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저녁, 아줌마 집에 왔어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아줌마 집에 왔어요

by 한명라

2013년 5월 5일은 일요일이었어요.

아줌마, 아저씨, 언니는 아침 일찍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 왔어요.


아줌마는 지난 4월 23일에 아롱이와 다롱이를 시댁에 데려다주고

우리 남매가 그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많이 궁금했대요.


아줌마는 곧장 우리에게 다가와서

많이 컸다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안아주기도 했지요.


아롱이와 다롱이, 우리 남매는 실과 바늘처럼 언제나 함께 했어요.


그런데 아줌마는 왜 나 아롱이를 창원 아줌마 집에서 직접 키우려 하지 않고

자꾸만 남의 집에 입양을 보내려 했을까요?


아줌마는 3월 30일에 우리 9마리의 새끼 강아지를 처음 발견한 후로부터

특히 9마리 중에 단 한 마리 하얀 강아지인 나에게 가장 마음이 끌렸대요.

그래서 아저씨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다 키우자고 했대요.


하지만 아저씨는 자신의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내가 이야기를 했었지요?

개털이 날리는 것도 싫고, 집안 곳곳에 개 냄새가 나기도 하고,

특히 흐린 날이나 비가 오는 날은 개 냄새가 더 나기 때문에 더욱 안된다고 아줌마에게 강력하게 거절을 했습니다.


아줌마 또한 살아있는 생명을 최소한 15년 동안 아무런 사고 없이 책임을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대요.

친정엄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유기견이 되어 버린 아롱이의 엄마, 할머니 강아지를 보면서

아저씨에게 저를 키우자고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줌마는 우리 9마리의 강아지와 2마리의 엄마, 할머니 강아지 모두

강아지를 좋아하는 가정에 입양이 되어서 사랑을 받으면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아줌마의 친정식구들도 모두 서울의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와

주변의 이웃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입양을 거절하는 것을 보면서

11마리의 강아지들을 입양 보내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저씨 아줌마부터 선뜻 나를 키우겠다고 나서지도 못하는 입장에서

어느 누구에게 강력하게 입양을 권유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 아롱이를 할아버지께서 다른 곳에 보내겠다고 한 이후에

아줌마는 다른 때와 다르게 아저씨에게 좀 더 강력하게 아롱이를 아줌마 집에서 키우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론 아저씨는 절대 안 된다고 거절을 했지요.


하지만 나 아롱이는 알고 있었어요.

내가 다롱이와 함께 시골집 마당을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모습을 아저씨가 관심을 가지고 찬찬히 바라보던 것을요.


2013년 5월 5일, 이별을 앞둔 아롱이와 다롱이...

드디어 나 아롱이는 2013년 5월 5일 저녁,

어린이 날 선물처럼 아줌마의 창원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아줌마와 함께 아줌마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슈퍼마켓으로 가야 합니다.

그곳으로 나를 입양하겠다는 대학생 오빠가 데리러 오기로 했거든요.

아줌마 집에서는 잠을 자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골에서 사료도 챙겨 오지 않았어요.


이제 나 아롱이와 정말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아줌마는 아쉽고 쓸쓸한 마음으로

나를 종이 상자에 담아서 대문을 나서려고 했습니다.


언니가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는 아저씨를 향해서

"아빠 지금 아롱이 데려다주러 가요~" 하고 이야기를 하자

아저씨는 언니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줌마 몰래 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롱이를 데려가려는 대학생을 만나거든 잘 살펴보고 혹시 아롱이를 잘 키우지 못할 것 같으면 아롱이를 다시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 이렇게요.


5월 5일 저녁. 어린이날 선물처럼 나 아롱이가 아줌마 집에 도착했어요.


아저씨 마음 한구석에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대요.

그 대학생 오빠가 기르던 강아지를 얼마 전에 잃어버렸다네요. 그래서 나를 입양하려고 한대요.

만약 나 아롱이도 데려가서 또 잃어버리면 나도 유기견이 될 수 있잖아요.

그리고 그 대학생 오빠는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아서 곧 군대도 가야 하고,

무엇보다도 아줌마가 바라던, 아줌마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입양을 가면 시장에 오며 가며 지나는 길에 나를 보고 싶어 했던 생각과는 달리 그 오빠 집은 걸어서 가기에는 거리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 생각 때문에 아저씨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시골 마당을 뛰어다니는 나를 주의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던 것이었어요.


어찌 되었던 약속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줌마와 언니는 나를 데리고 동네 슈퍼마켓으로 발걸음을 옮겼지요.

슈퍼마켓에 도착하자 주인아줌마는 나를 보고 "바로 너구나~ 아주 예쁘게 생겼네~"하고 반겨주었어요.

그리고 아들에게 빨리 친구에게 나를 데려가라고 전화를 하라고 했지요.


아줌마의 아들도 나를 보더니 예쁘게 생겼다고 했어요. 그리고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미안하지만 오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겠다고 하더래요. 며칠 후면 어버이날이어서 그 대학생 오빠랑 부모님이 시골 할머니 집에 와 있다고, 그곳에서 잠을 자고 월요일에 집에 온다고 하더래요.

그러면서 월요일 오후에 만나서 나를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아줌마는 다음 날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서 대학생 오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다시 나를 데리고 언니와 함께 집으로 왔습니다.


언니는 집 대문을 들어서면서

"아빠 아롱이 다시 집에 왔어요~"하고 큰 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아저씨는 나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온 사정을 듣고 나서

아롱이 사료도 없다는 언니의 말을 듣자마자

"아롱이 사료를 사러 가자."하고 언니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아저씨는 강아지 사료와 간식을 사 가지고 집으로 오면서

아롱이가 잠을 잘 곳이 없다고 하면서 과일가게에 들러서 튼튼하고 높이가 낮은 바나나 상자를 얻어오셨어요. 그 바나나 상자에 아롱이가 잠을 잘 수 있도록 푹신하게 노란 옷도 깔아서 현관에 놓아주기도 했지요.


아저씨는 바나나 상자에 아롱이의 잠 잘 곳을 마련해 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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