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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라 Mar 03. 2022

내 마음대로 끓이는 쑥 국

전라도? 경상도? 절충식으로 끓이는 쑥국..

3월 2일인 어제, 저는 집 근처에 있는 약수터 위에 있는 텃밭 근처로 아롱이와 함께 쑥을 캐러 갔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  어느 누가 저에게 쑥을 캐는 방법을 가르쳐 준 적도 없었지만, 정월 대보름이 지나고 아직 먼 산에 희끗희끗 잔설이 남아 있는 무렵부터 대나무로 만든 소쿠리를 옆에 끼고 제대로 된 칼이 아닌, 낡은 손잡이의 무딘 칼을 들고 들판의 논두렁 여기저기로 나물을 캐러 다녔습니다.  


추운 날씨의 이른 봄에는 아직 쑥이 고개를 내밀지 않아서 나물을 주로 캐야 했습니다.


냉이, 꽃다지, 보리밥 나물, 깜밥(누룽지)나물, 구슬쟁이, 달래, 씀바귀 등...  


그렇게 캐 온 봄나물을 엄마는 쌀뜨물을 톱톱하게 받아 그곳에 된장을 풀어 구수하고 개운한 나물국을 끓여 주셨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아서 부족함이 많았던 시절이지만 자연과 더불어 자라 온 그 시절이 50대 후반 나이에도 많이 그립습니다.  

  

전라북도에서 태어나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제가 경상남도 함안이 고향인 남편과 결혼을 한 후, 깜짝 놀랐던 여러 가지 일중에 하나가 시댁에서 쑥국을 끓이는 방법이었습니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어서 쑥국을 끓이는 저의 고향과는 달리, 시댁에서는 맹물에 멸치를 듬뿍 넣어서 국물을 끓여 우려낸 다음에 그곳에 쑥과 조갯살을 넣고 들깨가루를 풀어 되직한 국물의 쑥국을 끓이는 것이었습니다.  


개운하고 구수하여 쑥의 향기가 살아 있는 것이 전라도식 쑥국이라면, 시댁에서 끓이는 경상도식 쑥국은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1993년 3월, 이곳 창원으로 이사를 와서 제가 끓인 전라도식 쑥국 맛을 보신 시어머님은 무슨 쑥국에 된장을 넣느냐고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제 나름대로의 절충식 쑥국을 끓였습니다.  


일단 쌀뜨물을 톱톱하게 받은 다음, 그곳에 멸치와 다시마, 그리고 된장 2 스푼 정도를 넣고 팔팔 끓입니다.

국물 맛이 어느 정도 우려진 다음에 그 건더기를 걸러내고 깨끗하게 씻은 쑥을 넣고 국을 끓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조갯살을 넣기도 하고, 들깨가루를 풀어 넣어도 좋지요.  


국물의 간을 잘 맞추면 개운하고, 구수하고, 깔끔하고, 쑥의 향기도 잘 살아있는 맛있는 쑥국이 된답니다.  

  



어제 모처럼 봄햇살이 따사로워서 아롱이와 약수터 근처로 쑥을 캐러 갔지만, 그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인지 쑥은 잘 보이지 않고, 텃밭 가장자리에 냉이가 그 모습을 언뜻언뜻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쑥보다는 냉이를 더 많이 캐 왔습니다.


쌀뜨물을 받아 된장과 멸치를 넣고 국물을 우려낸 다음에 캐 온 나물을 넣고 국을 끓였습니다. 들깨가루도 조금 넣었지요.


이제 곧 완연한 봄날이 시작되겠지요?


따뜻한 봄볕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주말이면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산과 들로 나가 봄나물을 캐 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쑥국은 전라도식이든, 경상도식이든, 아니면 저처럼 절충식이든 입맛대로 끓여 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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