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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라 Feb 26. 2021

생활 속에서 깨우치는 '처처불상 사사불공'

8살 딸에게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

나이 50의 후반인 제가 원불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50년도 훨씬 넘은 국민학교 1학년 무렵으로 기억이 됩니다. 


생존해 계시면 올해 연세가 101세이신 친정엄마(2013년, 93세에 돌아가셨습니다.)를 따라 전라북도 오수에 있는 오수 교당을 따라다니고는 했는데, 지금도 그 시절의 오수 교당 풍경이 제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당신 슬하에 둔 5남 7녀, 12남매를 위해서 새벽마다 오수 교당으로 기도를 다니시는 엄마께 원불교가 어떤 곳이냐고 여쭤 보았을 때 들려주신 이야기가 지금도 생각납니다.




어느 나이 든 부부가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며느리가 착한 며느리가 되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러 가는 모습을 지켜본 대종사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셨답니다.


"집에 산 부처가 있어서 그 부처에게 불공을 드리면 되는데, 무엇하러 힘들게 부처님을 먼 곳까지 찾아가느냐"고요.


그 부부가 물었답니다.


"집에 있는 산부처가 누구입니까?"


대종사님은 "그 부처는 바로 노부부의 며느리"라고 대답을 하셨답니다.


가만히 생각을 해 본 노부부는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갔는데, 훗날 대종사님을 찾아와서 대종사님 가르침대로 며느리에게 부처님께 불공드리듯 정성을 들였더니 그 며느리가 노부부에게 공경을 잘하는 착한 며느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엄마는 마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8살의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에도 어린 저의 눈에 비친 엄마의 모습은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에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 그 감사한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엄마의 모든 주변 사물에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린 저에게 원불교는 어느 특정한 장소를 찾아가 소원을 비는 종교가 아니고,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모든 사물을 부처님 대하듯, 불공을 드리는 마음으로 실천하는 생활 속의 종교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학생회에 나가게 되고 입교(원기 64년)를 하면서 교전을 읽으면서 엄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가 대종경 교의품 15장에 나온 내용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이 실지 불공의 대표적인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에게 원불교가 어떤 종교냐고 질문해 오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답변으로, 자신 주변 곳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부처처럼 생각하고,  모든 일을 함에 있어서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는 마음으로 행동하는,  그런 생활 속에서 복을 짓는 종교라고 이야기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처처불상, 사사불공'은 지키기 쉬어 보여도 참으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특히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 또 가족에게 더욱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언제인가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읽게 된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 글은 법정스님의 '오두막 편지'중에서 간추린 내용으로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 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라는 글이었습니다.


그 내용을 마음에 담고 집에 도착해서 남편과 마주 앉아 저녁식사를 하는데, 남편이 문득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 있어야 좋은 사람과 인연이 되어 만난다는 것입니다.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되면 여러모로 자신과 맞지 않으므로 그 사람과는 자연스럽게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결국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게 된다면서, 나쁜 사람에게 피해를 입었다면 결국 그것도 누구 탓이 아닌 자신의 탓이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그리고 남편이 저를 만나게 된 것도, 또 제가 남편을 만나게 된 것도 서로 비슷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말에 그날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나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결국 좋은 인연도 나쁜 인연도 나 자신이 이유가 되고,  나로 하여금 만들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어린 시절 엄마를 통해서 들었던 이야기를  생각합니다.


'처처불상 사사불공'


생활 속에서 복을 짓는 실지 불공. 저의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고 마음으로 다짐해 봅니다.


저의 엄마가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실천하며 살았던 그 모습을 떠 올리면서 말입니다.


외손자들과 함께 책을 읽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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