이를 넣었습니다.


오후 5시쯤, 퇴근을 한 딸이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새끼 고양이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을 물어서 배변을 할 수 있도록 생식기 주변을 자극하기도 하고, 따뜻한 물이 담긴 페트병을 양말에 넣어 고양이가 기댈 수 있도록 옆에 넣어주었습니다.


전기장판 위에 올려진 강아지 집에 고양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조언대로 양말 속에는 따뜻한 물이 담긴 페트병이 있습니다.
이렇게 새끼 고양이는 우리 집에서 밤을 보냈습니다.


새끼 고양이의 생사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알려 준 대로 고양이의 탯줄을 제거하고 병원에 다녀온 이야기와 우유를 먹인 후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렸더니,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였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고양이를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을 저에게 페이스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분은 적은 돈이나마 고양이 분유 값을 보내주겠다고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지만, 저는 그분의 마음만 받을 생각입니다.


저와 딸, 그리고 아들은 이 새끼 고양이를 우리 집에서 계속 키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고양이가 건강하게 살아남았을 때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새끼 고양이가 아무런 탈 없이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고양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저. 이제 막 세상에 나와서 탯줄이 달린 새끼 고양이에 대해서는 더 모르는 저에게 많은 분들이 따뜻한 관심의 댓글로 새끼 고양이가 무사히 구조될 수 있도록 여러 도움을 주어서 제가 이렇듯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세상은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 가는 것 같습니다.

 

새끼 고양이 소식은 앞으로도 전해드리겠습니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새끼 고양이를 바라보는 아롱이
아롱이와 새끼 고양이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한잔, 물 한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