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는 '아롱'이를 보면서 엄마를 생각했대요.

허겁지겁 미역국을 먹던 아롱이

by 한명라

아줌마의 친정어머니께서 키우시던 2마리의 강아지가 2013년 2월 17일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집 뒷산에 구덩이를 파고 9마리의 강아지를 낳고 키우던 것을 친정어머니 6번째 천도재에 참석하던 아줌마가 발견을 했습니다.


그 후, 7마리의 새끼 강아지는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고, 2마리의 강아지를 경남 함안에 있는 아줌마의 시댁에 데려다주었는데, 흰둥이 저 아롱이를 키우지 않겠다는 아줌마의 시아버지의 말씀에 보낼 곳을 이리저리 찾던 중, 아줌마의 집 근처를 지나는 어느 할머니가 '하얀 강아지가 이 집에 인연이 있어서 왔으니 그냥 키우라'는 단 한마디에 아롱이는 아줌마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롱이가 아줌마 집에 살게 되면서 아줌마 집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대요. 저 아롱이가 자라면서 보여 주는 여러 가지 새로운 상황과 모습으로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아졌고, 이웃들과의 대화도 더 많아졌다고 해요. 특히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과는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아주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람처럼 아줌마는 스스럼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동네에서 이웃들이 아줌마를 부르는 이름은 '아롱이 엄마'였습니다. 아저씨도 처음에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강아지를 책임질 자신이 없다며 저 아롱이 키우는 것을 탐탁지 않아했지만, 지금은 돌아가신 장모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저 아롱이를 무척 예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생에 태어날 때에는 강아지가 아닌, 사람으로 태어나라는 말도 여러 차례 해 주었습니다.


아롱이의 3남매 (뚱이, 라온이, 고미)


그런 저 아롱이가 4살의 나이로 2016년 9월 29일 오후 6시, 혼자서 3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첫 번째 새끼는 저 아롱이를 꼭 닮은 딸 흰둥이, 둘째는 이마에 점 하나가 선명한 얼룩이 장남, 셋째는 이마에 점 두 개가 선명한 얼룩이 차남을 낳았습니다.


새끼 강아지 3남매의 아빠는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저 아롱이보다 한 살 많은 '담'이입니다.


동네에서 까칠하기로 소문이 난 '담'이는 함께 사는 가족들 중에서도 자신을 안아 주는 것도 싫어하여 애견학교에서 3개월 동안 교육도 받았답니다. 그래도 여전히 낯선 사람에게 까칠하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저 아롱이에게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었고, 저 아롱이와 함께 다니는 아줌마에게도 자신의 집 마당 출입을 너그럽게 허락해 주었습니다.


아롱이와 담이


처음 저 아롱이가 아줌마 집에 살게 된 이후, 아줌마는 저 아롱이가 자라면 중성화 수술을 해 주려고 했는데, 암컷의 중성화 수술이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고, 부작용도 많다는 의견을 듣고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롱 오빠의 지인 중에 진돗개가 중성화 수술을 받다가 깨어나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 아줌마는 저 아롱이가 임신을 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면서 키우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2016년 7월의 마지막 날 저녁이었습니다. 어둠이 내리는 시간에 아줌마는 골목에 놓인 화분에 물을 주려고 대문을 열었을 때, 마당을 서성이던 저 아롱이가 대문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남자 친구 '담'이와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담'이는 평소에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하루에 한두 번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오는 것이 전부였는데, 가로등도 고장이 나서 어둡기만 했던 그날 약수터 근처로 아저씨와 산책을 나온 '담'이와 저 아롱이가 만나서 순식간에 사고를 치고야 말았습니다.


그렇게 '담'이와 역사적인 거사를 치르고 나서 2016년 9월 29일 아침부터 저 아롱이에게 출산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줌마와 가족은 강아지를 기르고 출산시키는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아롱 언니가 인터넷에서 강아지 출산과 관련하여 이것저것 검색해서 출산 장소 주변을 정리하기도 하고, 산통을 느끼며 간혹 비명을 지르는 저 아롱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진정시켜 주기도 하면서 목줄도 풀어주었습니다.


그날 저녁 6시, 아줌마는 퇴근한 아저씨와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아롱 언니가 밖으로 나와 저 아롱이의 집을 들여다 보고는 흥분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엄마, 아빠 아롱이가 새끼 한 마리를 낳았어요~"


잠시 후 아줌마가 저 아롱이의 집을 들여다보더니 저 아롱이와 꼭 닮은 하얀 강아지 한 마리를 낳아 온 몸을 혀로 핥아주면서 두 번째 새끼를 낳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7시쯤 두 번째로 얼룩 강아지를 낳고 또 혀로 온 몸을 핥아주고 있었습니다. 저녁 8시쯤, 세 번째 출산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순간에 아줌마는 문 밖에 앉아 저 아롱이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 사실에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고 합니다.


혼자서 3남매를 출산하고 있는 아롱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았던 철부지 저 아롱이가 3마리의 강아지를 출산하고 난 모습을 보면서 아줌마는 뭔가 마음이 울컥하고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저 아롱이의 입 주변과 다리의 하얀 털은 온통 피로 물들어서 빨갛게 변해 있었습니다. 한 마리를 출산하고 나서 새끼의 보호막을 입으로 닦아내고 탯줄을 잘라내면서 또 두 번째 강아지를 출산하고, 태어난 새끼의 보호막과 탯줄을 잘라내고, 또 세 번째 강아지를 출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해 가는 저 아롱이가 아주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아줌마는 그동안 두 아이를 출산하면서 병원에 입원하면서 모든 과정을 의사와 간호사에게 맡겼던 것과는 다르게 저 아롱이는 3마리의 새끼를 출산하면서 모든 것을 혼자서 척척 해냈던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대요.


며칠 후 저 아롱이가 새끼를 낳았던 집을 꺼내어 청소하면서 아줌마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대요. 아롱이 집 바닥에 깔았던 스티로폼을 들어내는 순간, 그 밑은 출산과정에서 흘린 피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다네요.


저 아롱이가 출산을 마친 후, 아줌마는 북어를 넣고 진하게 끓인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가져다주었을 때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미역국을 먹던 저 아롱이를 보면서, 아줌마는 12남매를 낳고 키우느라 많은 고생을 하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렸다고 합니다. 아줌마의 친정엄마도 12남매를 낳을 때마다 미역국을 드셨을까? 과연 허기진 배를 채울 만큼 든든하게는 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깜짝깜짝 놀라던 겁쟁이 저 아롱이가 혼자서 3남매를 낳고, 2개월 동안 야무지게 키우느라 좋아하던 산책마저도 포기하던 모습에서 아줌마의 12남매가 행여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 다칠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간절한 기도 속에서 지극 정성으로 키워주신 아줌마의 친정엄마의 모습이 자꾸 겹쳐 보였다고 합니다.


야무지게 엄마 노릇을 하고 있는 아롱이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한 3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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