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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미숙 Jul 20. 2020

디지몬 어드벤처

안녕, 디지몬!

   “엄마, 디지몬 기억 나세요?”

군대 가 있는 아들이 불현듯 전화로 나에게 물어왔다.

“알지, 니가 어렸을 때 즐겨보던 만화!”

“그게 최근 ‘디지몬 어드벤처: 라스트 에볼루션’으로 극장판이 나와서 구입해서 봤는데요”

“어 근데?”

“옛날 생각이 나서요!”

"그게 벌써 너에게는 옛날 얘기구나! 엄마는 엇그제 일 같은데..."


아들은 디지몬 어드벤처에 빠져 있던 여섯 살 때 추억을 소환해 내었다. 디지몬 어드벤처를 하는 날이면 열일 제쳐놓고 TV 앞에 앉아 몰두하고 있던 아이들이 생각났다. 그때 어린 아들은 디지몬 딱지, 디지몬 게임기, 디지몬 운동화, 디지몬 티셔츠, 디지몬 모자 등등... 온통 디지몬을 뒤집어쓰고 다녔다.    


디지몬 어드벤처는 아들이 다섯 살이던 2000년에서 여섯 살이 되는 2001년까지 방영했다. 최고 시청률이 28.7%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나도 아이들과 함께 보며 디지몬 세계에 빠져 들었다.

내용인 즉, 현실세계에서 가상세계인 디지털 월드로 들어간 아이들이 디지몬 짝꿍들과 함께 자기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 드라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아이들의 아픈 상처와 디지몬에게 선택된 이유, 빛의 언덕의 수수께끼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여섯 살 아들은 네 살 터울인 누나랑 디지몬과 친구들이 이별하는 디지몬 어드벤처의 마지막 회를 보고 무척 울었단다. 마지막 장면을 찾아보니,     

“안녕 디지몬~ 안녕 디지몬~ 친구들 모두 안녕” 노래가 나오면서 다음과 같이 마지막 맨트가 나온다.


선택받은 아이들의 길고 긴 모험은 끝났다.

그러나 차원의 문은 완전히 닫혀버린 게 아니다.

왜냐하면 선택받은 아이들의 모험은 이것이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기 때문이다.

디지몬 세계의 문은 꼭 다시 열릴 것이다.

모두가 디지몬을 잊지 않고 다시 만나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


라고...    

울었을 법하다.  

그로부터 20년 후 아들은 디지몬과 현실세계에서 조우했다. 한창 상상력과 꿈이 커가는 어린 시절에 봤던 만화는 청년 아들의 정서에 남아 빠듯한 현실에서도 감성을 불러내는 힘이 되고 있었던 거다.  

나도... 청년 친구들이 만난 디지몬을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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