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는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아요.

동네 할머니와 셋째 이모의 도움으로 아줌마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by 한명라

오늘 글을 쓰기 전에 소개를 해야 할 두 사람이 있어요.


먼저, 셋째 이모예요.

아줌마의 셋째 언니는아줌마에게 있어서 어떤 말도 거역할 수 없는 그런 관계예요.


셋째 이모는 아줌마와 나이로는 8살 차이인데 아줌마와 아저씨가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고, 아줌마를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을 하고 도와 준 셋째 이모였기 때문에, 또 나 아롱이가 셋째 이모의 꿈속에 나타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줌마는 나를 키우고 싶어 하는 마음이 더욱 컸다고 해요.


아저씨도 셋째 이모에 대해서 여러모로 고마워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셋째 이모의 부탁을 무조건 거절할 수 없었던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아줌마와 같은 동네에 살고 계시는 진돌이 할머니예요.


아줌마는 2011년 10월에 현재 살고 있는, 아줌마 말로는 손바닥만큼 작은 마당이 있는 주택으로 이사를 왔어요.


그런데 아저씨가 회사에 출근하는 시간쯤이면 항상 하얀색의 진돗개(진돌이)를 산책시키기 위해서 할머니 한분이 아줌마 집을 지나가곤 했답니다. 아줌마도 아저씨도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냥 그 시간이면 진돗개를 산책시키는 할머니가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1년도 훨씬 넘는 이때까지 아줌마는 그 할머니와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3년 5월 6일 월요일 아침,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아저씨는 회사로 출근을 했고 나 아롱이는 아저씨가 마련해 준 바나나 상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아줌마네 손바닥만한 마당에 나와서 쫄래쫄래 돌아다니다가 그만 대문 앞에 똥을 싸고 말았습니다.


아줌마는 이제 오후가 되면 떠나야 하는 나에게 뭐라고 나무라지 않고 똥을 치우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아롱이 똥 쌌네~"했습니다.


박스 안에서 미안한 눈으로 똥을 치우는 아줌마를 바라보는 아롱이..



그때였습니다. 아줌마의 그 말을 듣고 가슴 높이의 담장 너머로 손바닥만한 마당을 들여다 본 진돌이 할머니가 나를 발견했습니다. 진돌이 할머니는 "이 집에 강아지가 있네~ 진돗개인가요?"하고 아줌마에게 물었습니다.


아줌마는 "아니에요. 그냥 발발리 종류예요."하고 대답을 했습니다. 진돌이 할머니는 강아지가 너무 예쁘고 복스럽게 생겼다고 하면서 이 집에서 키우고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제까지 1년이 넘도록 말 한마디를 나누지 않았던 아줌마와 진돌이 할머니는 나 아롱이로 인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서 나 아롱이가 이 집에 오게 되었는지 과정과 오후가 되면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진돌이 할머니는 아줌마에게 단호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강아지가 아줌마네 집과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오게 된 것이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마당도 있어서 강아지 키우기에 좋은 조건인데 그냥 키우라고 했습니다. 또 이 강아지는 아주 복이 많아서 이 집에 살게 되면 좋은 일도 많이 생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말을 남기고 진돌이 할머니는 가던 길을 갔습니다.


2020년 9월 4일 아침, 진돌이 할머니와 아롱이...


잠시 후, 나 아롱이가 다른 집으로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 사는 셋째 이모가 아줌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셋째 이모가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으면 아롱이를 데려다 키우고 싶은 데 그럴 수가 없다고요. 될 수 있으면 아롱이를 다른 집에 보내지 말고 네가(창원 아줌마) 키우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아줌마는 쉽게 거절할 수 없는 셋째 이모의 부탁과 처음 대화를 나눈 진돌이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아롱이를 처음 보던 날부터 아줌마의 마음에 들어왔던 그 마음까지 합해져서 그냥 나를 아줌마 집에서 키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을 바꾼 아줌마는 어제 전화번호를 입력해 온 대학생 오빠에게 '미안합니다. 오늘 오후에 보내기로 한 강아지를 보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강아지를 우리 집에서 키우기로 했습니다.'하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대학생 오빠는 아줌마에게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대학생 오빠는 나를 데려가기 위해서 미리 여러가지 강아지 용품이랑 사료도 모두 사놓았다고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아줌마도 대학생 오빠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많이 미안하다고, 서운하더라도 이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오후에 뒤늦게 오마이 뉴스에 실린 아줌마의 기사를 읽은 한 방송국에서 11마리의 강아지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전화가 왔습니다. 아줌마는 새끼 강아지들은 모두 떠났고, 친정집에는 어미개 두 마리만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한 아저씨가 나를 발견하고는 "아롱이가 왜 안 갔지?"하고 물었습니다.


아줌마는 셋째 이모가 아롱이를 그냥 키우라는 부탁을 했다는 이야기와 진돌이 할머니가 아롱이는 우리 집에 인연이 있어서 온 강아지라고 했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아줌마에게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줌마는 아저씨의 눈치를 보던 중 몇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아롱이가 아무 곳이나 똥, 오줌을 싸지 않도록 훈련을 잘 시키겠음.

아롱이 목욕을 자주 시켜서 집에서 개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겠음.

아롱이를 절대로 집안에 들이지 않고 밖(마당)에서 키우겠음.

청소를 자주 해서 집안에 개털이 날리지 않도록 하겠음.


아줌마의 약속을 듣고 나서 아저씨는 "내일 아롱이 집을 사 오도록 하지." 하면서 나 아롱이가 아줌마 가족들과 함께 살도록 허락을 했습니다.

손바닥만한 마당에서 아롱이...

9마리 새끼는 떠나고, 2마리 어미개는 남았습니다.

지금도 빈 집에서 친정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59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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