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수도권 변두리
작은 단칸 셋집이었다.
작고 낮은 부엌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탄아궁이와 석유곤로가 나란히 있었고
그 옆 방 쪽 벽에 찬장이 붙어 있었다.
쌀쌀했던 초봄,
한 칸짜리 계단 위 부엌과 딸린
자그마한 방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내 기억에 남겨진
그녀의 첫인상은
가부끼 인형 같은 뽀얀 피부와
짙은 눈썹이
앙증스러웠고
긴 눈꼬리 끝에 살짝 얹어 놓은 듯
엷은 핑크색 눈 화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만삭이 부끄러운 듯
하얀 치아가 살짝 드러날 정도로만
볼 웃음을 지으며
우리를 맞아 주었다.
그녀는 남편 친구의
어린 신부였다.
그녀를
남편의 고향 동네에서
지방 살이 하던 도시에서
기억에 남을 만큼만
보고 살았다.
20여 년이 흘러도
유행 지난 핑크색 눈 화장을 하고 있었던 데서 그녀의 알뜰함이 느껴졌다.
나의 기억의 언저리에
살짝 남겨진
그녀의 흔적은
그녀가
쉰 살이 되던 해
화창한 봄날
암막이
내려졌다.
그녀는
홀연히
선택한
길을
떠났다.
.
아무런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았던 듯
손때 묻은
번뇌 찬 물건들을 치운 뒤였다.
이생과 저 생 사이의 도랑이
저협(低狹) 해 보여
한 걸음에
한 걸음에
건널 수 있겠다고
오랜 시간 되뇌었나 보다
조촐하게 치장된
꽃 장식 사이에서
쓸쓸한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눈시울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나는
이생에서
망연자실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