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국민학교 4학년이던 때, 서독에 광부로 파견되었던 큰 오빠가 3년 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큰오빠가 집으로 돌아올 때 카메라, 환등기 등 여러 가지 신기한 물건도 함께 가지고 왔는데 직사각형 모양의 녹음기도 가지고 왔습니다. 그 녹음기에 테이프를 넣고 녹음 버튼을 누르고 아버지, 엄마, 오빠, 언니들, 그리고 온 가족이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러 녹음을 했습니다.
그때 둘째 오빠는 나훈아의 '강촌에 살고 싶네'라는 노래를 참말로 멋드러지게 불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나훈아의 '강촌에 살고 싶네'라는 노래를 좋아했습니다.
큰오빠가 가져 온 녹음기는 라디오 기능도 있어서 그 녹음기를 통해서 나훈아의 노래 '고향역', '머나 먼 고향', '너와 나의 고향'등을 즐겨 듣고는 했지요, 그 후로 지금까지 저는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 '애정이 꽃 피는 시절'들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저의 아들이 결혼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사돈이 생겼습니다. 바깥 사돈은 2012년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셨고, 2녀 1남 3남매를 안사돈 혼자서 잘 보살피고 길렀습니다. 저의 며느리는 사돈의 둘째 딸입니다.
올해 4월, 아들의 장모님(사돈)과 경남 거창에 있는 바깥사돈의 산소의 주변을 정리하면서 사돈이 문득, 5년전 나훈아 데뷔 50주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 입장권을 구하려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을 했지만, 결국 사기를 당해서 입장권은 구하지도 못하고 돈만 날려 버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저는 사돈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면서 다음에 우리 둘이 꼭 나훈아 콘서트를 함께 가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사돈도 그렇게 하자고 약속을 했지요.
그러던 지난 5월 30일, 저는 우연하게 인터넷을 통해서 2022년 7월 2일, 창원에서 ‘Dream 55’ 나훈아 콘서트'가 2회예정되어 있는데, 이미 5월 24일 아침 10시에 예스 24를 통해서 입장권 예매가 시작되었고, 예매 시작 5분 만에 모든 표가 매진되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뒤늦게서야 나훈아 콘서트 표를 구하기 위해서 당근 마켓 사이트를 방문했더니, 이미 여러 가지 사정들로 나훈아 콘서트 입장권이 거래되는 광경을 목격하였습니다.
오래전에 당근 마켓에 회원가입을 했지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물건을 팔거나 산 적도 없는 저는 천신만고 끝에 나훈아 콘서트 입장권 R석으로 2장을 구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예스 24에 가면 간혹 취소된 입장권이 있다는 글을 읽게 되었고, 예스 24 사이트를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로그인을 하지 않아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이런저런 시도 끝에 예스 24에 로그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훈아 콘서트 입장권을 구입하기 위해 마우스를 몇 번 클릭을 했더니, 3층 10구역에 S석 두 자리가 연석으로 남아 있는 것이었습니다.
5월 24일, 입장권 예매 5분만에 매진되었다는 표가 연석으로 남아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같은 일이었습니다.
저는 눈을 크게 뜨고 다시 한번 확인을 한 다음에 얼른 그 좌석 2개를 선택하고 결재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사돈에게 카톡으로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창원에서 나훈아 콘서트를 한다고 하는데 알고 계시나요? 5월 24일 아침 10시에 예매가 시작되었는데 5분 만에 표가 매진되었다고 하네요.'
사돈은 자신도 몰랐다고 대답을 해 왔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마침 3층의 10구역 S석에 연석으로 자리가 하나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하고 물었더니, 사돈은 '얼른 예매를 하세요.'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지 않아도 제가 결재를 완료했습니다. 마침 7월 7일이 사돈의 환갑인데, 환갑 선물로 저와 함께 나훈아 콘서트를 함께 관람하기로 해요'했습니다.
사돈은 그 글을 확인하고, '바깥사돈이랑 함께 가시지, 저랑 가도 괜찮겠어요?' 하면서도 무척 반가워하였습니다.
6월 16일, 드디어 기다리던 나훈아 콘서트 표가 등기우편으로 저에게 도착했습니다. 콘서트 입장권을 사진으로 사돈에게 보여 주면서, 무대 앞이 가까운 R석이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하는 저에게 사돈은 이렇게라도 5년 전에 못 보았던 나훈아 콘서트를 보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의 가까운 지인이 동생, 친정어머니와 함께 나훈아 콘서트를 관람하려고 1층 가구역의 R석 입장권 3장을 구입했는데 사정이 생겨서 가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저에게 전해왔습니다.
친정어머니께서 갑자기 가벼운 뇌졸중으로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에게 자신이 구입을 한 나훈아 콘서트 표를 3장을 맡기겠으니 잘 처리를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구입을 한 3층 S석 2장과 지인이 준 R석 1장은 당근 마켓에 '내 물건 팔기'에 올렸고,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구입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문자를 받고 시간과 장소를 약속했습니다.
당근 마켓을 통해서 처음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순간의 긴장감과 가슴 떨림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3층 S석 2장을 구입하는 사람과 1층 R석 1장을 구입하는 사람 모두 만족할 만큼의 거래가 완료되었고, 저는 드디어 3층이 아닌 1층 가구역의 R석 2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7월 2일 낮 11시 30분 사돈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사돈과 만나서 사돈이 사 주는 맛있는 초밥을 점심으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2시 20분쯤, 아들과 며느리가 창원운동장 앞까지 태워다 주어서 우리는 무더운 날씨임에도 발걸음도 가볍게 나훈아 오빠를 만나러 농구 경기장을 향해서 걸었습니다.
농구 경기장 입구에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을 금지하기 위해서 휴대폰에 스티커를 붙여 주었습니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콘서트를 무난하게 관람하기 위해서 길게 줄을 서서 화장실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1층에 좌석을 향해 두 사돈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웅장하게 설치된 무대 장치며, 1층에서 3층까지 빈자리가 없이 가득 찬 관객들.. 드디어 오후 3시 정각이 되면서 그토록 기다리던 나훈아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를 통해서 목소리를 듣고,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TV를 통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나훈아 오빠가 노래 '테스 형'을 부르면서 웅장하게 무대에 등장을 했습니다.
참으로 가슴이 벅찬 순간이었습니다. 2022년에 발표한 7곡의 신곡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7곡 모두 좋았지만, '친정엄마'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