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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04. 2021
그 많던 종달새는 어디로 갔을까?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주던 고향의 종달새
1982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이른 봄이 시작되면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보리밭과 하늘을 날며 노래하던 종달새 소리를 마냥 그리워하게 된 때가.
어린 시절에 고향집 앞의 남쪽을 향해 있는 담장에 등을 기대고 넓게 펼쳐진 들녘을 바라보고 있다 보면, 들녘의 보리밭 이랑 위로 아지랑이가 아른거리고 보리밭 위 하늘에는 종달새가 지치지도 않는지 한참 동안을 지저귀다가 쏜살같이 보리밭을 향해 내려앉고는 했습니다.
그때부터 봄이 되면 고향 동네 들판에는 여전히 보리밭이 푸른지...
종달새는 여전히 하늘을 날며 봄을 노래하는지...
내내 보리밭 풍경과 종달새 소리가 그리웠습니다.
나의 어린시절, 보리밭이 끝없이 이어지던 고향집 앞의 풍경종 달 새
보리잎이 햇빛에 반짝이면 종달새는 노래하네
푸른 물결 스치며 날아 올라 창공에 솟구치네
하늘 끝까지 다 다랐느냐 이제는 뵈지 않네
화창하고 따스한 봄날을 노래하라 종달새야~
개나리꽃 바람에 나부끼면 종달새는 노래하네
동녘 하늘 반달이 솟을 때면 쏜살같이 내려오네
종달새 식구들 한데 모여 앉아 저녁 식사 끝이 나면
노란 이불 파란 이불속에 고이 자라 종달새야~
제가 중학교에 다니던 때, 음악시간이면 같은 반 친구들과 음악실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소리 내어 부르던 '종달새' 노래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저도 모르게 가끔 흥얼거리는 노래입니다.
1990년 4월, 고향이 경남 함안이라는 남자를 만나면서 '이 사람과 결혼을 하고, 시댁에 자주 가게 되면 종달새 노랫소리를 자주 들을 수 있겠다'는 작은 기대를 하기도 했습니다.
1991년 3월 그 남자와 결혼을 했고, 1993년 3월에는 시댁과 가까운 창원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사를 온 후, 매주 토요일 오후가 되면 함안의 시댁에 가서 주말을 보내고 일요일 저녁에 창원의 우리 집으로 돌아왔건만, 시댁에서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종달새 노랫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해마다 이른 봄이 시작되면 그리웠던 종달새 노랫소리. 1993년 3월부터 매주 주말이면 찾았던 시댁 동네에서도 끝내 종달새 소리를 듣지 못하던 저는 2년 전인가 손 위 작은 시누이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형님, 저는 우리 고향에서 봄이 되면 보리밭 위를 날면서 들었던 종달새 노랫소리가 그리워서 함안에 오면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제까지 한 번도 듣지 못했거든요. 혹시 형님 어릴 때 종달새 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요?"
"글쎄... 나는 종달새 소리인지.. 뭔지.. 어렸을 때에도 별로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각자 사람들마다 추억도 다르고, 관심을 갖는 것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그런데 함안은 시골이라서 농사도 많이 짓고 하는데, 어째서 종달새 소리를 들을 수 없을까요?"
"요즘 시골은 겨울에도 대부분 비닐하우스를 지어서 농사를 짓다 보니까, 옛날보다 보리농사를 많이 안 지어서 종달새가 없어진 것은 아닐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 어렸을 때에는 비닐하우스가 없었고, 집 앞에 들판에는 모두 보리밭이 있어서 그렇게 종달새가 많았나 봐요."
맞습니다. 요즘 농촌에서는 예전처럼 보리밭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 매주 목요일 오전이면 프로그램을 진행을 하기 위해 밀양을 찾아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리워하던 보리밭이 밀양의 국도변에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끝없이 이어지는 큰 규모의 보리밭은 아니지만, 그곳을 지날 때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4월 1일 오전에 밀양의 보리밭 근처를 지나던 저는 근처에 잠시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보리밭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그 보리밭 위로 하늘을 날며 봄소식을 알리는 종달새 노랫소리도 함께 들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요.
저의 나이가 더 할 때마다 우리 곁에서 소중한 것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커져갑니다.
2021년 4월 1일, 밀양의 국도변에서 만난 보리밭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