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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미숙 Aug 05. 2020

까투리

너희가 행복하길 바래!

또리(보더콜리)는 새만 보면 냅다 컹컹 거리며 쫓아간다.

특히 우리 집 앞 커다란 참나무 위에 사는 까치 한 쌍이 눈에 띄면 산이 떠나가도록 짖어 댄다.

까치들은 “나 잡아 봐라!” 약을 올리듯 깍깍 거리며 또리 머리 위를 빙빙 돈다.

까치들은 개는 절대 날지 못할 거라는 걸 비웃기라도 하듯 훨훨 날아다닌다.

까치를 따라잡지 못하는 또리는 까치 좇기를 포기하더니 조금 만만한 상대를 찾았다.

꿩이다. 꿩은 꿩과에 속하는 텃새다. 암컷을 '까투리'라 하고 수컷을 '장기'라 한다.  


지난봄부터 꿩 한쌍이 공사 중인 옆 건물 근처 풀숲에서 노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또리가 그 사실을 알고는 밖으로만 나가기만 하면 그쪽으로 달려간다.

그럴라치면 유유자적하던 까투리가 “푸드덕” 소리를 내며 날아오른다.

꿩은 나는 게 굼뜨다. 몸은 길고 날씬하게 생겼지만 날개가 둥글고 짧아 멀리 날지 못한다고 한다. 또리도 그걸 만만하게 봤던 모양이다.


꿩 이야기를 남편한테 하니, 어릴 적 고향 동네에서 아이들과 꿩 사냥을 하던 추억을 꺼냈다. (내 생각에) 오히려 꿩이 그를 잡았을 것 같지만...

남편의 이야기 속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다. 꿩 사냥이 아주 쉽다는 것이다. 꾕가리나

양은그릇 같은 것 시끄럽게 두드리며 쫓으면 꿩이 당황해서 날지 못하고 마구 뛰다가

머리를 땅에 박고 꼼짝 않는다는 것이다. 그럴 때 잡으면 된다는 것이다.

왜 머리를 땅에 박느냐고 물으니,

꿩은 머리를 땅에 박으면 자기가 안전한 곳으로 피신한 줄 안다는 것이다.

꿩 사냥이 참으로 수월했을 것 같다.    


어느 날인가 유난히 꺽꺽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쪽으로 가보니 공사장 건물 커다란 유리창 앞에서 까투리가 계속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아마도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너 누구니? 저리 안가? 저리 가라고! 여기는 내 구역이라구!”

라며 꺽꺽거리는 듯했다.

아무리 꺽꺽거려봐야 자기가 저리 가지 않는 한 창문에 비친 자기가 저리 갈 리가 없다.

결국 또리가 나타나서야 도망치듯 둘 다 달아난다.      


또 어느 날, 건물 옆 도랑 위 풀 속에서 뭔가가 사부작사부작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갈색 바탕에 줄무늬 모양을 한 새끼 꿩이었다. 갓 알에서 나왔는지 날지는 못하고 기어서 풀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어미는 개한테 쫓겨 다니고 새끼들은 “엄마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었던 거다.


“애들아 나는 너희를 해치지 않아!”

“너희가 행복하길 바래!”


라고 인사하며 얼른 산책의 방향을 틀었다.

새끼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멀찌감치에서 바라만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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