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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라 Jul 06. 2022

새끼 고양이 '버터' 이야기..

태어난 지 9일 만에 고양이 별로 떠난 버터...

2021년 9월 6일 아침 7시쯤, 우리 집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트럭 밑에 태반이 연결된 모습으로 발견된 새끼 고양이를 구조한 이야기를 이곳에 썼습니다.


트럭 밑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살고자 끊임없이 움직이는 새끼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페이스북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댓글로 남겨주어서 용기를 내어 새끼 고양이를 구조하여  소독한 가위로 탯줄도 자르고, 근처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동물용품과 사료를 파는 곳에 가서 분유를 사 와서 2시간 간격으로 분유를 먹였습니다.


새끼 고양이 '버터'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아롱이...
'버터' 곁에는 언제나 걱정스러운 눈빛의 아롱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알려 준 대로 항문 근처를 마사지를 해 주었더니, 새끼 고양이는 대변도 싸고, 소변도 잘 쌌습니다. 탯줄이 남아 있는 곳에 피가 나기도 해서 면봉으로 소독약을 발라 주었더니 나머지 탯줄도 떨어졌고, 상처도 잘 아물었습니다.


2시간마다 주는 분유도 잘 먹어서, 어쩌면 새끼 고양이가 눈도 뜨고, 살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저의 마음 한쪽에서 몽글몽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딸아이는 새끼 고양이에게 '버터'라는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습니다.


회사에 출근을 한 딸과 아들은 낮동안에도 '버터'는 잘 있는지 안부를 물어오기도 했고, 저는 두 아이에게 '잘 있다고, 어쩌면 버터가 잘 살아줄 것 같다고...'조심스럽게 희망 섞인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따뜻한 체온과 만지는 손길에 반응을 했던 '버터'..
이렇게 스스로 밖으로 나오기도 했던 '버터'...

손안에 쏙 들어 올 정도로 아주 작았던 '버터'.

처음 구조할 때는 차갑던 '버터'의 몸이 따뜻해져서 따뜻함을 전해 주었습니다. 집안에서 잠을 자다가 스스로 집 밖으로 나오기도 해서 이제는 정말 살아날 것 같다는 기대를 가지게 했습니다.


그러나 구조한 지 8일째 되던 9월 13일 저녁부터 '버터'가 분유를 잘 먹지도 못하고 자꾸만 입 밖으로 밀어내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울음소리도 점점 작아지고 기운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다음 날인 9월 14일 아침, 버터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습니다. 동물병원의 의사는 버터가 너무 어려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살아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말도 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지 2시간이 조금 넘은 시간, '버터'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몸이 식어가는 '버터'를 보면서 저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습니다.


 9월 14일 오전, 동물병원으로 가려고 준비하는 '버터'를 걱정스럽게 들여다보는 아롱이...
동물 병원에 다녀온 지 2시간이 지난 후, 버터는 고양이 별로 떠났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어떠한 사연 때문인지 어미에게 버림을 받은 버터. 어떻게 해서라도 생명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눈도 뜨게 하고 싶었고, 나중에 건강하게 잘 자라면 좋은 가족을 만나서 서로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행복하게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오래오래 '버터'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버터'는 고양이 별로 떠나 버렸습니다.


저의 정성과 사랑이 많이 부족했을까요?


'버터'를 그냥 떠나보내기 안타까운 마음에 '버터'가 세상에 온 날짜와 시간, '버터'가 떠난 날짜와 시간을 메모지에 적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말도 적었습니다. 며칠 전에 떨어진 탯줄도 그곳에 넣어서 깨끗한 휴지로 감싸 주었습니다.


아롱이도 마지막으로 '버터'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버터'를 그냥 떠나보내기 안타까워서 이름과. 태어난 시간, 떠난 시간, 그리고 인사말을 적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버터'에게 인사를 하는 아롱이...


'버터'는 저희 집 근처 언덕 위에 있는 무궁화 꽃나무 아래 곱게 묻어 주었습니다. 제가 하루에도 몇 번씩 그곳을 지나면서 '버터'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돌들을 모아서 표시가 나도록 했습니다.


처음 '버터'를 그곳에 묻어주고 나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곳을 찾아가서 '버터야~ 그곳에서 아프지 말고 행복해라~'하고 소리내어 인사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곳을 지날 때마다 '버터야~'하고 이름을 불러주기도 합니다.


'버터'는 무궁화 꽃나무 아래 잠이 들었습니다..
'버터'가 잠든 곳을 돌을 쌓았습니다. 지금도  '버터'의 이름을 불러 줍니다.


'버터'가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누구보다 슬퍼했던 저의 아들과 딸. 특히 딸은 퇴근을 해서

소리 내어 울기도 했습니다. 딸은 저와 함께 무궁화 꽃나무 아래에 '버터'를 묻을 때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새끼 고양이 구조를 위해서 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 주었던 페이스북 지역 커뮤니티에 '버터'의 소식을 전해 주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버터'를 위해 따뜻한 위로의 말을 남겨 주었습니다.


며칠 동안, 많은 분들이 이곳 브런치에 올린 '탯줄 달린 새끼 고양이 구조하기' 글을 읽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자신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새끼 고양이의 안부를 물어오셨습니다.


새끼 고양이 '버터'를 떠나보내고, '버터'가 9일 동안 머물다 떠난 그 자리가 너무나 커서 차마 쓰지 못했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새끼 고양이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분들을 위해서 이제는 '탯줄 달린 새끼 고양이 구조하기' 그 뒷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버터'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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