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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라 Dec 31. 2021

사랑의 종소리

2021년의 마지막 날, 그 옛날 사랑의 종소리가 그립습니다.

1970년대, 제가 국민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습니다.


텔레비전보다 라디오가 우리들의 생활과 더 가까웠던 그 시절, 밤 10시가 되면 라디오에서는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면서 어느 여자 아나운서의 따뜻하고 포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지금 밤이 너무 깊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그때 저는 여자 아나운서가 다정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보다 잔잔하게 울리는 종소리가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정말 가족 간의 불화로 인해 홧김에 집을 뛰쳐나온 청소년들이 있다면, 아니면 볼 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가 일을 끝내지 못하여 미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저녁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사랑의 종소리를 듣게 되면 어쩌면 집을 뛰쳐나온 사실을 후회하면서 따뜻한 가족들의 품을 그리워하거나, 자기 집 창 밖으로 흘러나오는 아늑한 불빛을 그리워할 것만 같았고, 아직 그 볼 일을 마치지 못한 사람이 그 사랑의 종소리를 듣게 되면 서둘러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사춘기 시절, 아주 막연하게나마 기차를 타고 아주 먼 낯선 곳으로 떠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었고, 고향의 해가 지는 서쪽 산 너머에는 어쩌면 내가 꿈꾸는 행복한 세상이 있을 것만 같다고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무작정 떠나면 그냥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았고, 산 위에 해가 지면서 그려 내는 오렌지빛 노을을 보면서 막연하게 서쪽 산 너머의 세상을 그리워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가도, 밤 10시만 되면 라디오에서 어김없이 울리는 사랑의 종소리를 듣게 되면 마치 환상에서 깨어나기라도 하듯 따뜻한 불빛이 마당을 비추는 우리 집으로 발길을 향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했습니다.


이제는 라디오보다 텔레비전과 더 가까워진 생활, 그리고 컴퓨터와 스마트폰과도 친해진 요즘에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새해가 밝아 오는 연말연시가 되면 40년 전 밤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울리던 사랑의 종소리가 아득하게 그립습니다.


지금도 라디오에서는 밤 10시가 되면 사랑의 종소리는 어김없이 울리는지요?


그래서 어두운 밤길을 헤매는 외로운 사람들과 청소년들의 발길이 사랑하는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하도록 할까요?


한 해가 저물어가는 2021년의 마지막 날인 오늘,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사랑의 종소리가 생각이 났습니다.


누구, 어느 분이라도 저와 같이 시절 사랑의 종소리를 들으신 분 계신가요?


계신다면, 손 한번 들어 보시죠.


2021년 한 해, 코로나를 이겨내기 위해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 낸 여러분들과 함께 시절의 사랑의 종소리를 다시 한번 듣고 싶습니다.


"청소년 여러분... 밤이 너무 늦었습니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청소년이 있다면 어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지금 앞으로 나아갈 길을 잃고 잠시 방황하시는 분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나 와 있는 분들에게도, 꼭 청소년만이 아닌 아줌마들에게도, 아저씨들에게도, 마음속에 따뜻한 울림을 전해 주던 사랑의 종소리를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한 해를 보내면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2년 새해에는 모든 분들에게 2021년 보다 조금 더 마음이 따뜻하고, 보람되고,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ySkwh7 YOBsI

유튜브에서 사랑의 종소리를 검색하다가,  추억 속의 음악이 흐르는 동영상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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