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미숙 Nov 04. 2020

당신의 이혼을 축하합니다!

그녀가 이혼을 했다.

물리적으로는 15년 전이었지만 최근 서류상 마무리를 했다.


그녀는 스물둘에 세상을 많이 살았을 법했던 음악하는 사람과 혼인을 했다.

어린 신부에게는 추풍에 넘실대는 낙엽처럼 굴러대는 그의 바람기를 잠재울 힘이 없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작은 스터디 모임에서였다.     

그녀는 마치 히말라야에서 행복을 찾아 헤매는 다리가 아주 얇은 사슴과 같았다.

아주 오랫동안 벅차게 거친 산맥을 오르고 있음에도 안간힘을 숨기고 싶어 했다.     


그녀의 눈은 물이 차올라 깊이가 보이지 않는 심연과 같았다.

콕 찍어내면 물이 넘쳐흘러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녀의 손에는 언제나 하얀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눈가에 주름이 깊이 파일 때까지 손수건에 구멍이 나 있는지도 몰랐다.


그녀가 이혼을 했다.

하얀 손수건과도 작별했다.     


당신의 이혼을 축하합니다!

이제

 솜털 씨앗처럼 훨훨 날아 봄볕이 잘 드는 양지에 꽃이라도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털보 아저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